[회사바낭] 전문가들끼리.

1.

저희 회사는 점심때 불을 다 끕니다.

불을 끈다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걸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점심먹고 와서 잠깐 눈붙이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많이들 자리에서 잡니다. 


하지만, 제 윗분은 점심때 안잡니다. 언제부터 안주무셨나 기억을 더듬어보니 작년 봄까지는 간간히 잤던것 같은데, 작년 여름부터는 확실히 안잔것 같습니다. 그전부터 불안불안했지만, 작년 7월에 구조조정이 확실히 있겠구나 하던 때였습니다.


원래 운동 좋아하는 양반이라 등산, 골프, 테니스, 마라톤, 자전거 등등 이거저거 많이 했었습니다.  저보다 체력 훨씬 좋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체력이 약하다, 운동 안하냐 등등 잔소리도 많이 하는 분입니다.

주말에 무슨 산을 올랐네.. 어디 가서 자전거 타고 왔네 같은 소리도 자주 하고요. 회사내 체육대회 하면 자기보다 대여섯살 어린 동직급자들을 제치고 직급 대표로 뽑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분이 피곤할때는 화장실가서 졸고 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회식한 다음날은 백프롭니다.  휴.. 군기 바짝든 이등병이나 신입사원도 아니고 남들 점심때 쪽잠 잘때 화장실가서 자야 하다니...   슬픕니다.



2.

전문부서(?)에서 비전문가인 제가 전문가들이랑 같이 일하면 힘든게... 그 분들은 다들 이정도는 알겠거니 하고 설명을 띄엄띄엄합니다.

F 라는 결과가 나왔으면 "A-B-C-D-E-F 라는 단계를 거쳐서 F 라는 결과가 나왔고 그 원인은 A 입니다." 라는 설명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 분들은 '어.. F가 왜 나왔냐면 C 니까 F 여.. 알겄지?' 입니다.

그래서 '모르겠는데요' 하고 물어보면.. 'B니까 F지... 알겄지?' 라고 합니다.

'아니 아까는 C 라면서요' 라고 물어보면..

'그게 B 니까 C가 되고 그럼 F여.. 알겄지?' 

'B는 왜 나오는건데요?'

'아, 그건 A 니까 B지.. A는 다 아는거 아닌가? ' 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부서 사람들은 아에 알파벳이라는걸 모른다고요.. ㅠ.ㅠ)

'아.. 그럼 A니까 B이고, 그럼 C가 되었다까지는 알겠는데 C 가 왜 갑자기 F가 되요?'

 

이런식으로 계속 물어보고 물어봐야.. 때로는 반나절을 회의해야 겨우 ABCDEF 가 완성됩니다. 

그럼 저는 이걸 다시 알파벳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바꿔서 보고서를 만듭니다.





3.

제 윗분은 전공자이고 이쪽에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당자가 'C니까 F 입니다.' 라고 이야기 하면 'A 니까 C 이고 그러니까 F 라는거네?' 라고 합니다. 

아아 과연.. 전공에 경력자는 다릅니다. 척척 입니다. ...는 개뿔.

저는 못 알아 들어서 담당자에게 따로 물어봅니다. 그렇게 ABCDEF 를 이해합니다. 


문제는, 제 윗분이 다른 부서에 가서는 딴소리를 한다는 겁니다. 

성격이 급해서 다 알아들은것 처럼 대꾸했지만 실제로는 이해를 못 한겁니다.

ABCDEF 가 아니라 12345F 라고 알아 듣고 다른 부서 사람에게 설명을 하다보니 상대도 못알아 듣고, 자기도 설명하다보니 꼬이고...


그래서 다시 윗분은 담당자에게 가서 따집니다. 

'야, 12345F 라며! 그게 말이 되나?'

'아니죠.. A 라서 C 니까 F 라고 했죠.. '

'뭔소리야? A 라서 C 려면 B 여야 하는데 네가 언제 그랬어?'

'B 얘기는 안했지만 A 라서 C 라고는 했잖아요!'


이런식으로 둘이 싸웁니다. 아놔... 이렇게 싸해진 분위기를 수습하는건 물론 저고요.

그냥 애초에 '차근차근 처음부터 설명해봐' 라고 하면 안되는 걸까요.





    •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하는 거라면 전문가분들이 잘못하셨네요.
    • 연봉인상을 요구하세요. 가라님이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을 두 부서에서 알고 있나요?

    • 조직내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가 커뮤니케이션 부재에서 시작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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