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변비가 처음 제게 왔던 날, 저는 사과 요쿠르트 5개를 마셨고, 그렇게 변비와 작별한 저는 반갑게 장염과 악수했습니다.

두피가 홀라당 벗겨진 요구르트 5병은 냉정한 낯빛을 하고 비틀대며 화장신 문간을 넘는 제게 말했습니다. 

"나는 뚫는다 했지, 막는다 한 적은 없네."


요쿠르트 5병 요법은 이미 임상으로 검증한 바 있는 확실한 요법이었어요.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인가요?

꼭 이맘때 곡식처럼 얼굴이 누렇게 여문 후배가 저를 찾아와 모진 군생활의 고충을 고해했습니다..

"제가... 실은 보름째 똥을 못 싸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하루만 아랫배가 두둑해도 온갖 패악질이 다 부리고 싶어지거늘, 저는 그의 옷깃을 잡고 매점으로 달려갔습니다.

"마셔라." 두피가 벗겨진 5병의 요쿠르트를 앞에 두고 후배의 눈에는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웠더랬죠.

"믿으라." 저는 분연히 일어나 불신자의 눈을 바라보며 계급이 깡패라고 부풀어 오른 하복부를 가리키며 패악스런 눈을 띄었죠.


그 자의 눈에는 불신 대신 회한이 가득찼고, "옘병" 구원을 바라는 낮은 목소리를 남기고 다섯 병의 요쿠르트를 원샷하였습니다. 

그리고 복용 삼십여 분 뒤, 불신하던 탕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쌌습니다. 쌌습니다." 요쿠르트 5병 복용에 이어 보름 간의 고행이 씻은 듯이 나았다 하여, 저는 그를 오병이어의 기적이라 불렀습니다.


훗날, 효험을 본 탕자가 고통받는 자신의 후배들에게 오병이어의 방법을 강권,

뚫었으되 막지 못 하는 자가 속출하자, 저들은 우선 탕자를 붙들어다 심문하고, 이 모든 재앙의 원흉으로 저를 형틀에 매달았습니다.

"애들이 변비로 고생하면 보고해서 의무대에 보내야 할 것 아니야?!" 

가렴주구, 휴일에도 잠과 휴식을 빼앗아 기어이 삽을 들리어 단정한 화단이며 진지를 보기에 갈급할 따름이었던 중대장은

저를 에어컨 바람 세차게 부는 중대 사무실에 세워 두고 요사스런 말과 당치 않은 혐의로 주리 틀었습니다.


저는 "옘병" 낮은 목소리로 탄식하며, 전날 후련해진 하복부를 두들기며 기뻐하던 후배를 바라보았습니다.

후배는 내리깔은 눈길로 저를 부정했고, 저는 부식으로 나온 라면 빼먹다 걸린 중대 행정병 동기와 함께 나란히 특박이 잘립니다.

그 날, 일석점호 때엔 당직사관이 "작작 처 먹고, 아프면 병원 갈 것." 이라 각 내무반을 돌며 훈시를 아까지 않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은 신해혁명의 혼란기에 강호의 수풀에 묻혀버린 어느 사파의 무공처럼, 병사들 사이에 묻히게 됩니다. 


요전날. 사촌과 통화하던 중에 근래 그녀가 변비로 고생하고 있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저는 모래먼지 앉은 동굴에서 잊혀진 비급을 꺼내어 들었습니다. "야, 불가리스를 공복에 다섯 병을 원샷해. 한 번에 쉬지 말고 쭉!"

그리고 그녀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니 같은 걸 오빠라고", "잡히면 죽을 때까지 바늘로 어쩌구", 등등 

험악하고 조열한 언어로 부정을 일삼는 전화를 조용히 끊고, 생각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뚫었으면 그만이지, 막는 것 까지 바라더냐?


모래를 담아 달군 솥에 손바닥을 처벅처벅 넣었다 빼면 어느 틈엔가 장력이 솟아나는 손바닥을 보게 된다지요?

이제 저의 장은 어느새 단련이 되어 아침 공복에 요쿠르트 다섯 병을 마셔도 더 이상 점잖지 못 하게 준동하지 않습니다.

다만, 배출할 뿐이지요. 고속버스만 타면 땀 질질 흘리는 과민성대장은 열 외.

곡식이 분유광고 속 아기 변마냥 노랗게 익은 계절에 괜히 농땡이도 피우고 싶고,

혹, 아랫배에 노랗게 막힌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이 계실까 하여, 이렇게 좋~~은 소식 하나 전해 봅니다.




    • 어쩜 글을 이토록 재미나게 쓰시나요 ㅋㅋㅋㅋㅋㅋ 오병이어의 기적 ㅋㅋㅋㅋ

      • 폭풍설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 댓글을 달기 위해 로그인 했사옵니다. 금요일 오후의 단비같은 글입니다!

      • 우리 마음에도, 말라 붙은 저수지에도 변기물처럼 호쾌한 단비가 내리기를...

    • 오병이어는 뭐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


      요구르트 다섯병이 대체 뭘로 변하게 되는겁니까ㅋㅋㅋ


      • .... ㄸ...ㅗ... ... ㅇ ...

    • ㅋㅋㅋㅋㅋㅋ



      늦잠자는 주말 오전 아파트 현관벨을 누르며 좋은 말씀 전하려 오셨다는 그분들과는 차원이 다르군요..



      (하지만 저는 쾌변)

      • 쾌변 축하드립니다

    • 늘 활발한 대장을 지닌이에게 도움되는 말씀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제는 잘 오시지 않는 게시판을 스쳐간 몇 작가님들의 이름들이 떠오르네요. 오래 활동해주세요
      • 건강한 장도 복이올시다

      • 사과식초님 별풍선 다섯 개, 추천 하나 감사합니다. 사과식초님 사랑해요. 사과식초님 땡큐~


        (아, 이 저렴한 농담... 이제 나이를 실감해요...)

    • 고난충만의 한주일의 마지막 금요일까지 세상에게 배신당한 정신상태에 단비와도 같은 글이네요. 아드레날린을 엔돌핀으로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 뭐든 대충 수습된 다음에 제가 듣는 노래에요.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 오호호~~~ 내공깊은 제 안의 변선생은 양반다리하고 앉아 오병이따위 코웃음도 안치는데 손가락요법 한번 시험해보겠습니다 ㅋㅋㅋ

      • 아! 똥 얘기 좋아하시는 구나!!!

    • 와.. 별 기대 안 하고 눌렀는데 엄청 웃었습니다. 원따봉 드립니다
      • 따봉에 대한 드립은 생각이 안 나요. ㅜㅠ 

    • 세병 마시면 딱 좋게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이 요구르트 요법은 모아님 도인건가요?ㅡㅜ
      • 농담 말고 정색하고 말씀 드리면, 파스퇴르 유업에서 나온 쾌변 요구르트가 효과는 제일 좋았어요. 식사 후에 잠깐 텀을 두고 드시고요, 생수를 병채로 책상 위에 놓으시고 삼십분에 한 잔씩 드셔 보세요. 퇴근길 길 막히면 난감한 상황 오니까 5시 이후에는 하지 마시고요.

    •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노벨문학상의 기운이.

      • 에~에? 똥 얘기로요오?!

    • 나름대로 어떤 요법을 말해줘야할까 


      변비는 습관과 체질에 따라 변형이 되는거 같아서 요법이랄 수는 없고.


      각자의 비방으로 자연치유의 그날 까지 노력해야겠습니다.



      • 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우유 1000미리를 세시간 안에 복용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완전 배출, 투입 불가.

      • 해 보고 말씀 드릴게요

        • 제가 해봤어요. 하지 마세요.

    • 바로 어제 변비때문에 병가내고 항문외과를 찾있던 제게 빛과 소금같은 말씀 ㅠㅠ 실천해보겠습니다 ....
      • 안 돼요! 안 돼요! 그냥 약 드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 오병이어…신해혁명…강호…ㅋㅋㅋ 웃다가 넘어질뻔 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o^)b
    • 맛깔나네요.요거트가 정말 효과가 있나봐요.변비가 뭔지 잘 몰라서..(아님 말고)

      살짜기,효험 오타났어요.
      • 오타가 아니에요. 무식이에요. 부끄럽네요.

    • 저 보배드림 민간요법과 푸룬주스가 합심하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푸룬주스 대박입니다 약간 한약 비슷한 맛이라 호불호 갈리는데 우유에 타먹으면 맛나요 (가벼운 유당불내증 있으시면 개이득)


      그리고 저 보배드림 민간요법은... 진심으로 의학계에서 반드시 연구해야 할 민간요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거 기전 규명하면 노벨평화상 받을 듯.



    •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컴 모니터, 본체, 마우스 아무리 뒤져봐도 추천 버튼이 없어요. 엉엉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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