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 얘기를 읽다보니 생각난 이웃 흉보기 그니까 대나무숲
저는 밥먹을 때 소리내는 것에는 신경을 써 본 적이 별로 없는데요. 아마 남과 함께 밥을 먹을 일이 별로 없어서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함께 일하는 분들과 한달에 한 번 밥을 같이 먹어요. 그런데 그 중 두분(부부임)이 유난히 거슬려요.
휘젓습니다. 찌개를요.
고기 먹으러 가면 테이블 당 하나씩 된장찌개 나오지 않습니까. 회를 먹으면 매운탕이 나오고요.
여럿이 함께 먹어야 되는 건데, 나오지 마자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아무도 수저를 대지 않았을 때 먼저 휘저어요.
본인 입에 들락날락 했던 그 숟가락으로.
함께 먹는 도중에도 내내 수시로 휘젓습니다. 바로 그 숟가락으로요.
아래 위로 한번씩 섞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니,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전 그분들과 같은 상에 앉으면 국물을 먹지 못합니다.
그런데 여럿이 두 상에 나눠 앉을 때 두 분이 따로 앉습니다. 한 상에 한분씩, 각자 휘젓기 시작.
두분은 제 이웃입니다. 동업자이고요.
가끔 점심이나 저녁 초대를 받습니다. 저는 거의 늘 혼자입니다.
요리 잘하세요. 고추장찌개 맛있게 끓여 내놓습니다. 근데 휘저으십니다.
함께 식사하는 내내 휘저으십니다.
저는 먹을 수 없어요. 먹지 않는 걸 티내지 않고 안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좀 힘들어요.
며칠 전 저녁 함께 먹자는 거 거절했더니, 혼자 밥먹는 거 싫지 않냐고 해요.
전 혼자 먹는 거 무척 좋아합니다.
젓지 말아 줘요, 제발.
한국 음식 여럿이 같이 먹는 거 괜찮아요. 나도 한국 사람인데.
하지만 그렇게 휘저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까지 서로 나눌 필요는 없잖아요.
탕이 주요리면 국자와 앞접시가 나오는데 곁들이 찌개는 그냥 나와요. 근데 국자와 앞접시가 나올 때도 휘저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아래 위로 한번씩 섞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이런 사람 나도 알아요.
자신이 상당히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그러다 알든데요 다 싫어한다는걸.
그런 사람이 또 있군요. 그런데 싫어하는 거 알면서 왜 그럴까요? 이분들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안 보는 게 나았을 텐데ㅠㅠ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근데 왜 모를까라고 생각하면 고뇌가.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나을 텐데, 환갑이 낼모레인 어른들이라서 말을 못해요.
떠 먹는 건 괜찮아요. 근데 휘휘 저어요.
저희 아부지가 딱 그렇게 드세요. -_- 아무리 잔소리해도 못 고치시는데 어무이 말씀으로는 못 살던 시절 식구 많은 집에서 건더기 한 점이라도 더 건져먹으려고 밥상투쟁하던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온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좀 애잔해서 더이상 잔소리는 안 하는 대신 지금은 탕이건 찌개건 다 아버지 몫만 따로 퍼 드리는데, 그것도 일단 휘저으세요. 뜨기 전에 꼭 한두 번 휘휘 저어서 가라앉은 게 뭐가 있나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듯.
고양이 혀라 식지 않으면 못 먹는다고, 미리 그릇 하나 받아서 휘젓기 전에 따로 떠 놓는 건 매번 식사 때마다 하기엔 좀 귀찮은 일이겠죠.
재빨리 새숟가락으로 먼저 휘젓고 난뒤 새 숟가락을 옆에 두면서 훈련을 시켜보세요. 눈치주기.. 공존하려면 어쩔수 없습니다
따로 담아서 먹는게 많이 일반화된 요즘이니까 그냥 따로 담아 먹겠다고 하세요. 다른 사람의 나쁜 버릇도 고쳐주고 싶겠지만 습관이라는게 어디 그린 간단히 고쳐지던가요? 가족이라면 잔소리 해가면서 기회 될때마다 지적 하겠지만 남이라면 그것도 쉽지 않죠. 차라리 그냥 따로 담아서 먹겠다고 몇번하면 다음에는 알아서 준비할겁니다. 안하면 달라면 그만이고 내집이라면 내가 준비하면 그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