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육 얘기가 나와서

잡담 삼아 적어봅니다.


저 어렸을 때는 학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 한글 교육을 따로 안시켰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억도 안나지만 엄마 말로는 제가 한글을 빨리 깨우쳤다고 합니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다섯살 때 혼자서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고 하죠. 한국 나이로 다섯살이고 제가 생일이 느리니 만으로는 세살때겠죠.

형하고 두 살 차이가 나는데 제가 형보다 먼저 한글을 읽었다고 합니다.


근데 결론적으로만 얘기하자면 이후 중고등을 거치면서 형은 공부를 아주 잘했고 저는 그냥 평범했죠.

그래서 엄마가 누나들한테 자녀 교육 이야기하면서 한글 빨리 배운다고 공부 잘하고 늦게 배운다고 공부 못하는거 아니라는

말을 할 때 저하고 형 얘기를 하죠. 그런거 다 의미없다고.


얘기를 좀 더 하자면...

형하고 저 둘 다 같은 사립국민학교를 나왔는데 그 때는 한 반에 12등까지 우등상을 줬습니다.

근데 형하고 저 둘 다 우등상을 못탔습니다. 사립이 아무래도 공립보다 공부를 잘하긴 했는데

둘 다 국민학교때는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 형이나 저나 별 차이가 없었죠.


근데 성적이 갈리게 된 계기가 있었죠.

그때는 중학교 올라갈 때 배치고사를 봤는데 평범했던 형이 희안하게도 전교 1등을 했습니다.

그때문에 부담을 가졌던 형은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이후에도 전교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죠.

저는 그런 부담이 없어서였는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고 성적도 형하고는 차이가 컸죠.

결국 대학도 형은 명문대를 나오고 저는 미대를 나왔죠.


참고로 아이큐 검사는 항상 제가 형보다 높게 나왔었죠. 한글도 먼저 배운걸 보면 머리는 제가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ㅎ

결국 개인차야 있겠지만 학업성적에는 머리보다는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때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삶이 별로 행복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죠. 암튼 그런 생각이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동기부여를 막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끈기도 별로 없는 편이었죠.

    • 한글 신동이었다가 미술 천재가 되셨군요. ^^ 


      이런 동영상 보면 미술 천재는 참 재밌게 살 것 같아요. 



      • 미술천재는 커녕 그림을 잘 못그립니다. ^^

    • 공부를 잘한다고 머리가 좋은것은 아니고 공부를 못한다고해서 머리가 나쁜것도 아니죠. 지능이 높다고 지혜로운것은 아니잖아요.

    • 저도 어제 그 글 읽고 제 한글 떼기를 떠올려봤는데.. 아마도 확실히 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학교 들어가서였을 거예요. 돌 전에 오만 말을 다할 정도로 말은 상당히 빨랐지만 글은 많이 늦었는데, 읽기는 가능했는지 여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 당시 가정형편으로는 고가인 체험형 유치원을 나왔는데 거기는 한글교육을 일부러 가르치지도 않았고 엄마가 따로 가르쳐줄 정도로 시간이 있지도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제 이름과 부모님 이름 정도는 (자꾸 물어보니 귀찮아서) 쓸 줄 알았던게 확실하고.. 학교 들어가서 한글을 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우리 세대에도 흔치 않은 일이었어요. 물론 저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적응했고 받아쓰기 100점 곧잘 받았고 국어를 공부해야 한단 스트레스도 받은 적 한번 없는 수월한 인생을 살았으나(대입은 폭망)... 그리고 또래보다 문자 노출이 늦었기 때문에 어느날 책에 매혹된 후 앉은 자리에서 책을 읽어 치우는 신기한 한때를 보냈어요. 내가 뭔가에 빠지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던.. 그래도 어제 아이가 느꼈을 그 당황스러움은 다른 식으로 알 것 같아서, 글쓴 분 속상한 마음도 이해가 되더군요..

    • 저도 다섯살 때 혼자 한글을 뗐는데 시골이라 동네에서 화제가 좀 됐나봐요. 아마 처음엔 사기였을 거예요. 책을 외고 책장을 넘기는 타이밍을 맞춰서 한글을 읽는 척 했다고 해요. 그러다 진짜 읽게 됐죠.


      갓파쿠님 글이 재밌는 게 전 형님과 같은 경우인데 반대의 결과를 낳은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도 초등학교 때 반에서 오등?정도 평범한 성적이었는데 중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5등을 한 거예요. 그때 확 주목을 받았는데 그게 갑자기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다음 시험에 반에서 10등 정도로 성적이 나오니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어요. 저같은 인간도 있는 거죠.


      남편은 초3까지 한글 받아쓰기에서 종종 틀렸다니 예전 기준으로도 부진아였던 것 같아요.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고 즐겁게 학교 생활 했다고 합니다.


      시작은 달랐던 우리지만 결과적으로 부모 둘다 좋은 대학 못나왔는데 지금 하는 일이 (같은 업종) 대한민국에서 드물게도 학력과 무관한 일이에요.


      그래서 한글을 언제 떼고 책을 얼마나 읽고 이런 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에 따라 애를 키워왔고..


      하지만 도전은 의외의 형태로 나타나는 거죠. 흐흐흐..
    • 어? 저도 초등때는 그냥그냥 그랬는데 중등 배치고사때 전교 2등을 해서 그때부터 공부를 했던 경험이..

    • 아이큐는 미심쩍은 테스트긴 해유.

      저는 고2 때 총력을 다해 풀었지만, 총력을 다 해 휘두르는 담탱이 몽둥이에 아작이났슈ㅡ.,ㅡ 장난친다고


      그래도 대학도 가고, 밥도 먹고 살고, 인간 유인원인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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