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가고 싶어요.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고 그곳에서 계속 취업준비를 했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고 작은 회사에 다니다가

부모님이 계시는 지방으로 6개월 전쯤 내려왔습니다.

당신께서 하시는 일을 이어받겠다는 결정을 한 거죠.

일 자체는 싫지 않습니다. 벌이도 꽤 되고요.

다만...

다시 혼자 살고 싶어요. 그 공간이 서울이면 좋겠고요.

대학 입학 후 7~8년을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해왔고

그 독립적인 생활이 주는 자유와 낭만(이라고 표현은 하고 싶네요)에

너무 젖어있었나봅니다.

이곳은 서울도 고향도 아닌지라 연고도 없고

책 공연 영화에 환장하는 저로선 황무지 같은 곳이죠.

문화 인프라가 전무한 곳이에요.

CGV 하나 있긴 하네요.

일과 생활에 동기부여가 되고 반대급부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주변 환경에 전혀 만족을 못하다보니

나이 이십대 후반 다 큰 남자가 오춘기라도 겪는 마냥

툭 하면 뾰루퉁해있고 부모님과의 대화도 많이 줄었습니다.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요즘 같은 취업 시장에서

자영업으로 시작하는 것이니 그만큼

앞서가는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내지만

현재의 전 하루하루를 제 삶에서 꾸역꾸역 밀어내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차선으로 낸 아이디어가

친구들과 월세를 분담해 서울에 작은 원룸을 하나 구하는 겁니다.

내가 있는 곳과 전혀 다른 환경에, 내가 원하는 지역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면

달에 며칠이라도 마음 편히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 가치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근데 마음 맞는 친구를 구하는 게 쉽지 않네요.

우리끼리 아지트를 하나 마련하자는 생각엔 동의해주면서도

역시나 돈이 문제입니다. 다달이 몇 만원씩 매일 쓰지도 않을 공간에 세를 지불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겠지요. 저처럼 간절한 이유가 있는 친구들도 아니고요.

현재로선 결국 저 혼자인데..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말씀하시기에

조금 업 되서 피터팬에서 방 열심히 알아보다가도

남들보다 형편이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니면서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쌩돈 몇 십 만원씩 사람 없는 집에 쏟는 게 맞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정말 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정말 정말 이곳이 못 견디게 싫기도 하고..

며칠째 마음이 싱숭생숭 하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거 같으세요?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돈 벌었어도 어차피 나갔을 돈이니까 방 하나 구할까요?

아니면

좀 참고 견디면서 돈 모으고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 경제적으로 남에게 손벌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 돈을 모음으로써 미래에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기해도 될 정도로 시간할인율이 높은 분이라면요. 


      저야 문화생활에 그닥 큰 욕심도 욕망도 없어서 글쓴 분의 고민류는 사치스러운 것이지만, 본인에게 '간절하다'라고까지 생각이 된다면 최대한 빠른 시점에 해결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하시는 일 열심히 하셔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개점할 수 있게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하고. 서울에는 주말에만 올라와서 신나게 놀고 잠은 친구집. 찜질방. 사정 좋을 땐 호텔(요즘은 당일 최저가 호텔(모텔 아닌) 검색 앱도 많고 좋잖아요) 같은 데서 머무르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다 잘 살고 있으니 너무 못 살겠다 방향으로만 생각 마시고요. ^^
    • 서울이 아니라 다시 혼자 살고 싶으신 것 같아요, 쓰셨듯이.. 오래 혼자 살던 성인이 부모랑 같이 살게 되면 겪게 되는 일 같은데요. 문화생활이야 직장 다니면 서울에서도 평일엔 무리고요. 이십대 후반이시면 다시 서울로 직장을 구하시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아요.

    • 고향-서울 중간점에 집을 구하고 자취하시는건 안될까요?


      뭐 두 지역이 너무 멀면 소용없는 일이긴하네요. 

    • 우선 매달 며칠씩이나 서울에 왕래할수있는 시간을 낼수있다는게 부럽고요, 대단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그 며칠을 위해 방까지 마련하는건 꽤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네요. 굳이 방까지 구하지않아도 숙박을 해결할 방법은 많아보이지만 아마도 단지 숙박이 아닌 고정된 내공간을 원하시는것 같고 그보다도 지금의 환경이 저정도로 싫다면 과연 효과적인 해소법이 될런지도 의문입니다.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요.
    • 서울. 애증의 도시죠.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 의 강릉여자 유정이 딱 님과 같은 마음으로 주말마다 고속버스를 타요. 일을 그만둘 수 없다면 저런 식으로 타협을 하세요. 어차피 서울 살아도 평일에는 집<->회사 잖아요?
    • 제가 서울 살고 싶어서 20대 후반에 수입 좋은 직장 그만두고 서울에 정착했죠. 그땐 주말마다 서울을 왕복하며 서울시민보다 문화생활을 더 빡세게 즐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게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치되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벌이는 적고 지출은 많은 지금 생활에도 충분히 만족하지만 지금 이 생활이 내가 꿈꾸던 그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가끔 막연히 불안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적어도 부모님과는 떨어져 생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번 독립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부모님과 같이 살긴 힘든 것 같아요. 


      저라면 서울에 집을 얻을 돈으로 그 지역에 혼자 살 집을 구하고 서울엔 한달에 두어 번 바람쐬러 가는 정도로 타협할 것 같아요. 

      • 서울에 한달에 한두번 바람쐬러가는 정도랑 서울에 사는거랑은 천지 차이예요.


        뭐랄까, 서울의 모든곳이 내가 몸만 움직이면 되는 가까운곳에 있다는 생각과 서울에 가면 뭔가 해야할것을 하고 와야 하는 한정된 시간이요.


        이건 마치 쓰지는 않으면서 예쁜 그릇들을 모아놓고 보면서 즐거워하는 기쁨이나 한정판 피규어같은것들이 내방에 있는것 같은 즐거움이거든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허영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리워하는 그 공간속에 내가 있다는 것과 그것을 보러 매일 간다는것은 달라요.


        일단 쓰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것에서 주는 그 만족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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