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참 좋지 않나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참 좋지 않나요?

이 일련의 논란에서 제게 제일 의외였던건 이 소설을 안읽고 유년시절을 거쳐온 분이 많다는 사실!
저로써는, 아니 어떻게 이걸 안읽고 무사히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지? 싶을만큼 초등학교때 노출이 많았던 책이었거든요.

아주 어릴때부터 몇번씩이나 읽었던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고, 본격적으로 이 소설을 열독했던건 초등학교 4학년때였습니다.
요즘은 상상하기 어려울것 같은데, 그 당시에 저희 초등학교에서는 반에서 성적순으로 끊어서 열댓명을 선정, 교실에 새롭게 
할당되는 학급문고를 우선적으로 돌려가며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어요.
그리고 독후감도 써야했던것 같기도 하고..토론을 했던것 같기도 하고..어쨌든 조금 강제성이 있어서 받게 되는 책들을 탐독했어야 했죠.
개중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끼어있었어요.
익숙한 책이었고, 몇번 봤던것 같았고, 워낙 흡입력있는 소설이라 쑥쑥 읽혔죠. 
그리고 그때 대성통곡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기억나요.
그 때 인상이 너무나 강렬하게 제게 각인되어서 이후에도 가끔씩 찾아보는 책이 되었어요. 

아이유 논란과 관련해서 이 책을 얘기하시는 분들중 일부는 무슨 제제가 가정폭력 피해자의 전형.무슨 고발소설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브라질의 어떤 가난한 마을 뿐만 아니라, 어린시절 우리도 어느정도의 폭력은 감내해야할 성장기의 진통 아니었나요? 저만 그랬던거에요?;;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된다기보다 그냥 성장통이 서글픈 풍경으로 묘사되는 소설이었죠.


소설에서 제일 의외였던점.
제목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면서, 사실 라임 오렌지 나무는 제제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요.
초중반부만 되도 라임나무는 어느새 소설의 시선에서 아예 사라졌다 마지막에는 보란듯이 제제가 라임나무의 존재에 대해 방점을 찍죠. 
그게 뭐냐고.그것따위 진즉 안중에 없었다고..(마음에서 베어진지 오래라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소설에는 쓰여있지만..)

제제야.뽀루뚜까의 죽음 이후 널 위로해줄 수 있는게 나무인줄 알았어ㅜ.ㅜ 뭔가 있는줄 알았어.ㅜ.ㅜ

제제의 성장에 중요한 상징물이자 메타포일것 같은데 책을 읽으면 예상외로 너무나 존재감이 없는 나무..
근데 전 그게 좋더라고요. 맞아. 나무따위가 어찌..
    • 저도 아동학대 운운은 의아했습니다. 자식 놈이 '벌거 벗은 여자가 좋다' 어쩌고 이상한 노래를 불러서 아빠한테 뒤지게 혼나는 부분은 기억이 나기는 하지만, 그게 학대였나...


      덧붙여, 저 집 아저씨가 '아이고 내가 미쳤지 저 놈이 나를 놀리려고 저 노래를 부른다고 생각했으니' 하면서 후회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대체 그게 어떻게 놀리는 노래가 되는지 설명이 가능하시면 댓글 좀...

      • 다섯살 짜리 아이를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린게 아동학대가 아니라면... 저와 같은 책을 읽으신것이 맞는지 궁금해지네요

        • 설정상 다섯살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화자가 다섯살 같지 않아서 완화된 것이 있고, 멍이 들었다는 것도 세세한 묘사는 없어서 그렇게 읽힌 모양입니다.

    • 저는 이희재 화백의 만화 이미지가 원작소설보다 더 강해요. 


      단행본으로 발매된 채색판은 보물섬으로 보던 예전 추억을 망칠까봐 못보겠어요.


      9YbGO8l.jpg
      • 저는 아예 삽화가 없는책이었어요

        초등학교때 그 책은 잘 기억 안나는데 이후 집에서 찾은 책은 매우 오래전에 성인용으로 후속작 정전자까지 연속으로 실었던 책이라. 제겐 큰글자에 뭔가 팬시한 요즘 출판본들은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십년전 나왔던 완역본도 별로였어요.


        처음 보던 책의 이미지라는게 참 중요한가봅니다.
      • 저도 이 책으로 봤어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하면 이 삽화가 반사적으로 떠오릅니다.
    •  저는 아동학대를 끔찍하게 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런 어린 시절을 겪는 아이들이 있구나 했던 기억이 나요. 


      두둘겨 맞아서 멍들은 몸을 보고 아저씨가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거 읽고 저도 막 울었던. 

    • 네 그런건 일상이라는 얘기를 토로하고. 사실 아버지에게 혁띠로 맞아서 며칠을 신음하며 앓아 눕는 장면도 나오죠.


      그것때문에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고 스스로도 어찌해야할바를 모르기도 하고요. 용서를 빌고 제제도 아버지를 이해하긴 하지만 그 관계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것들이 특별히 아동폭력의 피해자로써 특별한 화두를 소설이 가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제제가 사는 그 가난한 동네에선 그게 일상일것 같은 모습들.. 특별히 제제는 말썽쟁이라서 더더욱 어른들에게 많이 당하고 자신을 악마라고 여기지만.
    • 전 제제가 아버지 한테 혁대로 맞는 부분에서 "내가 뭔가 잘 못 읽었구나 다시 보자" 하고 그 부분을 다시 읽었던 걸 또렸하게 기억해요.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아마 그런 아이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아서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당연히 아동학대라고 생각 안 했죠.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으니까. 폭력은 당연히 학대 아닐까요? 그것도 가족에게.
    • 작년에 읽었어요.

      커서 읽으니 제제가 가엽고 그럼에도 대견하고 귀여워서 울었었어요.

      아기 엄마인 친구들에게 추천도 했었고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아이유의 느낌과 창작은 존중합니다.
    • 전 국딩때 읽었는데(의외로 읽은 장소까지 생생하게 기억하네요) 좋다 싫다 이런 것보다도 역시 life...sucks 이런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그땐 당연히 저런 영어를 몰랐지만, 어렴풋이 인생이 다른 동화책에 나오는 권선징악적이고 해피엔딩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흘러갈 거란 걸 느끼기 시작했던가봐요.

    • 아뇨. 끔찍한 소설이었습니다. 이게 누군가에겐 훈훈할 수 있었다니요..
    •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 소설 내에 폭력적인 장면들과 욕설이 너무 자주 나와서 충격적이었어요. 그 전까진 가볍거나 하하호호하는 내용의 동화와 소설들만 읽었기에....
    • 헉.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의외로 초등학교 시절에 정말 깔끔하고 아름다운 유년기를 보내거나, 혹은 그런 책들만 보셨다는게 더 충격...!


      아동용으로 나오던 중국기담 전집만 해도 아이들은 싱거운 죽음이 일상이고, 무서운 존재에게 뜯겨먹는 존재였는데!ㅜ.ㅜ

    • 끔찍한 이야기였어요. 몇번이나 다시 읽어도 희망이 없는.

    • 중딩에서 고딩으로 넘어가던 시점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성장소설이 <데미안>이라면 초딩에서 중딩으로 가던 시점의 그것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였던거 같아요. 한동안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전에 뒤적거리곤 했었죠. 처음 보는 이국언어로 된 이름들과 야만성이 일상화된 가난한 동네의 풍경,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가슴아픈 상상력과 성장통 같은 것들이 지금도 마음 욱신하게 기억나네요.
      • 공감해요!


        그런데 전 당시 추천을 그렇게 받은 데미안이 그렇게 딱 와닿는게 없더라고요. 헤르만헤세는 수레바퀴아래서도 그렇고 그냥 저랑 안맞는건지..


        저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오정희의 새로 넘어갔었죠.다 밞히는 유년들의 이야기네요..

    • "국민학교" 시절엔 "잘못하면, 맞는다"가 당연했었습니다. 개개 가정의 정도 차이가 있었겠습니다만.


      그래서 긍가 저 시기에 저 소설을 읽으면서 위화감보다 동질감을 느꼈나봅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서 좋아요.

      • 전 초등학교 다녔지만 이 댓글이 제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네요. 제제가 맞는건 별로 충격적이지도 않았고 아빠가 사과하는게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으니...

      • 국민학교 보단 초등학교라는 말이 더 자연스레 느껴지는 세대지만 초등학생 시기에도 현실의 폭력에는 익숙했어요. 애초에 어른에 의한 건 물론이거니와 아이들끼리의 관계에서도 만연했던 게 폭력이었으니...

        다만 잔혹한 내용과 욕설이 가득 담겨있는 소설이 초등학교 내에서 추천도서로 지정되어 있는 점 때문에 크게 놀랐었죠. 가벼운 욕만 해도 큰 잘못이라 교육받던 시기였기에....
    • 제가 바로 이 책을 축약판으로도 읽지 않고 정규교육을 마친 사람인데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뭐 때문인지 한번 읽어볼까 했더니 제 취향 잘 아는 친고가 읽어봤자 빡치기만 할 걸? 이라길래 관둔 탓에 여전히 안 읽었습니다. 근데 댓글 보니 안 읽길 잘했단 생각도 들어요.
    • 제 인생의 책이에요. 밍기뉴, 슈르르까..
    • 읽어본게 십수어년전이지만 황금의 아이라는 말이 제일 기억에 아직 남아 있어요. 제제의 매력은 그런 면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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