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누가 되는게 뭐가 중요하냐는 말
오늘 페이스북에서 본 글인데,
요약하자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 바꾸는 게 사회를 변혁시키는데 의미없다는 걸 알게됐다.
뭐 이런 글인데요.
많은 사람들의 라이크를 받고 있더군요.
전 좀 의아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나서,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 사회가 참 많이 바뀌는구나,라고 깨달았는데요.
아마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서 그런 듯 합니다.
제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좌파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랬다거나, 내 월급이 좀 더 올라가거나, 서민 경제가 융성해지고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저녁있는 삶이 실현되고 노조가 활성화되고 노동자 세상이 펼쳐지고.... 뭐 이런 것 때문에 투표한 것이 아니었어요.
위에 말한 것들이 이뤄지기 위한 기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리버럴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국의 좌파가 가장 정치적 목소리가 높았죠. 의회 의석도 많았고. 노무현 대통령 자신은 좌파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신이 진정으로 좌파적 세상을 원한다면, 그럼 민주주의자에게 투표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만약 진짜 좌파 이론이 옳다면, 그리고 민주주의가 충분히 실현되어 있다면 그 민주주의 국가는 알아서 좌파의 길을 가겠지요. 스웨덴이 그랬던 것처럼.
아무튼
양비론, 피장파장 이론,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다, 이런 말 정말 혐오합니다.
무리는 강한거 보다 약하죠.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혐오를 이끌어내기 위한 어그로라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면 그냥 등신이던가.
그럼 뭐가 중요하답니까. 의지를 갖고 하면된다는 정신이요?
전 사실 노무현때는 잘 못 느꼈었는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참으로 중요한 위치입니다.ㅠㅠ
글쎄요. [송곳]에도 나오듯이 그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조 변호하던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되면, 파업했다고 구사대한테 두드려 맞아 죽지는 않는 세상이 되겠지 꿈꾸며 투표했습니다. 이 말은 원래 희망버스 기획했던 송경동 시인이 한 말로 알고 있어요. 유시민 선생이 [송곳] 감상에서 말한 대로 정권 잡은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 세상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렇게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죠.
정권 하나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뀐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먹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노무현정권하에서 배웠습니다. 너무 간략하게 요약해주셔서 원문이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짐작할 길이 없지만, 페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랬을 거예요. 김대중노무현에서 이명박박근혜로 바뀌면서 정말 많은 것들이 갑갑해졌지만, 동시에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일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는 일을 대통령 한 명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이 갈리는 것 같네요. 저는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일"의 부분에서 좋은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고 "대통령이 어찌 하기 힘든 부분"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일들 영역(민주주의, 상식의 사회)에서 변화가 일어나야지만, 그 나머지 부분에서도 연쇄효과가 생기는 반면,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그 영역에서 심히 퇴보하기 시작하면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도 지장을 받기 마련이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민주주의가 충분히 보장되고 정보공유가 원활히 일어나는 사회라면, 당연히 서민 중심의 정책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