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단골 카페에 대한 잡담.

구직자로서의 하루를 카페인과 함께 시작하기 위해 단골 카페에 왔습니다. 이 곳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해요.


1.
여기는 '취미로 하는 카페'에 대한 로망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 같은 곳이에요. 그리 크진 않지만 꽤나 근사한 테라스가 있고, 스피커에서는 가요 대신 재즈가 흘러나와요. 무엇보다 손님이 그렇게 많이 드는 곳이 아니라서 사장님과 알바생이 단체로 멍을 때리는 시간이 많은 곳이지요. 전체적으로 나이브한 분위기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곳입니다.


2.
사장님의 배째등따 정신은 커피에서도 드러납니다. 의외로 꽤 괜찮은 원두를 구비해놓고 드립커피만을 취급하는데, 단가가 좀 센 편이긴 하지만 1회당 2000원만 내면 무제한으로(아마도요) 리필을 해주거든요.


3.
하도 자주 와서 얼굴 도장을 찍다보니 카페에 오면 주문대신 사장님과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시시한 농담을 주고 받아요.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카드를 내밀면 물 흐르듯 결제가 진행되고, 커피가 나옵니다. 한번쯤은 꼭 '늘 먹던걸로.' 라고 시크하게 주문해보고 싶은데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4.
오늘처럼 아침 일찍 카페에 온 날이면 보통 2번 정도 리필을 해요. 카운터 앞까지 가서 리필을 부탁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요즘엔 사장님의 배려로 천원짜리 두 장을 꺼내 머그잔으로 눌러 놓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돈과 잔을 가져갑니다. 그러면 알바생이 커피를 갖다줘요. 그래서 비교적 일관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5.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알바생이 귀엽습니다! 나름대로 친절하고 상냥한데, 출근하면 쿨 뷰티 상태로 모드 체인지를 하는지 좀처럼 웃지를 않아요. 그래서 괜히 환하게 웃는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저 여자가 과연 나한테 번호를 줄까?' 하는 궁금함에 여자분들의 번호를 묻는 게 1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있었는데, 그 시절의 호승심같은 게 아직 남아있나봐요.


6.
취업에 성공하면 연락처를 물어볼까...하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또 모르죠. 어느 날 좋은 날에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늘 먹던 걸로 주시고 실례지만 연락처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저질러버릴 수도 있겠지요. :)
    • 7. 모바일이라 수정이 자유롭지 못하네요. 아직까지 손님이 저밖에 없는데, 이렇게 가만가만 멍때리고 있으면 우주를 대출 안 끼고 전세낸 기분이 들어요. 취업문제나 우주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좋으련만.
    • 하 낭만이 있네요.ㅡㅡ;; 어느 카페인지 몹시 궁금합니다. 참 이런 데 돈 쓰라고 돈 벌고 사는거다 싶어요 ㅎㅎ

      • 그냥 제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흔하디 흔한 동네 카페에요. 지금처럼 이렇게 목가적인 분위기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장사가 잘 되어서 오래도록 영업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네요 :)
    • 5. 6... 연락처 확보에 성공하시길. 홧팅.. (아차 취업이 먼저인가?)

      • 하하하, 사실 우선순위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실 오늘이라도 물어보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혹여나 까이고(?) 나서도 이 곳을 지금처럼 제 집 드나들듯 방문할 자신이 없어서요 ㅠ.ㅜ 아직은 그 알바생보다는 이 카페가 더 좋아요 :)
    • 역시 남자 알바는 안돼...ㅜ
      • 그렇지만도 않답니다. 4년 전 이맘때 취미로 바리스타 준비하려고 카페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대쉬하거나 번호 물어보시는 여자 손님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근처에 여고가 4곳이나 되어서 여고생들도 자주 왔었는데, 진동벨 돌려주는 척 하면서 제 손을 덥썩 잡고 도망간(...) 친구도 있었지요.
    • 흐음... 저희 가게엔 "늘 먹던 걸로" 하는 손님이 반까진 아니어도 한 30%는 되는 걸요. 심지어는 가게 밖에 손님이 어른어른 보이기 시작하면 주방에 먼저 주문 들어갑니다. ㅎㅎ 슬로우카페를 표방하며 패스트푸드점이 되어가고 있다는... 동네 단골장사하는 가게는 손님 취향 거의 파악하고 있으니 한 번쯤 시전해 보셔도 민망하실 일은 없을 거라 사료되옵니다만.

      • 제가 유학생 시절 다니던 카페는 늘 먹던 걸로 이런 얘기 할 필요도 없이 주문도 할 필요없이 잽싸게 늘 마시던 커피를 내줘서 참 고마웠는데 가끔, 아주 가끔 다른 커피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긁적)

        • 하하, 맞아요. 저도 항상 예가체프를 조금 진하게 내려서 마시는데 저도 가끔 다른 게 먹고 싶은데도 알아서 해주시니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죠


          그냥 '늘 먹던걸로 주세요.' 라고 또박또박 말해보고싶은 소망이 있네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같은 쌈마이함이 느껴지잖아요?


          자연스레 시전하려면 아무래도 친구를 데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 취업과 대쉬성공 둘다 성취하시길..
      • 취업도 대쉬도 좋은 때가 있겠지요. 격려 감사합니다 :)
    • 연락처를 줄까? 싶어 물어보신다구요?

      그럼 연락처를 주면 어떻게 하시나요?

      잼있네요.

      저도 매일가는 카페가있어요.

      여긴지방이라 이런 사람이 별로없어서 저를 보고 놀래는사람도있어요.

      전 앞으로 이런문화가 되야한다고 생각해요. 단골카페에서 늘 커피를 한잔 마시는거. 당연한거..

      하지만 여긴지방이라 님처럼 연락처물어보다간 카페알바들 물망에올라있을거같네요.

      근데재미있네요.

      아직내가 먹히나 안먹히나 알아보는거
      • 한창 번호 따고 다닐 때는 말 그대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던 거니까 그 때 그 때 저의 기분따라 달랐어요. 계속 꾸준히 연락을 해서 잘된 적도 있고, 받고 나서 아예 연락을 안 한 적도 있고요 :)


        그 당시에 제일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내 핸드폰에 직접 번호를 찍어주는 것 그 자체이지 잘 되든 안 되든 심지어 그 여자가 그냥 대충 아무 숫자나 눌러줬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알바생 양에게 연락처를 받게 되면 일단 웃는 모습이 보고 싶은거니까 웃게 만들어야겠지요.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관계를 진전시키려고 노력할수도, 아니면 아 웃는거 봤다 헤헤 하고 멈출수도 있겠지요..?
    • 영화의 주인공 같군요. 저 마지막줄이 이 영화의 엔딩이길 응원합니다^^

      • 헤헷 감사합니다 :)

        결과야 어찌됐든 그냥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재밌고 좋은데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 쏘딩님에게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군요. 아 저 아줌마입니다. ㅋ

      • 기억하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준비된 개들 aka stand-by Wolves'의 수장이기도 하지요 :)

        • 아앗 그분이시군요 이성적 매력에서 동지애적 매력으로 전환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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