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십대

올 가을에 옷 한 벌을 버렸는데, 노스페이스에서 나온 평범한 티셔츠 한 장이에요.


십 년쯤 전에 군에서 제대할 때 후임들이 사준건데, 정말로 감탄스런 것이 라운드 티임에도 아직도 목이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색이 바래서 볼성 사나운 꼴이 되지 않았다면 버리지 않고 십 년은 더 입었을 거에요. 브랜드와 비 브랜드의 차이를 느끼는 지점이 바로 여기지요. 천이 좋고, 마감이 꼼꼼하다는 점. 홍대에 나갈 때 로드샵에서 "예쁘다!" 해서 사오는 옷들은 당장은 입기 좋은데, 방법을 준수해도 세탁 몇 번만 하면 옷이 확 늙어 버리더라고요. 스탠다드 재즈넘버와, 최신유행가요를 보는 것 같은.


십대들 사이에서 윈드 자켓이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지요. 남녀를 불문하고 등짝에 노스페이스 브랜드 로고가 박힌 검은색 윈드 자켓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그때 그거 입었던 십대들이 지금은 다들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나왔겠지요? 그들은 진작 윈드 자켓을 버렸지만, 아저씨인 저는 아직도 환절기만 되면 장에서 꺼내어 탈탈 털어 굳세게 입고 다닙니다. 유행 끝물에 50% 세일 하길래 구입을 해서 잘 입고 있지요. 사실 "바람막이" 라는 게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지상요원들이나, 등산 도중 휴식시간에 체온보호를 위해 잠시 꺼내어 입는 기능성 의류잖아요. 천은 바스락 거리고, 적절한 온도를 맞추기에 부적합한 옷이라 평상복으로 입기에 굉장히 불편한 것인데 애들이 이걸 왜 좋아했나 의아하긴 해요. 어쨌든, 튼튼하기는 무슨 군복처럼 튼튼해서 앞으로도 5년은 거뜬히 입을 것 같네요. 


작년까지 계급 문제로까지 비화되던 패딩은 완전히 죽어 버렸나 봐요. 아침에 학생들 보니까 코트를 입고 있더라고요. 그래요, 교복에는 코트지요. 핡핡(남자애들은.. 벗고 다니든지 말든지) 유행이 돌고 돌아서 좀 더 나이스 해지기는 했지만 제가 학창시절에 그렇게들 입고 다녔던 더플코트도 재등장했고. 부디 요즘 학교는 난방이 잘 되어서 저 예쁜 애들이 떠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남자애들은.. 얼어 죽든지 말든지) 패딩이 애들 교복으로 등장했던 것도 학교가 너무 추우니까 일단 살아보자고 끼어 입다가들 유행이 됐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코트에서도 계급이 나뉘나 봅니다. 캐시미어가 몇 %인가 그런 걸 따지나 보더라고요. 나이키냐, 나이스냐 따지다가 에어조던을 신었니, 마니로 발전한 패션 계급화는 이제 어떤 동물의 털을 얼마나 썼느냐로. 정말 별 것 아닌 것들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다가오는 나이니까 이해를 해야 하겠지만, 이제 늙어서 그런지 "뭘 그런 것까지 남들 신경쓰고 그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삼십대가 감히 십대를 이해하려 들겠다는 자세부터가 건방진 일이기는 하지만. 



    • 마지막 -> 그런 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잘 들어 두었다가 시비가 걸릴라치면 "얘, 느이 엄마아빠는 네 과외비로 80만원을 달마다 쓴다는데 네 버릇 모양새는 왜 그모양이니?"라고 말하려고 준비를 해 두었는데 때리지도 않았는데 때렸다고 소문이 나고 말도 안 붙였더니 정말로 말 없이 두들겨 패는 사람이라고 제가 소문이 나더군요.....당연히 준비한 건 말을 못 했고 때린 건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보통 그런 애들이 의자도 남의 거 가져다 쓰는 지라 손짓 한번 했더니.

    • 오래 쓰냐 오래 못쓰냐 차이가 확연한 것들 중 옷이 앞줄에 있죠 물론 가격대비를 따져.

    • 삼십대도 집 크기,자동차,배우자로 은근히 계급이 나닙니다.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죠
    • 윈드브레이커가 기능성도 좋지만 캐주얼하게 입기도 무난하게 좋은 옷이죠. 저도 좋아해요. 운동할 때 입고, 좀 추울 때 가볍게 외출할 때도 입고...


      그리고 코트 얘기가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코트는 마진 무지하게 챙겨먹는 제품 중 하나라 굳이 신상이나 올시즌에 나온 걸 챙겨입는 분 아니시면 이월로 구매하심을 추천 드려요.


      그리고 재질은 분명 차이가 있어요. 코트가 모냐 캐시미어냐 폴리냐 혼방이라도 비율 따라 소재 재질 천차만별입니다. 저겉은 경우 좋은 소재로 된 제대로 입는 코트랑 스타일만 연출할려고 입는 코트가 있는데, 후자가 거의 폴리만 들어간 거거든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소재의 촉감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고, 폴리 코트의 경우 제대로 관리 안 하면 그냥 헝겊쓰레기같이 돼버리는 수준입니다.
      • 안 그래도 코트 한 벌 사려고 요즘 틈틈히 백화점 다닙니다. 결론은 지하 1층 만두로 끝나지만. 가장 심플한 디자인에 양털로 짠 제품을 찾아 쇼핑의 밀림을 헤매고 있지요. 캐시미어 제품은 손질이 어렵고, 적으신 대로 폴리에스테르 제품은 잘못했다간 먼지귀신 꼴을 못 면하니까요. 얼어 뒤지더라도 마지막까지 후까시라능!!
    • 한 이십년 전쯤 지금은 망해버린 지방 백화점 옷 매장을 에스컬레이터 타고 스쳐 올라가며


      '저 많은 옷들이 다 어디로 갈까' 했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너 우울증이냐? 왜 그런 걸 걱정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 전.. 우울하지 않아요..(다..당과 비타민D가 필요해..)
    • 올해 더플코트가 다시 유행이라는 반가운 얘길 들었네요. 사실 전 유행 신경 안쓰고 편한대로 입는 인간입니다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코트 스타일이 유행이라니까^^
      • 그런데 왜 떡볶이 코트라고 불렸을까요? 따지자면 그거 티라노의 발톱에 가깝지 않나요?
        • 저도 그 떡볶이…라고 부르는게 싫어서 '더플코트'라고 고집스럽게 부르곤 했는데, 친구들이 못 알아들어서 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추가 떡볶이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네요. 물론 제 눈엔 절대 그렇게 보이진 않습니다만, 티라노 발톱은 생각도 못했는데요.
    • 전 더플만 입으면 중학생같단 소릴 지겹게 들었는데..지금 입으면 늙은 중학생같다고 하겠군요.ㅡㅡ;;;;(동안 얘기가 아님)



      좋아하는 스타일과 어울리는 스타일의 극심한 괴리. 아아.

      • 한 때 온 장안의 여자들이 A형 코트를 입고 다녀서 아연했던 적이 있어요. 저거 유치원 패션 아닌가? 다시 유행이 돌아왔다니 둥굴게 말려 가는척 기쁘게 입읍시다.
    • 노스페이스 기본 로고가 박힌 쭉티는 산 지 12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잘 입고 있어요. 당시 유행하던 허영호 캐릭터같은 게 프린팅된 것들은 이미 쩌저적 갈라져서 잠옷으로 쓰고 있지만요.


      한창 바람막이가 유행할 땐 13바막(13만원 짜리 바람막이)부터 시작해서 17바막, 21하벤(하이벤트), 29고어(고어텍스) 뭐 이런 식으로 가격과 소재로 급수를 나눴었죠. 그 당시 국민 패딩은 노스700이었고요...




      등골브레이커로 유명했던 고가의 패딩들은 소위 '대장급 패딩'으로 불립니다. 유행이 시들해졌다기보다는 이미 유행을 초월한 기본템이 되었어요. 유행은 좀 더 시의성이 있는 뭔가겠죠.


      떡볶이 코트 자체가 유행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예전 스타일이 각광받는 것 같아요. 요즘 애들이 동묘나 광장시장에 가서 구제 옷들을 쓸어담아오는 게 심심찮게 보여요.


      거기에다가 팀버랜드 워커를 신고, 통이 넓은 청바지에 심플한 우븐 벨트를 차는 데 그게 엄청 길어서 한쪽 끝이 무릎 언저리까지 내려오죠.


      가을엔 오버롤(멜빵바지...라고 해야하나요)과 아노락(바람막이 재질의 후드티)도 유행했었고요...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랑 별 다를게 없어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복고'라는 말도 안 쓰고 '올드스쿨'이라고 표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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