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버킷리스트에 대한 잡담.

1.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에 보면 이런(비슷한) 구절이 나와요. 만국박람회 aka 만박에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어서, 혼자서 머리속으로만 수백 번 수천 번 그 곳의 풍경을 그렸다고요. 네, 그것은 비뚤어진데다 행동력까지 갖춘 만박덕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 대서사시인 것입니다. (뻥)


2.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라니. 아직은 그렇게 와닿지 않아요. 뭔가 하고싶은 게 생기면 어지간해서는 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이거든요. 엄밀히 따지면 발생하지 않은 일들 가운데 현 상황에서 가능한 일들만을 소망하는 거죠. 이를테면 '무수히 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수지와 30초의 아이 컨택 후 불꽃같은 사랑 끝에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같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쓰다보니 그거야말로 남자가 평생을 바칠 일이라는 생각은 조금 들지만요. :)

불가능에 가까울정도로 무모해서 지인들에게 '야 이 미친놈아' 소리를 듣는 여러 가지 시도들도 사실은 대부분 이런 맥락이에요. 그 일 자체가 정말 하고 싶었다기보단 이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거든요. 이래서 필리어스 포그는 80일 간의 세계일주를 시도했나봅니다.


3.
그래서 제가 가진 미완의 소망들은 버킷리스트라기보다는 위시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아요. 넵. 장바구니요... 대부분 물질적인 거죠.


4.
3달쯤 전에 고급의 놈팽이에서 일반 놈팽이로 진화하면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년동안 갖고 싶었던 듀퐁 라이터와 아우터 한 벌을 샀어요.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오다 유지가 항상 입고 다니던 피쉬테일 M65 야상, 일명 개파카를요. 어떤 도메스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모든 오리지널 파츠와 호환이 가능한 복각판을 내놨더라구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쯤은 나중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긴 해요. 근데 선뜻 시도조차 못 해보겠어요. 소망이 충족되었을 때의 쾌감보다 목표가 사라졌을 때의 공허감이 더 크더라고요. 두근거리며 기대했던 것에 비해 뚜껑을 열어보니 별 거 없을 때의 그 배반감도 싫고요.

그런 의미에서 피라미드 건설이나 마왕 퇴치, 공주 구출같이 크고 아름답고 원대한 뭔가가 아니라면 당분간은 요원한 일인듯 싶어요.
    • 2.'수지'라니.. 하고많은 '김태희', '신민아','전지현' 놔두고 '수지'라니요.. 역시 꾸준한 사진 올리기는 손쉬운 세뇌법인듯. 


      3. 제가 가진 미완의 소망은 '말 안통하는 사람과 소통하기' 랍니다. 허허 과연 죽기전에 '이만하면 되얏다!' 이 지점에 이를 수 있을지..


      4. 아우터도 '듀퐁'인가요? 근데 여기서 듀퐁이 그 나일론 만드는 회사 '듀퐁'과는 다른 거죠?


        '도메스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모든 오리지널 파츠와 호환이 가능한 복각판을' -> 흠 잡지에서 흔히 보던 구절 같은데 옷이 흥부네 옷처럼 조각조각 이어져 있는 건가요..


      5. 저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 '이거 할때의 쾌감을 알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명박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해요. ㅠ ㅠ


      그러나 저는 이명박과 달리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가 해봐서..'따위 문장은 말안하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시도한다는 것은 좋은 겁니다.

      • 2. 사관 후보생 시절 땡볕에 산 타면서 빡시게 구르고 나서 훈육장교님이 선심쓰듯 '요즘 밖에서는 말야~'하면서 틀어준 영상이 미쓰에이의 데뷔곡 뮤직비디오였거든요.


        민간인이 된 지도 꽤 오래지만 여전히 수지는 저에게 사바세계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같아서, 이렇게 여자 연예인을 거론할 때가 되면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되더군요. :)




        3. 평생을 정진할만한 목표네요.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4. 아니오. 라이터만요 ㅋ.ㅋ... 그 왜 <타짜>에 지겹게 나오는 잘나가는 언니 오빠들의 상징같은 느낌이라...


        제작사인 S.T. 듀퐁 사가 의류 메이커로 알고 있긴 한데, 채찬 님이 말씀하시는 그 회사랑 같은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도메스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모든 오리지널 파츠와 호환이 가능한 복각판을' 이라니...이게 그냥 핸드폰으로 두다다다 쓸 때는 제법 쓰기 편해서 저도 모르게 보그체를 시전해버렸네요.




        5. '목표'는 카페인과 타우린, 니코틴으로 작동하는 1염통 엔진을 굴러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지요. 다양한 시도를 하되 결과보다는 시도 그 자체나 과정에 의미를 두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아요... 

    • 도메스틱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모든 오리지널 파츠와 호환이 가능한 복각판을 _ 에 대해 제가 상상한 것 :


      <춤추는 대수사선>의 등장인물이 입고나오는 옷인데, 기본이 되는 파카가 있고 거기에 뭔가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걸 어떤 소규모 브랜드에서 자체제작하였다. 그리고 글쓴이는 그것을 구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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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통찰력이십니다. 요렇게 생긴 옷인데 이게 1950년~60년대 미군 보급품이거든요. 


        군용품이다보니 사계절 돌려입기(...)가 용이하도록 내피 + 후드 + 퍼 등이 탈부착이 가능하게 나왔는데 제가 산 제품과 완벽하게 호환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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