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이 오네요
펑펑 눈이 오네요. 온세상이 하얘졌어요.
함박눈이 오니 그냥 좋아서 눈에 관한 시를 찾아보고 있어요.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싸락눈
김소운
하느님께서
진지를 잡수시다가
손이 시린지
덜
덜
덜
덜
자꾸만 밥알을 흘리십니다.
눈사람
권혁웅
눈사람은 온몸이 가슴이다
큰 가슴 위에 작은 가슴을 얹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토록 빨리 녹는 것이다
흔적도 안 남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사람마다 눈에 대해 느끼는 것도 제각각일 텐데
바쁜 출근길에 내리는 함박눈은 또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요.
시인들은 직장인이 아니어서 그런 시는 못 쓰나 봐요. ^^ (써주면 재밌을 텐데...)
그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눈 쌓인 골고다 언덕을 넉가래로 힘겹게 밀며 오르시메, 마침내 이르신 언덕 마루에서 문득 오르신 경사로가 말짱 하얗게 눈덮인 모습을 보시며 탄식 하시기를.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좀 비장한 시 한 편~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
최영미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한 여름이 가을이
한 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펑펑 눈이옵니다 동요가 그렇나요 아닌거 같은데.
오옷, 이제까지 펑펑으로 알고 있었는데 충격이에요. orz
펄펄은 물이 끓을 때 쓰는 단어로만 알고 있었는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와있네요.
①많은 양의 물이 용솟음치듯 몹시 끓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②몸이나 온돌방이 아주 높은 열로 몹시 뜨거운 모양을 나타내는 말
③사람이나 물고기, 새 따위가 크고 기운차게 뛰거나 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3번 뜻으로 쓰였나 봐요. 이 노래의 작사가는 눈이 몹시 기운차게 날아다닐 때 작사를 하셨군요. ^^
가끔영화 님께 동요 같은 눈사람 노래 한 곡~
Ella Fitzgerald - Frosty the Snowman
오오, madhatter 님 시인이셨군요. ^^
저는 이렇게 짧게 핵심을 말하는 시가 좋더라고요.
눈이 머리에 쌓인 분들과 가슴에 쌓인 분들께 모두 흥겨운 노래 한 곡~
Carpenters - Sleigh Ride
얼마 전에 수코타이에 가셨다더니 지금은 치앙마이에 계시는군요. ^^
타이 한번도 못 가본 사람 여기 있는데 사진으로 구경 좀 시켜주세요. ^^
양준모 - 눈 (김효근 작사 작곡)
팝가수가 불러도 좋네요.
오늘 할 일 많은데 계속 눈이 내려서 큰일이에요. ㅠㅠ
Harry Nilsson - Snow
아주머니 합창단 상당히 좋네요.
화면 크기 따라해봤어요.
오, 합창으로 들으니 더 고요한 느낌이 들어서 좋은데요.
가끔영화 님은 가끔 저랑 음악적 취향이 통한다니까요. ^^
옥상달빛 - 하얀
향토적이라고 부르나요 본문 예시의 시들이요.
향토적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눈이 오니 그냥 동시같이 꾸밈없고 단순한 시가 땡기네요. ^^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답게 말해 주고 싶은데 그럴 때 능력자 시인분들을 호출하는 거죠. ^^
장모종 님께도 시 한 편~
눈 오는 소리
오세영
그리운 이에게는
왜 이다지도 할 말이 없는가.
진한 커피 향으로도 가시지 않는
그 목마름.
심야에 일어나 편지를 쓴다.
밖엔 적막하게 눈내리는데
쓰고 지우고 지우고 쓰고
하얀 종이 위에선 밤새
사각사각
펜촉 스치는 소리.
눈눈눈 아이들의 자연스런 눈빛이여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를 말았으면
눈눈눈 부모의 눈 태양보다 강한 빛이여
내 맘 속에 깊이깊이 용기를 심어 주셨네
눈눈눈 젊은이의 눈 타오르는 눈빛이여
한번 지나면 다시 못오는 길을
어찌하며 걸어갑니까
눈눈눈 대학의 눈 민족의 등불이여
일년에 두번 가을하고 봄 축제가 껀수로구나
눈눈눈 농부의 눈 자랑스런 눈빛이여
저 들판에 패인 벼들이 물결처럼 춤추는구나
눈눈눈 새하얀 눈 아가 눈과 닮았구나
신들이여 왜 인간들에게 싸움을 주셨나이까
하얀눈이 내리네 눈을 맞으며 눈길을 걸어가네
눈눈눈 할머니의 눈 세월속에 흰머리가
주름살과 함께 같이 살았네 황혼의 눈빛이여
눈눈눈 할아버지는 눈 무엇을 아쉬워할까
젊은날의 그날을 생각하면서
담배불만 태우시네
눈눈눈 패자의 눈 아름다운 눈빛이여
구름 속에 가린 달도 구름이 지나면
다시 제빛을 찾는다네
눈눈눈 어둠의 눈 언제나 슬픈 눈이여
눈물어린 세월이지만 잊지마라 고향하늘을
눈눈눈 대학의 눈 하얀 옷과 무궁화꽃
배달이 민족 부모형제야 조국의 나무들아
눈눈눈 민족의 눈 비바람에 씻긴 눈이여
우리의 소원 통일이여 모두가 기다리네
이땅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아
눈 한번 다시 떠보자
-신형원 노래
이 노래는 뭔가 스케일이 큰데요. ^^
스케일 작은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 한 곡~ ^^
10cm - 눈이 오네
전에 대전과 충남에만 함박눈이 와서 부러웠는데 경기도에도 첫눈부터 함박눈이에요.
날씨가 따뜻해서 실컷 퍼부어도 길에 쌓이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이병우 - 눈오는 매점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박상순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보라는 좋겠다.
폭설로 무너져 내릴 듯
눈 속에 가라앉은 지붕들은 좋겠다.
폭설에 막혀 건널 수 없게 되는 다리는 좋겠다.
겨울 강은 좋겠다.
그런 폭설의 평원을 내려다보는
먼 우주의 별들은 좋겠다.
즐거운 도시를 지난 즐거운 사람은
눈보라 속에 있겠다,
어깨를 움츠린 채 평원을 바라보고 있겠다.
무너져버린 지붕들을 보겠다.
건널 수 없는 다리 앞에 있겠다.
가슴까지 눈 속에 묻혀 있겠다.
하늘은 더 어둡고, 눈은 펑펑 내리고,
반짝이던 도시의 불빛도 눈보라에
지워지고, 지나온 길마저 어둠 속에 묻히고,
먼 우주의 별들도
눈보라에
묻히고.
즐거운 사람은 점점 더 눈 속에 빠지고
가슴까지 빠지고
어깨까지, 머리까지 빠지고.
아주 먼 우주의 겨울 별들은 좋겠다.
밤은 좋겠다.
점점 더 눈 속에 파묻히는 즐거운 사람을 가진
폭설의 겨울은 좋겠다.
파묻힌 사람을 가진 겨울은 좋겠다.
파묻힌 사람을 가질 수 있는 겨울은 좋겠다.
얼어붙은 겨울 강은 좋겠다.
폭설에 묻혀,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도 않는
건널 수 없는 다리는 좋겠다.
즐거운 사람에게 겨울이 오면
눈 덮인, 막막한,
추운,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밤새워 바람만이 붕붕대는, 간절한,
눈 속에 다 묻혀버린,
저 먼 우주까지, 소리 없는,
겨울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