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좀더 미래에 태어났으면 좋았겠지만 뭐 지금도 나쁘지 않아요.
2.만약 농경 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땠겠어요. 세상이 바뀌는 거라곤 볼수가 없었겠죠.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짓다가 어느날 아침, 농사를 짓기엔 이제 너무 늙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죠. 그리고 터덜터덜 동네를 걸어다니며 어렸을 때 봤던 길, 어렸을 때 봤던 강, 어렸을 때 봤던 초목지 같은 것들이 그대로 있는 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금 울었을 거예요. 죽을 때가 됐는데 여전히 태어난 곳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요.
3.뭐...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좋아요. 나의 내면에 지나치게 침잠하지 않게 해주는 시끄럽고 정신없는 것들도 많고요. 그런 것들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시간도 후딱 가죠. 예전같으면 몇 년에 한번 정도 볼 수 있을 축구 매치업이 매주 몇개씩 벌어지고 있고 말싸움 구경은 어디를 가든 할 수 있고요. 어렸던 시절에, 가진 컨텐츠를 모두 소모하고 손가락 빨던 시간은 더이상 경험할 수 없죠. 이젠 생산되는 컨텐츠를 따라가기 위해 잠을 줄여야 해요. 하루만 쉬어도 트렌드의 선두에서 멀어지죠.
언제든 어떤곳이든 늘 파티나 축제가 벌어지고 있죠. 이런 즐거움이 계속해서 제공되는 세상에서는 위대한 사람이 될 마음이 별로 안 들어요. 그냥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죠.
뭐, 정확히는 행복한 소비자겠죠. 모든 건 돈을 내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4.흠.
5.하지만 그러다가도 가끔 생각이 나죠. 내가 잘하고 싶은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잘 해야만 하는 것...뭐 그런 게 있었던 시기를 말이죠. 내가 그걸 너무 잘 해서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것 말이죠.
소비자는 그렇거든요.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제공해 주지만 결국은 돈을 내지 않으면 주인공 놀이를 절대 안 시켜주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이른바...퍼스트석 진상이나 백화점 큰손 갑질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요. 그야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진상들은 재확인하고 싶은 거예요. 이 주인공 놀이가 제대로 되어가는지에 대해 말이죠. 왜냐면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놀이상대는 다 인간이거든요.
휴...
어떤곳이든 그날 그곳에서 주인공이 되는 데는 정해진 가격이 있다고 봐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죠. 하지만 주인공 놀이가 계속되다보면 주인공이 되는 것과 주인공 놀이를 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나는 그딴 건 신경쓰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날이 오죠. 그런 날은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제일 싫어하는 것, 노력을 다시 해볼까 하는 생각이요.
6.휴.....
7.사실 이젠 노력도 예전보단 쉬워요. 아니...쉽다기보단 목표 설정과 접근성이 수월해졌다고 해야겠네요. 어떤 노력을 어디에 가서 어떤식으로 하면 되는지 다 알거든요. 휴. 문제는 얼마나 해야 되는지를 모른다는 거죠.
하긴, 이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그거 아니겠어요? 얼마나 해야 되는지 모른다는 거 말이죠. 해보기 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