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동네 기억 몇 가지
1. 다섯 살 무렵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왔죠. 서교동에 있는 아담한 작은 주택이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지라 동네에는 또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동네의 모든 또래가 친구였던 시절이었죠.
그 집은 약간 개조를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저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그 많던 애들이 축구랑 야구랑 다방구랑 닭싸움이랑을 했을까 싶습니다.
"어릴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엔 다정한 옛친구 나를 보며 달려오는데..." 동물원의 그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던 골목길이죠.
2. 한 골목 건너에 당시 유명한 배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달동네 드라마가 히트할 때 거기에 나온 배우였죠.
그 딸이랑 같은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이런 기억 하나 있으면 왠지 뿌듯합니다.
드라마 속의 달동네 아저씨 모습과는 달리 항상 양복에 라이방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 딸도 나중에 꽤 유명한 배우가 됐죠.
3.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교시장이라고 있었습니다. 서교동에서 성산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그 주변은 워낙 많이 변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지금도 지나다니다 보면 여기가 그때 어디였는지 퍼즐을 맞추는 듯 합니다.
아마도 지금 대우미래사랑이 있는 자리 같은데 그때는 시장 앞에 넓은 공터였었죠. 어렸을 때는 동네에 그런 광장같은 공터들이 꽤 많았습니다.
겨울이면 그곳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했습니다. 겨울이 무척이나 춥던 시절이었고 스케이트는 겨울 최고의 인기 레져 스포츠였죠.
4. 변호사였던 아빠는 서울로 온 지 5년만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2층 양옥집을 샀죠.
홍대가 뜨면서 지금은 그 조용하던 주택가 골목도 출판사, 카페 거리가 됐고 그 집도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이쁜 카페가 들어왔더라면 거기 앉아서 '옛날에 여기가 우리집이었어' 하고
별거 없는 허세를 떨 수 있었을텐데 별로 멋대가리 없는 오피스 건물이 들어섰군요.
5. 80년대까지도 주거지의 가장 큰 비중은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샐러리맨들도 작지만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응팔에도 나오지만 그 단독주택 지하나 방 한칸을 세를 줘서 두가구가 한 집에 사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80년대 중 후반부터 단독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는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6. 지금은 서교 푸르지오 아파트가 있던 곳에는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도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서교아파트라고 좀 허름한 아파트였죠. 당시에는 참 보기드문 아파트였습니다.
7. 지금 상수동은 국민학교때까지는 길 사이를 두고 상수동과 하수동으로 나뉘어있었죠.
하수동이라는 이름이 안좋다고 상수동으로 합쳐졌습니다. 실제로도 당시 하수동은 좀 낙후된 곳이었죠.
8. 나이가 들수록 옛날이 그리워지긴 합니다. 만화가게, 구멍가게, 골목길, 살던 집, 모든게 그립지만 그래도 역시나 가장 그리운건 사람들이죠.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릴적 친구들.
2. 달동네드라마하면 서울의 달이 자동으로 떠올라요. 누군지 궁금하네요. ㅎㅎ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단독주택에서 몇십년째 사시는 데 요새는 주변에 다 집을 빌라같은걸로 재건축하는 추세더라구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았던 고향동네지만 갈때마다 변해있으니 아쉽긴 해요. 이제 단독주택은 진짜 고급주택지만 남아있을 추세인거 같아요.
시대가 다릅니다. ㅎ 드라마 제목이 달동네였죠.
딸은 추상미씨겠군요 ㅎ
첫 번째 사진의 어린이가 갓파쿠 님인가요?? (오, 이런 사진 좋아요. ^^)
서교동에서 잠깐 있어서 그런지 그동네 느낌이 납니다.
하하,, 1번 사진..
저도 저위치에서 저런포즈의 사진이 있어요...ㅋㅋ
추상송웅(이런 고인의 존함을 헷갈리고 말았군요) 추상미 부녀였겠군요. 캇파쿠님 나이가 짐작이 됩니다.
저도 큰집이 서교동 단독주택이라(큰어머님 말씀이 80년대 중순쯤 그 집 사서 들어오실 때만 해도 변두리 주택가라 기반시설은 적어도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서 선택했다고 하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면 올라가서 사촌들과 골목을 쏘다니곤 했지요. 그러다가 스무살 넘어서 인근에 거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목도한 홍대의 변화는 그 동네를 벗어난 지금도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어서 갈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집디다. 심지어 제 큰집은 지금 말씀하신대로 카페가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