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인스타그램
새벽녘에 휴대폰 울리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지요.
그래도 그 울림이 지구 반대편 햇살 아래서 "거 좋구만" 하고 남긴 하트 때문이라면 배시시 웃음이 나와요.
인스타그램 얘깁니다. 태국의 사진 좀 찍는 아줌마와는 상습적으로 하트를 주고 받게 되었고,
그제는 러시아 아줌마가 무려 스무 개가 넘는 사진에 하트를 달아 놨더라고요.
트위터는 왠지 유명인사들의 허리춤을 붙잡은 팬들의 기차놀이 같아서 싫고,
페이스북은 써 보려 했지만,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고.
대 SNS 시대에 남들 하는 거 하나쯤은 해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 인스타그램이었어요.
메시지가 주가 아니라서 이상한 소리 할 틈도 없고, 전 세계의 예쁜 여자들이 올린 셀카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절에 과학동아의 기자가 쓴 에세이 기억이 나요.
미항공우주국 연구원의 아내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고, 우주인의 시시콜콜한 사정을 듣는다며,
이제야말로 글로벌시대 아니겠냐고 자랑을 늘어 놓았더랬지요. (어.. 그래 영어 잘 하시네요..)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인터넷 없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터넷을 제대로 쓰고 있는 기분이에요.
그간 크롬을 클릭 해 봐야, 인터넷이라기 보단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의 인트라넷이었죠.
막 모르는 홍콩 언니야가 하트를 몇 개 날려 줬는데, 한 자리대 팔로워를 가진 초짜 유저는,
벌벌 떨면서 처음으로 송화기에 대고 헬로~ 디스 이즈... 하고 입을 뗐을 때처럼 다소 흥분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어째 알고 하트를 날려 주신대요?" 댓글이라도 달아서 묻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카메라 사길 잘 했어. 암. 잘 했어.
저도 얼마전부터 조카 자랑하려고 사진 올리는데 외국 엄마들이 좋아요 누르는 거 받으니 좀 신기한 느낌이 들더군요.
MMORPG 게임을 해외서버를 통해 하다보면, 글로벌 시대라는걸 깨닫게 되었죠.
이탈리아 게이머와 미국 게이머와 중국 게이머와 제가 서로 물약을 나눠주고, 짧은 영어로 같은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으면-_ - 아;; 인터넷이 이런거구나 싶습니다.ㅎㅎ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협동하다 보면 더 실감나게 느껴지긴 하겠네요. 저는 AA(제목이 맞나?) 미 육군에서 홍보용으로 뿌린 FPS게임 초기에 전투 못 한다고 해고 당한 뒤로 상처 받아서 인터넷 게임은 안 해요. 너무 했어들!!!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 처럼 저물어 버릴 줄 알았는데, 승승장구하네요. 어쩐지.. 최근들어 사진 사이즈도 막 정할 수 있고 좋아지긴 했어요
전 반대로 인스타도 별로 안좋아해요. 거기역시 좋아요는 품팔이에다가.. 팔로잉도 광고가 많더라구요. 내가 좋아요 할테니 너도 내 인스타 한번 드루와 드루와~
인 속이 빤히 보이는 경우도 있고.. 일단 팔로워의 사진이 올라오면 좋아요 부터 누르고 보는 사람도 있고..
가끔 뜬금없이 팔로잉 했다가 반응 없으니까 팔로우 끊고 가버리는 사람들 있지요.
전 주저리주저리 글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 한동안 웹호스팅까지 받아가며 독립도메인의 홈페이지를 운영했었는데, 그 대부분의 기능을 페이스북에서 쓸 수 있더군요. 몇 년간 꼬박꼬박 호스팅비+도메인등록비만 축내던 홈페이지를 올해 드디어 정리하고 페이스북에만 올인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모르는 사람은 친구신청 안 받으니 이상한 그룹에 가입만 하지 않으면 광고도 별로 없더군요. 친구의 친구 통해서 옛날 친구들도 다시 연락하게 되고...(물론 이게 싫은 사람들도 많겠죠) 외국 사는 제겐 꽤나 기특한 서비스예요.
다른 나라 애들이 "페이스북 주소 커몬" 할 때 땀이 삐질 하기는 해요. 한때 미니홈피를 당연하게 생각했듯 걔들은 페이스북을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쯤으로 생각하나 보더라고요. "... 난 블로그가 있는데..." 하면 표정이 다들 ?_? 이래요. 듣자하니 외국에서 블로그는 한 가지 주제를 삼고 각잡고 하는 개인 미디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