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노인들과 우리

어제 저녁먹고 나오는데 식당앞에 왠 할아버지께서 도로에 무단주차한 차를 보고 식당 종업원들한테 빨리 신고해서 견인하라고 하고 계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식당 주인인가 싶었는데 저처럼 밥먹고 나오다가 골목길에 주차한 차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법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어쩌고 하시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한참 훈계를 하는 중이었던 거 같아요. 


입성도 멀쩡하고 동행분은 귀찮으니 가자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한참 이야기 하시다가 종업원들이 조치하겠다..하니까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이 선진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는 세대들, 가끔씩 만나 술마시는 형님들 세대만 봐도 그런 질서와 규율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교복 자율화 이전과 이후 세대가 나뉘고 학력 고사와 수능 세대가 또 갈립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잡탕 같아요. 미국이 인종의 용광로라면 지금의 한국은 세대의 용광로 같습니다. 세대간 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깊은데 선호하는 정당이며 정치인도 다르고 향유하는 문화와 지키고자 하는 가치조차 다릅니다. 어찌보면 인종 갈등보다 심한게 세대 갈등이고 이런 세대 갈등은 재미있게도 나이를 건너뛰어 젊은 층에도 윗세대 가치를 따라가는 층이 있는 반면에 나이드신 분인데도 젊은 세대의 가치를 아우르는 경우도 있죠. 


용광로속에서 살아가자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게 중요한 덕목일겁니다. 이해와 배려가 힘들다면 적어도 적대시하거나 위협하지는 말아야죠.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점점 더 그 이분법이 첨예하게 날을 세우고 모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다시 주차 이야기로 돌아가서..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보러 간 운전자가 나쁩니다. 견인을 하던 주차 단속을 하던 위반을 한 사람에 대해 제재를 하는 것에 굳이 정의로운 대한민국까지 가져다 붙일 필요는 없겠죠.  정의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는 움직임 자체가 위험해 보이는 요즘입니다. 크고 아름다운 것의 이름을 빌려 자기 잇속을 채우는 파렴치하고 위선적인 인간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너무 많이 봐왔고 거기에 대한 불신이 깊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호로써 남을 핍박하는 도구로써가 아니라 진실로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바래요. 그러려면.. 언론이 바로 서고 교육이 올바르게 이뤄지고 세대간 소통의 장이 열려야 하는 것이 선행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언론이 바로 서고부터에서 막히네요. 


그냥 조용히 내 할일이나 해야겠습니다. 아참..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 주차한차의 차주가 식당 손님일수도 있죠. 오래된 먹자골목들이 주차장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주차단속 한번 지나가면 딱지가 후수수... 그래서 상인회에서 점심/저녁 식사시간만이라도 단속하지 말아달라고 진정 넣기도 합니다.  


      차주도 노인이면 또 자기네 손님차를 신고했네 하면서 또 한바탕 할걸요. 

      • 요즘 노인들이 참 활발하세요들.. 고령화 사회가 눈앞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초고령화 사회

    • 질서와 규율에 대한 강박관념이 너무 강해서 사람이 먼저라는 걸 잊는게 무섭죠. 통치자가 다스리기 편하라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모두가 같이 잘 살자고 자체적으로 정한 임의적인 틀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 1970년대가 돌아온듯한 요즘이라.. 나이드신 분들이 그때 그 마음이신듯. 

    • 크리스마스 이브에 뜬 둥근달을 보니 뭔가 소원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


      새해에는 세대 갈등과 성별 갈등이 줄어들어  조금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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