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눈을 감고 이불밑에서 꼼짝도 안하는 아이보고,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선물이 있는 지도 보지 않을거니? 라고 말하니까, 두라셀 토끼 처럼 번쩍 일어나서 다다닥 달려 나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에밀리 한테서 미리 받은 선물만이 있었는데, 선물이 이름이 써있는 선물 두개, S이름 써있는 선물이 하나 더 트리밑에 있다는 걸 발견하자 아이는 손벽을 친다. 며칠간 아침을 안먹는다고 때를 부렸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때 점심먹고 나서 선물을 연다고, 에밀리한테 받은 선물을 만지작 거릴 때마다 누누히 말했더니, 아침을 먹어 버리고는 이게 점심이란다. 웃으면서 아니라고 했더니 한숨쉬는 선물이. 


점심이 되자 S가 왔다. 커다란 선물을 세개나 사왔다. 그 선물들을 트리밑에 두고 선물이보고 사진찍자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팔짝 팔짝 하느라, 찍은 사진들에 선물이는 무슨 플라맹고처럼 한 발로만 서있다. 스웨덴식이 아니라 그냥 내 방식대로 차린 크리스마스 점심. 그 전날 갑자기 뭔가 나둘게 있다고 하면서 집에 온 S는 감자요리를 가져왔었다. 아무래도 내가 다 요리 할 거 같아서, 이런 감자 요리를 했는데 마음에 들면 내일 크리스마스 점심에 먹을까요? 라고 말했던 그. 그 감자요리에, 셀러드, 로즈매리와 백리향, 마늘,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식초로 재워두었던 양고기 구이, 가브리엘을 위한 미트볼이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선물이가 기다리고 기다린 선물 풀기. 아이는 선물을 푸면서 와우 와우 소리를 내고 선물을 꼭 안아보고, 선물위에 써있는 이름을 보고 S에게, 나에게 내밀며 열어봐요 라고 말한다. 이건 다른 긴 이야기인데, S에게 이미 베낭을 하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선물이가 이건 S거 하면서 내민 선물을 푸는 그에게 나는 조근 조근 설명한다. "이건 당신이 내년에 더 있을 거라는 걸 알기 전에 내가 산 건데요, 음, 스웨덴은 공예가 유명하잖아요, 목각, 유리, 그리고 놋쇠 공예도 유명해요. 이건 skultuna 라고, 왕실에 물건을 보내는 회사에요. 1607년에 시작했데요. 보이죠 이 왕관 문양, 이건 왕실에 조공보내는 회사만 쓸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이건 이 회사의 예전 공장 모형이에요. 불에 탔다고 해요. 재미있죠, 여기 초를 넣으면 마치 정말 불에 타는 거 같잖아요. 당신이 혹시 집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뭔가 가벼우면서도 굉장히 스웨덴 적인 걸 사주고 싶었어요.  저기 봐요. 내것도 하나 샀거든요. 우리 둘이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정말 맘에 든다고 말한다. 아마 무언가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이 회사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선물이에게 핼리콥터를 사준 그. (며칠 전에 사달라고 하는 선물이보고 아직 어려서 안돼 라고 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데 선물사준이도 아직은 좀 이른가 싶은 표정이다.  그는 내게 두가지 선물을 사왔다. 하나는 이동네 유명한 치즈가게에서 온갖 종류의 치즈와, 크래커, 과자, 초컬렛이 담긴 종합상자였다. 이거 다 먹으면 살쪄요, 타이완에서 돌아와서 내가 살쪄 있으면 당신 때문인줄 알아요 라니까 웃기만 하는 그. 다음 선물을 열어보니 여우 모양의 쿠션 혹은 인형이다. 정말 인형이란걸 선물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가 조근 조근 설명한다. "당신이 소파를 바꾸었을 떄 생각했어요. 이런 인형을 하나 사주고 싶다고. 음 왜냐하면 나도 내 타이완 집에 이게 하나 있어요 여기 사진 보이죠, 나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이 마사지 의자에 앉아서, 이 인형을 끌어안고 텔레비젼을 보고 했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인형이어서, 안고 있으면 편안해서" 안아보니까 왜 인형을 안고 돌아다니는 지 이해가 간다. 그가 지난 번 타이완을 갔을 때는 10월이었다. 


아이가 잠이 든 후 같이 영화를 보다가 내가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둘다 당신이 여기 있게 될지 안될지 알기도 전에, 오래 전에 미리 선물을 하나 샀고, 알게 된 뒤에 하나 더 샀네요. 그리고 그 전에 산 선물은 둘 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걸, 같은 걸 준 거에요" "정말 그렇네요" " 우린 같은 생각, 같은 이유로 선물을 골랐네요" 그가 가만히 어깨를 끌어안았다. 


26일 새벽, 그는 3주가 넘는 여행 플러스 일 일정으로 떠났다. 새벽 택시에 올라 그는 잘 가고 있음을 그리고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였음을 메시지로 보냈다. 


내가 사준 wii , Just dance 를 시작하며 나를 부르는 아이와 춤을 추다가 아이보고 이번 크리스마스 참 행복했지 했더니 아이가 응 정말 좋았어 엄마 란다. 

우리의 어떤 의미에서 첫 크리스마스이다. 감사와 사랑과 행복와 평온으로 가득했다. 


  


    • 정말 행복해 보이셔서 글을 읽는 저도 따뜻해집니다. 카페사우르스님 글을 읽어온지 정말 꽤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저와 백그라운드가 비슷하신점이 조금 있어서 더 공감하며 읽는 것 같아요. 나이대, 유럽에서 공부하고 박사과정을 마친것, 큰 눈동자를 가진  유라시안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 사라워터스의 스며드는 듯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는것..  정말 많죠 ? :)

    • 생각해보면 그런 크리스마스 자채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어요. 제가 제일 경험하고 싶어했고 선물이한테 주고 싶었던. 

    • 선물 같은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공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드디어 오늘 눈이 옵니다. 지금 밖은 정말 크리스마스 같아요



    • 제 둘째는 유치원 산타선물로 받은 게 레고라는 걸 알자마자 실망해서 마구 울먹거리더군요. 큰애는 산타선물을 부랴부랴 준비하는 부모를 보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결국 산타의 실수를 부모가 메꿔주기로하고 카닝메카드를 사러나갔죠. 큰애는 성탄절 당일 바이얼린을 선물로.

      왜 동생은 두개인데 나는 하나냐고 불퉁거리는 큰애에게 바이올린 취소하고 작은 거 두개 하겠냐했더니 입을 다물더군요.

      카페님처럼 저도 우아하게 살고싶은데 한국에 살고있으니 우당탕 시트콤이네요. 그래도 글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우아해지는 것 같아 좋습니다. ^^

      아 서로에게 주는 선물이란 우리 부부에게는 없습니다. 귀찮아요 흠 그게 문제일까요
      • 절대 안 우아합니다. 집안에 먼지와, 때... 그저깨 선물이 아빠한테 갔을 때 겨우 냉동실 정소 했어요. 몇년간 못했는데 어찌나 ....




        크리스마스도 우아하진 않았는데, 따뜻하고 아늑하고 평온했습니다. 근심걱정없이. 제가 가장 바라는 그런 크리스마스였죠. 




        친구가 그러더군요. 같이 살기 전에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사주는데 같이 사니까 우리가 필요한걸 상대한테 사준다고 하하. 

    • 종교적인 행사가 없으니 크리스마스는 그냥 어른들에게는 쉬는 날, 애들한테는 산타가 선물주는 날 정도로만 인식이 되는것 같아요. 그나마 성당 다닐때는 뭔가.. 성스러운 기분이랄까 행사랄까 그런게 있었는데요. 하도 많이 틀어대서 거의 외우다시피했던 십계며 벤허며 쿼바디스도 기억에 남고. 




      아이들에게는 자란 다음에 선택하게 하려고 아직 종교적인 체험? 강요? 같은 걸 지워주지 않고 있습니다. 선물주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는 언제까지 믿을지도 모르겠구요. 동네 분위기가 크리스마스에 화사해지는 유럽하고는 역시 다른가 싶기도 해요. 올해는 번거롭다고 트리도 안하니 더하네요.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부러운 마음 더해서 잘 읽었습니다. 

      • 저는 애들이 산타를 믿는 게 참 신기해요. 아마 제가 어렸을 때 믿지 않아서 이겠죠. 


        어렸을 때, 아빠가 산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신게 기억나요. 제 답은, 글쎄요, 백인 할아버지인데 한국이 어디있는 지는 알까요? 이었어요. 굉장히 좋아하셨던게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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