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야기를 보고

생각해보니까 듀게는 영화게시판이었어요!

그림 올리고 잡담하는 곳으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맞을지도?)


최근 사오년은 거의 어떤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소설, 영화, 만화, 드라마 등.

그림 그린다고 마음이 바빴거든요. 

그림그리는 건 우물 파는 것과 비슷해서, 열심히 땅을 파고 치우고 돌로 담을 쌓고.

파고 내려갈수록 주변이 안보여서 다른 사람이 뭐하는지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요.

최근 어떤 계기로 탈출했고, 나온김에 다른 사람들은 뭐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보는 내내 좋았어요. 정적인 구도가 정말 맘에 들었어요. 그림인데 인물이 움직인달까?

소세키의 단편을 좋아하는데, 책을 읽는 기분도 들었구요.

흑백이 가지는 매력이란.

80년 끝자락에 태어나서 영화를 본것은 전부 칼라였죠. 작심하고 과거의 영화를 찾아본 기억도 없고.

신선했습니다. 자꾸 보이는 것은 부채.

만약 제가 감독이어서 여름을 표현한다면, 우거진 초록을 사용할 것 같아요. 신록의 색.

영화는 흑백이고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자꾸 부채질을 하는데 그게 눈이 가요. 

일본 전통의상은 치렁치렁해서 계절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느릿느릿 부채질을 하는게 자꾸 보였습니다.

스릴러물은 야 긴장해 뭔일이 벌어질거야, 라고 자꾸 얘기해서 보기 싫은 게 있는데

동경이야기는 완행열차를 타고 풍경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여배우 보는 재미도 있구요. 

지금과는 다른 미인의 상이고 한국과 일본의 생김새 차이도 있고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인상이 다르고. 


같은 동양권이지만 미묘히 다른 가족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다르면 차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비슷한데 달라서 차이가 더 잘 느껴졌어요.

이야기할때 앉는 위치나 앉는 방식이나 그런 차이요.

나중에 소식을 들은 여동생이 '옷'을 준비해야하냐고 묻는 부분에서는 감탄했습니다.

그전에도 여동생은 전적이 있었죠.


좋은 영화였어요. 소소한 것 좋아하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 영화가 하드에 있는데 안봤네요 내년엔 꼭
    •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에요.


      며느리역의 하라 세츠코 참 아름답죠

      • 처음에는 웃는게 자꾸 웃는 것처럼 안보여서 이상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중에 어떤 의미를 갖더라구요. 의도한거겠죠?


        영화를 볼수록 점점 예뻐져서 나중에는 와 진짜 이쁘다 그랬어요.


        이름이 하라 세츠코 였군요, 흐.

    • 아들네 집이 어릴때 살던 집하고 흡사해요 강둑 아래 허름한집 동경 풍경도

      초라하고 을씨년스럽죠
      • 아파트에만 살아서 그런지 저는 따듯하게 보이더라구요.


        집이 초라해도 좋으니 땅을 딛고 살고 싶다. 

    • 개인적으로 정적인 그 느낌이 더 울려요. 현대 영화는 안그래도 디지털상영이라 인터레이팅(?)이 눈에 거술리는데 특히 오즈 영화는 눈을 정화시켜주는 기분이 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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