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은 왜 불안한가: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

책 제목이 화끈하죠?? ^^ 


제가 이 제목에 낚여서 책을 찾아보니 저자가 에바 일루즈라는 사회학자더군요. 


이 분이 쓴 <사랑은 왜 아픈가: 사랑의 사회학>을 작년에 상당히 재밌게 읽었던 터라 망설임 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는데 110페이지 가량의 아주 얇은 책이었어요. 읽기도 쉬워서 2시간이면 다 읽고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이 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를 분석한 책이에요.  


저는 이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내용을 언급해 주기 때문에 문제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간단히 요약하면, 이 소설의 줄거리는 그레이라는 엄청난 부자와 아나라는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야기인데 

그들의 성관계가 주로 BDSM인가 봐요. ^^  (BDSM: Bondage Discipline, Sadism Masochism)


저에게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옮겨와 볼게요. 


"우리의 욕구와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이다. 우리는 자율성을 자랑하는 사람을 욕구한다.


그리고 우리의 욕구는 다시금 타인의 욕구를 이끌어낸다. 사람은 다른 이의 욕구를 욕구한다. ... 


소설이 그리는 감정의 역동성은 아나의 자율성과 그레이의 권력이 양쪽 모두에게 욕구를 불러 일으키며 


서로 상대의 의지에 복종하게 만드는 궤적을 그린다. 이렇게 해서 자율성과 욕구는 계속 강렬해진다." (p. 67)


"이 소설은 영원하거나 완전한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을 원하는 현대인의 희망을 충족시킨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하거나 완전한 사랑과 정반대로 격렬한 투쟁과 끝없는 협상을 하는 사랑처럼 보인다. 


소설이 자극하는 상상은 자율성과 권력이 욕구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욕구를 거듭 촉발하는 상상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현대에서 빚어지는 욕구의 근원적 긴장관계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욕구의 논리와 자율성의 논리를 아주 밀접하게 맞물려놓은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 


실제 세상에서 자율성이라는 최우선의 명제는 자율적인 파트너 사이가 더욱 벌어지게 하고 불안함만 낳아 


현실의 관계에 걸림돌인 반면, '그레이 시리즈'는 이런 분열을 멋들어지게 해결한다." (p. 70)


"불평등 또는 보호하는 남자와 이에 의존하는 여자가 맺는 관계는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이해하는 편안한


측면을 의심할 바 없이 자랑한다. 반대로 평등은 원래부터 혼란스럽다. 평등을 기본 전제로 깔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갈등이 불거진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평등을 불안함과 


애매함을 낳는 원인이라 말할 수 있다. 


불평등을 편안하게 여기게 만드는 두 번째 측면은 권력관계를 보호관계로 바꿔주며, '자연스러운' 상호의존성과 


강한 감정적 접착성을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반대로 평등은 어떤 의무감도 낳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욕구와 권리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방과 갈등을 빚도록 조장한다. 


불평등이 지닌 세 번째 편안한 측면은 역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상을 벌이지 않아도 좋다는 점이다. 


이로써 관계 당사자들은 좀 더 자발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가짐으로써 골치 썩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


우리가 즐겨 보는 드라마 시나리오가 그려내는 사회적 역할을 보라.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저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지 않은가. 이런 마당에 협상을 하라? 평등이 번거롭고 귀찮은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반면 평등을 중시하는 규범은 전통적으로 규정된 역할과 정체성을 허물어 관계를 '소통'을 통해 협상해야 하는 


것으로 바꿔놓는다." (pp. 82~83)


"가부장제를 갈망하는 태도는 페미니즘의 반작용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런 갈망은 여성이 지배당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감정적 결합을 갈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p. 84)


"보호받고 싶다는 희망과 안정적인 감정 결속을 이루고 싶다는 갈망은 오늘날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갖고


있는 반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페미니즘은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허물고자 노력하면서 양성관계를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수혜자여야 할 여성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이중적 감정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은


페미니즘 혁명이 미완의 것으로 남았다는 반증이다." (p. 85)


"'BDSM' 관계는 성의 평등과 관련한 불분명함과 애매함을 피하게 해주며, 경계가 분명하게 정해지고 그 임무가


명확하게 강조된 역할 분담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역할이 저절로 사회적으로 고착된 성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 남성이 마조히즘 파트를 맡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BDSM' 성생활은 정체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역할을 확정하면서도 전통적인 불평등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미리 정해진 역할이 주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BDSM'에서 연출되는 불평등은 놀이의 성격을


가질 뿐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존재론에 새겨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현대의 애정관계는 여러 불분명한 형태의 심적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 두려움, 불안함, 애매함, 지루함 또는


자율과 결합이라는 서로 모순된 규범을 하나로 조화시키느라 생겨나는 어려움이 그 고통의 면면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 인정을 얻어내려고 벌이는 투쟁은 실제로 왕왕 그 어느 쪽도 승리를 맛보지 못하는 


허망한 일로 끝나곤 한다. 'BDSM'은 이 싸움에 흥미로운 반전을 선물한다. 유희하듯 즐기는 섹스는


심적 고통을 몸의 확실한 아픔으로 옮겨놓으며, 이 아픔을 즐거운 놀이와 욕구, 쾌락과 뒤섞어놓음으로써


아픔에 명확한 심리적 역할을 부여한다. ... 


현대의 관계는 순전히 합의에 바탕을 두는 관계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중의 관점에서 풀기 힘든 난제다. ...


한편에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욕구하는 것을 달라고 강제하고 싶은 마음"이, 다른 한편에는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 서로 인정하며 합의를 이뤄내고 싶은 마음"이 자리잡음으로써 욕구는 분열된 양상을 


보인다.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어야 하는 욕구는 그 개념적 정의와 맞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주는 것'은


합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어떤 부부가 일상생활을 어떻게 꾸려갈지 완전히 합의를 이뤄냈고


배우자가 서로 상대에게 무엇을 줄지 명확히 정했다 할지라도, 그러한 결정이 곧 욕구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평소 완전한 합의로 이뤄지던 관계가 어떻게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욕구를 빚어낼 수 있을까? 이 물음은 합의라는 패러다임의 테두리 안에서는 만족스럽게 다루어질 수 없으며,


바로 그래서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관계는 혼란에 빠진다. 


반대로 'BDSM' 역시 합의에 기초하기는 하지만,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욕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욕구는 연극적인 연출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얼마나 몹시 욕구하는가


하는 물음은 별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 된다. 


'정상적 섹스 관계'가 언제나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얼룩지는 반면 'BDSM'은 고도로 형식화했으며, 그런 한에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다. 더욱이 합의라는 것은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 부부나 애인끼리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합의해야 할지 몰라 다툼을 벌이는 일은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BDSM'은 일상생활의


끝없는 합의 협상에서 벗어나 합의가 필요 없는, 즉흥적으로 '순수한 관계'를 즐기는 순수한 형태의 합의다."


(pp. 99~102)



저자는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보여주는 BDSM의 성관계가 현대인이 사랑과 관련하여 갖고 있는 


문제들 - 자율적이고 싶은 욕구와 보호받고 싶은 욕구의 공존, 평등한 관계 속의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성역할과


협상과 합의의 과정이 야기하는 불안함과 피곤함 등 - 을 상징적으로 풀어주었다는 만족감을 독자에게 


안겨줌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이 소설은 조악한 문학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생활이 어떤 문제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는 말로 마무리하네요. 


요즘 이 분의 책을 재밌게 읽고 있어요. <감정 자본주의: 자본은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오늘 내일은 <오프라 현상으로 윈프리를 읽다>를 읽어볼까 하는데 이 책도 재밌을 것 같아요. ^^ 


    • 어째서 많은 여성분들이 한국 드라마의 불평등한 연애묘사를 선호하는지 궁금했었는데 거기에 대한 설명도 되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이 저자는 여성이 갖고 있는 욕구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한다는 점이 


        맘에 들어요. ^^ 저는 사랑이나 감정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것들에 대해 사회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참 좋고요. 

    • 좀 먼 비교지만 베스트셀러 야오이만화를 텍스트 삼아 동성애를 설명하는 느낌적 느낌. 그레이50가지는 항상 흥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근래 수면위로 치고 올라오는 인기종목 BDSM를 살짝 양념친 덕분에 흥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거든요. 

      • 저도 동감입니다. (비유가 진짜 딱이네요! 야오이 만화로 동성애…;;) 솔직히 그레이 같은 포르노가 하드코어 로맨스라고 불리는 것도 좀 아니라고 봅니다. 판타지는 그냥 뇌내망상으로 둬야지…뭔 이런 사회학적 분석까지 ㅋㅋㅋ

        이거 보고 흉내내던 커플들 사고 쳐서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도 가끔 들리는 판에 말이죠―,.―
        • 이 책의 저자도 <그레이...>가 나온 뒤 섹스 용품들이 많이 팔렸다는 걸 언급하더군요. ^^


          저한테 애인이 있으면 BDSM을 한번 해보고 협상과 합의에 지친 현실을 극복하는 데 


          (판타지가 아닌) 실제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번 검증해 보고 싶지만 애인이 없으니... ^^ 

      • 이 소설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가는 솔직히 제 관심사가 아니긴 한데... ^^ 


        (저는 그냥 현대사회에서의 사랑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족하지만) 


        만약 1) 미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 독립적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소설이 많이 팔리지 않고,


        2) BDSM에 관련된 소설 역시 많이 팔리지 않는데, 


        3)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소설(그레이...)이 유독 많이 팔렸다면, 


        왜 대중(특히 여성)이 그런 조합(독립적 여성+BDSM)에 열광했는가에 대해서는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이 분은 그에 대한 한 가지 분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1), 2)가 사실인지는 저로서는 확인해 볼 능력이 안 되고, 이 소설을 읽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분의 분석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 신데렐라가 나오거나 아니면 독립적인 여성이 나오는 로맨스라 해도 어떤건 흥행이 되기도 하고 어떤건 안돼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독립적인 여성이 나온다고 로맨스가 안팔리거나 그러진 않더라구요. (이야기 자체가 팔릴만 한가 그게 문제일 뿐이죠)

          언급하신 그레이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만 유독 인기가 있을뿐 국내 흥행은 폭망이었거든요( 유럽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SM같은건 문화적 차이도 있는것 같구요.
        • 제가 이 <사랑은 왜 불안한가>를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하는 게 웃기긴 한데요. 발췌해주신 부분을 보니까 bdsm 얘기가 좀 나오는 거 같은데, 혹시 이 책 다른 부분에서 그레이의 bdsm 묘사가 신데렐라나 강간 판타지 만큼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전제를 깔아놓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특히 발췌부분의 '합의와 협상' 내용을 보면 이게 판타지화된 bdsm 얘기인지 아닌지 헛갈려서 제가 위에 야오이와 동성애를 끌어들인 거구요. 저는 그레이를 소설로 읽었는데요. 언더그라운드님께서 본문 말미에 요약해주신 걸 보면 이건 걍 분석을 위한 분석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더그라운드님은 영화나 소설이나 둘 다 접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비판적 생각이 들지않았을 듯요.
          • 이 책의 4장에서 저자는 이 소설을 <O 이야기>라는 bdsm 소설과 비교하는데요. 


            "주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O'와는 달리, 그레이와 아나가 서로 동등한 자격을 가진 파트너로서


            상호인정을 얻어내기 위해 벌이는 싸움은 주체성의 선포와 매우 가까이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체험하는


            섹스를 통해 아나는 욕구와 의지력과 주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키워가며


            그레이의 긍정을 받는다." (pp. 97~98) 




            "그레이 시리즈가 그리고 있는 BDSM은 아나와 그레이가 평등관계를 이루려 부단히 노력하는 것,


            특히 아나의 자율성을 키워주려는 성생활이다. 그러니까 사도마조히즘 관계는 아나가 동등한 욕구의


            주체로서 계속 발전하는 것과 나란히 간다." (P. 98)




            이렇게 쓴 걸 보면 <그레이...>에서의 bdsm 묘사가 (O 이야기 같은) 다른 소설 속의 bdsm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자가 <그레이...>에서의 bdsm을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판타지로 간주하고 있는가는 좀 애매해요.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판타지는 '허위의식'의 전형적 사례다. 전통적 가부장의 감정권력, 


            곧 막강한 경제력을 과시하며 지배하는 섹스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를 놀이하듯 즐기고 


            멀티 오르가슴을 맛보며 온몸을 떠는 쾌락과 자기실현이라는 목적 달성의 도구로 쓰는 


            섹스를 결합해 놓은 허위의식이다. 이것이 허위의식인 까닭은 서로 결합할 수 없는 것들을 


            한데 묶은 터무니없는 꾸며댐이어서이다. 다시 말해 페미니즘이 요구해온 주체성을 가부장제의


            남성성과 결합시킨 기괴한 그림이 곧 '허위의식'이다." (pp. 86~87) 라고 쓴 걸 보면 


            <그레이...>에서의 bdsm을 어느 정도 판타지로 보는 것 같은데




            "이 소설은 '에로티즘의 자기계발서' 같은 특징을 띤다. 이런 가설은 작품이 출간된 뒤 


            미국에서 성인용품 매출이 급증했다는 사실로 상당 부분 입증된다. ... '그레이 시리즈'에서 


            성인용품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이 '직접 해보는 에로스'라고 특징짓는 방식으로


            섹스를 묘사했음을 암시한다." (pp. 104~105)  "bdsm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애정관계를 


            풀어줄 빛나는 해결책이다. ...  우리가 확실성과 방향성을 이끌어낼 어떤 규칙이나 규범 


            혹은 도덕도 갖고 있지 않다면 bdsm과 자구책은 그 직접적 대안이다." (p. 112)라고 쓴 걸 보면 


            <그레이...>에서의 bdsm을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제 맘대로 종합하면, <그레이...>에서의 bdsm은 판타지이지만 독자의 형편과 취향에 따라 


            현실에서 적절히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게 아닐까 해요. ^^




            죠스바 님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지금 책 뒷부분을 막 찾아가며 휙휙 읽긴 했는데 


            저는 사실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아내야겠다는 욕구는 별로 없어서요. ^^ 


            이 책에서 제가 동의하는 부분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고자 하는 욕구와


            누군가에게 결속된 존재이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한다는 것, 


            그런 충돌하는 욕구들로 인해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야기하는 불안함과 갈등과 피로를 


            서로의 동의에 기반한 놀이로서의 bdsm으로 해소하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은 정도예요. ^^ 


            (아무하고나 bdsm을 할 것도 아니고, 지배 종속 역할을 바꿔가며 할 수도 있을 테고요. ^^) 

            • 본의 아니게 언더그라운드님 구찮게 해드렸는데, 올려주신 내용을 보니까 이제 명확해집니다. 이 저자가 읽은 그레이는 제가 읽은 그 그레이가 아닙니다요. 제가 읽은 건 적지않은 bdsm문화 애호가들이 분노로 표효하는 그레이였구요ㅎ. 이 소설이 무늬만 bdsm이지 실상은 끝도 없이 반복되어 온 학대와 구원의 판타지인데, 물론 에로티카 장르에서 un-pc는 오히려 권장되는 것이니까 소설 자체의 저열한 완성도를 떠나 이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하지만 이걸 텍스트로 현실세계의 bdsm을 논한다는 건 자다가 꽹과리 치는 격. 소설 속 bdsm 묘사 중 (이 문화에 진지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이걸 불우한 과거의 학대로 연결시키고 종국에는 무슨 극복해야하는 병처럼 만들어놨다는 점이었거든요. 몰론 bdsm의 핵심인 합의와 협상 진행과정이 방치된 점도 문제가 되었지만요. 아직까지 오해가 많고 익숙치않은 하위문화를 나름 진지모드로 다루려면 적어도 그 문화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텍스트를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음 댓글 말미에 말씀하신 걸 보면 약간 엇나간 느낌인데, 저도 bdsm문화에 나름 관심있고 애정하는 입장에서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말이 길어졌습니다. 우야된동, 책 찾아보시느라 성가셨을텐데 다시 발췌까지 해주시고 답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제가 <그레이...>를 읽었으면 좀 더 열띤 토론 모드로 답해드릴 수 있었을 텐데... 사실 이 책에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딱히 <그레이...>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보니... 소설과 관련된 질문들이 좀 버거웠던 것 같아요. ^^

                책을 읽을 때 전체를 꼼꼼하게 읽지 않고 제가 관심 갖고 취할 부분만 취하고 빠지는 제 독서 방식에 대해서도 잠시 고민했었고요. ^^ 그래도 댓글 달아주신 분들 덕분에 대충 읽고 넘어가는 게으른 제가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네요. ^^
    • 출산 육아 등과 같은 변수가 없다면 종속적이든 평등하든 합의만 되었다면 훨씬 행복할 수 있겠지요. 수학,물리도 그렇지만 사회문제를 푸는 것도 우선은 변수를 최소화하고 한순간에만 집착해서 설명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요
      • 이 저자가 현대사회에서 사랑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출산과 육아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걸 본 적이 없네요. 


        출산과 육아의 문제가 사랑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에 집중하다보니 출산과 육아는 변수가 되지 못한 건지... 




        이 책 자체는 사실 엄밀한 사회학 논문 같은 건 아닌 것 같고 


        (논문이 되려면 <그레이...>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통계를 내든지 해서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까요.) 


        그냥 저자가 갖고 있는 지식으로 이 소설이 왜 흥했나를 분석해 본 것 같은데 


        어느 정도로 꼼꼼하게 따져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저는 그냥 그렇게 볼 수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 버려서... ^^) 

    • 결국 극단적으로 전통이라는 천장에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였군요 그런 열풍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 붐은요.

      • 이 댓글만으로는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안 가서... ^^ 


        좋은 하루 되시길 빌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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