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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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카담 스토리]

  [마카담 스토리]는 감독 사무엘 벤체트리트가 변두리 공공 아파트 단지에서의 본인 어린 시절 경험에 영감을 받아 쓴 단편 소설집 [아스팔트 연대기]에 부분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는데, 한 허름하고 황량한 시내 아파트를 무대로 영화는 세 개의 이야기들을 병행해 가면서 전개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2층에 산다고 승강기 수리비용 부담하지 않을 걸 고집하다가 정말 승강기에 사용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 남자의 해프닝과 그에 이은 우연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고, 두 번째 이야기는 거의 혼자 살다시피 하는 십대 소년과 같은 층에 막 이사 온 중년 여배우 간의 묘한 관계를 다루고 있고, 세 번째 이야기는 어쩌다가 아파트 옥상에 추락한 NASA 우주비행사와 그를 손님으로 받아들인 알제리인 할머니 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울하고 적막한 회색 분위기 아래에서 이 세 이야기들은 개별적으로 소소한 웃음들을 유발하지만, 전반적으로 추천할 만한 정도의 재미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전 간간히 인내심을 잃어갔습니다. 이 영화만큼 건조하지만 더 많이 웃어댈 수 있는 로이 안데르손의 인간 3부작을 대신 추천하고 싶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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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클린]

  1952년, 아일랜드의 한 조그만 마을에 사는 젊은 여성인 에일리쉬는 언니의 도움으로 미국 뉴욕으로 혼자 이주를 가게 됩니다. 브루클린의 아일랜드 이민자 동네에서 터를 잡는 동안 모든 게 낯설고 확실치 않지만, 그래도 주변엔 그녀를 기꺼이 도와줄 사람들이 있으니 그녀는 금세 적응해 가면서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게 될뿐더러, 덤으로 잘생긴 이탈리아계 청년과 사귀게 되지요. 하지만 그녀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고, 그러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인생 방향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에 다다릅니다. 콤 토이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존 크로울리의 [브룩클린]은 이민자 드라마와 성장 드라마 간의 익숙한 조합인데, [언 에듀케이션]과 [와일드]에서 각색 작업을 맡았던 각색자 닉 혼비는 여기서도 노련하게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굴리면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고, 결과물은 같은 시대 배경을 무대로 한 [캐롤] 못지않게 잘 만든 시대극 드라마입니다. 시얼샤 로넌의 경우, 그녀가 단아한 매력과 함께 영화를 잘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톤먼트] 이후로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앞으로도 이 멋진 연기자가 좋은 모습들 계속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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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톰 맥카시의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이들은 보스턴 가톨릭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들에 대한 보도로 2003년에 퓰리처상을 받았었는데, 영화는 그들의 취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바라다봅니다. 2001년에 새 편집국장으로 부임한 마티 배런의 제안 아래 월터 로빈슨과 그의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은 상습적 아동 성추행범으로 드러난 한 동네 교구 사제의 사건을 좀 더 파보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사제 말고도 상당수의 교구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을 저질러왔을 뿐만 아니라 교회 측에선 공적 이미지 보호를 위해 이들과 이들의 추악한 범죄들을 계속 외면하고 덮어왔습니다. 언론인 주인공들의 느리지만 끈질긴 취재 과정에 우직하게 집중하면서 영화는 이들이 파헤쳐가는 불편한 진실의 여러 면들을 담담하게 둘러다보는데, 영화는 [대통령의 사람들] 못지않은 사실적 박진감으로 우리의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고, 영화 속 실력파 배우들의 튀지 않은 겸손한 앙상블 연기도 여기에 한몫을 합니다. 한마디로, 모든 부분들이 딱딱 들어맞아가는 동안 침착하면서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드라마를 확실히 뽑아내는 명품 수작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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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다이노]

  작년에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내놓은 또 다른 신작 [굿 다이노]의 세상은 6천 5백만 년 전에 거대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지 않은 평행 세계입니다. 운석이 그냥 살짝 지구를 지나쳐간 덕분에 공룡들은 계속 잘 먹고 잘 살아갔고, 몇 백만 년 후에는 농사도 할 줄 알 정도로 진화했지요. 아파토사우러스 농장 가족의 막내인 알로는 옥수수 저장소를 지키던 도중, 도둑질하려다 걸린 원시인 소년과 접하게 되는데, 알로가 머뭇거리는 동안 달아난 이 골칫덩어리를 알로의 아버지가 추적하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홍수로 죽게 됩니다. 나중에 다시 그 원시인 소년과 마주치게 된 알로는 당연히 화가 나서 뒤쫓다가 엉겁결에 농장 근처 강물에 같이 빠져서 저 멀리 떠내려 가버리고, 그렇게 하여 이 둘의 긴 여정이 시작되지요. 척 보기만 해도 전형적인 성장 모험담인 가운데, 픽사 애니메이션 작품치고는 이야기와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심심해서 불만이지만, 공룡 시대와 서부 개척 시대의 별난 판타지 조합은 여러 잘 만든 볼거리들을 제공하긴 합니다. 제작 전 이야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많이 삐걱거렸던 걸 고려하면 이 정도로 멀끔하게 나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1/2)    

 

 P.S.

  1. 알로의 가족들이 어떻게 농장에서 일하는 지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갔으면 쏠쏠하게 재미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어떻게 밧줄을 만들고 묶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왜 초식공룡들이 닭을 기를까요? 닭똥 때문일까요? 

 

  2.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어느 한 장면이 살짝 가위질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가위질 한 게 낫습니다. 별로 썩 좋은 코미디가 아니고 그냥 징그럽다는 인상만 남기거든요. 


 3. 스팟을 보면서 전 이 평행세계에서 인류는 원숭이들이 아니라 개들에서 진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간간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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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

  독특한 코미디 영화였던 [프랭크]의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의 신작인 [룸]은 엠마 도노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막 다섯 살이 된 잭은 그의 어머니의 정성어린 보살핌 아래에서 잘 자라왔지만, 이 어린 소년은 자신과 그의 어머니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지를 잘 모르고 있고 그들의 ‘방’은 그가 인지하는 세상의 전부입니다. 7년 전 어떤 인간말종에게 유괴된 후 그 인간의 정원 헛간 안에서 계속 감금당하는 동안 잭을 임신하게 되었던 그의 어머니의 경우 매일이 생지옥이나 다름없지만, 적어도 그녀는 잭을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이 끔찍하고 암담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그럭저럭 잘 견뎌내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어느 시점에서 그녀는 본인과 아들을 위해 정말 뭔가를 빨리 해야 한다는 걸 감지하고, 그리하여 그들은 마침내 바깥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게 그다지 스포일러가 아닌 건 영화의 후반부가 이들의 바깥세상 적응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 전반부에서 무척 생생히 그려졌던 그들의 절실한 관계가 후반부에서 또 다른 강렬한 드라마의 바탕이 되는 모습엔 조용하지만 무척 절절한 감동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직행해버린 작은 수작 [숏텀 12]의 주연이었던 브리 라슨의 가식 없는 연기도 훌륭하지만, 그녀와 함께 영화를 당당히 이끌어가는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도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입니다. 이 어린 배우가 점차 드라마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가슴 뭉클한 순간들을 자아내는 걸 보면 남우조연상 후보로 홍보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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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

 모 블로거 평

 

“Quentin Tarantino’s “The Hateful Eight” is a violent, bloody piece of work drenched in stylish excess and vicious black humor. This aspect will not surprise you if you are familiar with many of Tarantino’s sensational works, but this eighth film of his is quite mean, brutal, and ruthless even in his standard. After establishing its cold, snowy ground with a bunch of various untrustworthy characters stuck within a closed space, this savage western film mercilessly and relentlessly strikes us hard with how much its unlikable characters are literally hateful to the core, and you will be gripped by its ambitious take-no-prisoner exercise in bloody nihilism for more than 2.5 hours – or repelled by its relentless serving of simmering murderous hate and barbaric remorseless violence on its big, wide canvass of 65 mm film.“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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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드]

 [크리드]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전 그다지 기대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록키 시리즈는 실베스터 스탤론 본인이 [록키 발보아]로 그럭저럭 잘 끝냈었는데, 또 속편을 만들어야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제목에서 보다시피 영화는 록키 발보아의 경쟁자이기도 했던 아폴로 크리드의 아들인 아도니스 ‘도니’ 존슨이 주인공인데, 남편을 잃은 후에 남편의 숨겨진 사생아를 LA에서 친아들처럼 키웠던 사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젊은 주인공께선 잘 나가는 직장 때려치운 후 필라델피아로 날아가고, 당연히 그는 남은 말년을 느긋하게 보내고 있던 중이었던 발보아 할배 밑에서 훈련받기 시작합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처럼 [크리드]는 시리즈 공식을 정말 충실히 따르는데, 그 전에 나왔던 속편들의 끊임없는 공식 재탕 덕분인지 이 경우는 장르적 안정함과 함께 덜 찜찜하게 다가옵니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던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익숙한 순간들을 노련하게 다루면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불어넣고, 도니는 그 옛날의 록키처럼 우리가 절로 응원할 수 있는 믿음직한 캐릭터입니다(비록 흑수저인 록키에 비하면 얘는 금수저이지만요). 쿠글러의 전작을 통해 경력이 급상승한 마이클 B. 조던의 성실한 주연 연기도 든든하지만, 실베스터 스탤론은 본 영화를 위해 늙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록키 발보아]에서도 찡하긴 했지만, [록키] 이후로 본인과 캐릭터 사이에서 이 정도 수준의 감정적 공명 효과를 낸 적은 없었지요. (***1/2)  




    • 크리드가 정말 보고 싶네요

    • 브루클린, 스포트라이트, 룸이 보고 싶네요. 국내에 다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 헤이트풀 8 올리신 사진은 뭔가 뮤지컬 영화 같은 느낌이네요. ㅎㅎ
    • 굿 다이노 재밌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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