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교수 패소 판결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논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집합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명예훼손죄는 어떤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그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한 것임을 요하고, 다만 서울시민 또는 경기도민이라 함과 같은 막연한 표시에 의해서는 명예훼손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지만,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그것에 의하여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도5407 판결 등 참조)
위 판례가 교과서 등에 자주 인용되긴 합니다만, 실무적으로 보면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습니다.
굳이 요건을 들어보자면 '집단의 규모가 비교적 작고', '특정범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라도 구성원이 알려져 있을것' 정도가 요건으로 볼 수 있을텐데요,
해당 판결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집단을 표시해 피해자를 특정하고 구체적인 사실 적시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설시한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재 '생존해 계시는'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수가 약 40여분 정도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 착안하면, 적어도 현재 생존해 계시는 분들로 한정하면 특정성이 인정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범죄는 '죄형법정주의원칙'상 성문법에 명시적으로 처벌규정이 없다면 아무리 반사회적인 행위라도 '범죄'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불법행위'는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는 일반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형사상 범죄로 인정되는 범위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불법행위'의 범위가 훨씬 더 넓습니다.
형사범죄는 원칙적으로 고의범에 한정되는 것과는 달리 민사상 불법행위 배상책임에는 원칙적으로 고의와 과실이 동일하게 취급되기도 하구요.
이번 판결에서도 "명예훼손" 부분과 "인격권침해"부분을 별도로 나누어 설시하고 있는 것도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일 겁니다.
전문가분의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