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상담사에게 어기짝을 놓는 게 재밌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차피 거기에 가는 시점에서 이미 지고 있는 거예요. 나는 돈을 내고, 그들은 돈을 버니까요.
30살 쯤 되니 자신의 의견이 맞다고 우기는 것 자체가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어차피 옳은 것이나 틀린 건 없이, 모든 건 관점의 차이에 따라 다 달라지는 거고 누가누가 더 자신의 관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보여주느냐의 문제라고 느끼게 되었거든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냥 자신이 편한 대로 지껄이는 것뿐이지 옳게 들리는 말이 하나도 없었어요.
애초에,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사람이 되면 자신의 관점을 포장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남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주도권을 쥐려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게 되고 싶었어요.
2.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렇게 살았어요. 나쁘지는 않은데...두 가지 문제가 생겨요. 첫째로는, 즐거운 시간과 즐겁지 않은 시간의 경계가 너무 명확해진다는 거죠. 재미있는 곳에 가서 노는 시간과 재미있는 곳에 가서 노는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두가지로 나뉘어지죠.
두번째로는 그간 쌓아온 인간관계가 빠른속도로 삭제돼요. 다른 인격체와 논쟁이나 조율을 하지 않는다는 결심은, 약간의 불똥만 튀어도 진화하려 들지 않고 그 불똥이 산을 다 태워버리도록 놔두는 거거든요. 그게 십여년동안 쌓아온 산이라도 말이죠. 좀 아깝긴 하지만...관점을 고수하기 위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거니까 다 잘라버렸어요.
3.한데 이렇게 몇 년쯤 살면 헛생각이 들어요. 다른 인격체로부터의 자발적인 존경이나 관심, 호감 같은 걸 원하게 되죠. 최근에 듀게에 올라왔던 글을 인용하자면 '자율성으로부터 오는'감정들을 얻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문제는, 그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거라고 믿어버린 상태거든요. 이미 현실 감각이 많이 사라진 상태인거죠.
4.흠.
5.최근에 이런저런 사람들...그러니까 내게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물론 재미는 있었어요. 한 2~3개월 정도.
그리고 역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힘들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하긴 당연한 거예요. 존경이나 호감은 커녕...애초에 친하게 뭉쳐 있던 사람들 집단 앞에 겸손따위는 쌈싸먹은 인간이 등장하면, 반응은 뻔하죠. 그야 한 5명 중 한명 정도의 사람들은 재미있는 분이라고 열광하기도 하지만, 그걸로는 교섭단체나 세력을 만들기 힘들었어요. 하긴 만들었어도 운영을 못했겠지만.
6.이건 이 게시판에도 썼지만 어떤 술집에 가서도 한 얘기예요.
"이봐! 모임이란 거에 나가 봤어? 고기를 실컷 먹었는데 겨우 2만원이야! 술이랑 안주를 실컷 먹었는데 7천원이고! 2만 7천원으로 하루를 재밌게 보냈다니까?"
하고 어떤 술집의 어떤 부사장 앞에서 떠들었어요. 그래서 이제 새로운 재미거리를 찾았으니 이런 바에는 안 올거 같다고도 떠들었죠. 그땐 몰랐던거죠. 아무리 헛소리를 해도 반박하지 않아 주는 상대가 얼마나 고마운 건지 말이죠.
7.최근에..........................다시 그곳에 슬며시 얼굴을 내미니 부사장이 말했어요. 한 글자 한 글자 똑같진 않지만 대충 이랬어요.
"일반인들이랑 노는 거 재미 없지?"
......나를 너무나 잘 파악한 것 같은 한마디였어요. 다시 나타난 게 전혀 놀랍지가 않다는 듯이 말하는 걸 보니, 말만 안 했지 이미 오래전에 다 파악당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8.또 이렇게 몇 년 살다 보면 다시 헛생각이 들겠죠.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블라블라. 뭐 이런 생각이요.
저는 돈이 없어도 사람들이랑 노는게 재미가 없어요
혼자 놀고 혼자 하고싶은거 소소하게 하는게 좋아요
7. 일반인이 아닌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