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를 보고 문득 드는 궁금증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뜬금 없이 <신과 함께>를 다시 보았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신을 찾고 싶기리도 한 건지.. 암튼 방금 <저승편>을 정주행 완료했어요.

일곱 개의 지옥 중에서 다섯 번째 지옥인 '검수지옥'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다섯가지 죄의 무게를 업칭이라는 저울로 달아보는 곳이었죠. 그 중 마지막 죄는 망언을 한 죄였고요. 
거짓을 전해서 오해를 불러일으켜 다투게 한 말, 전해서는 안 될 말을 전해 서로 미워하게 한 말,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린 말, 다른 사람을 욕보인 말..등등이 죄목으로 있었어요.
이런 말들은, 다른 사람의 심장에 느닷없이 비수를 꽂는 일이기에 죄라는군요.
만약 칠지옥이 정말 존재한다면, 저는 아마 살아남지(?) 못하고 검수지옥에 갇힐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검수지옥까지 오지도 못할 것 같긴 했지만요.)

그런데 궁금한 건, 저런 말들은 주관적인? 상대적인? 거잖아요.
사실인 줄 알고 말했는데 거짓이었다든가, 전해서는 안 될 말이라는 걸 몰랐거나/전했는데 서로 미워하지 않게 됐다든가, 누구에게는 기분 나쁘지 않은 말인데 하필 상대방의 자존심이 세서 건드려졌(?)다든가, 내가 그런 말을 들어도 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든가 하기 때문에요.
고의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그랬던 거라면?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상대방이 잘못 받아들인 거라면? 
뭐 이런 궁금증이 들었어요. 그런 경우엔 '모르는 게 죄'가 되는 거 아닌가 싶었고요.
물론 죄를 추의 무게로 환산하고, 측정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면, 신만이 가능하겠죠. 그라니 그런 일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처리하는 신이 존재하고, 지옥이 존재한다는 거겠죠?


저는 성격이 매우 예민해서 상처를 잘 받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상처를 줄 수 있는지도 잘 알아요. 
이제 전남자친구가 된 사람은 제 마음에 비수를 정말 많이 꽂았어요. 근데 그는 그게 자신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말이래요. 그래서 한 거고, 모르고 그랬다네요.
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 그가 어떤 경위로 그런 말을 한지 알면서도 그에게 비수를 꽂았고요.
전남자친구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말로 인한 상처를 주고받은 것 같아요.
그에게 죄를 묻고 싶은 건 아니고..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예민해서 비수가 꽂힌 거라면 그 경우에도 그 말을 한 사람의 잘못일까요? 고의성이 없었던 경우에도 그럴까요? 비수가 꽂혀서 비수를 꽂은 경우는요? 어쨌든 비수는 비수로 남는데 말이에요. 아니면 망언을 했는데도 비수가 꽂히지 않았거나, 비수를 꽂으려고 했는데 듣는 사람이 무신경하거나 이해심이 좋아서 비수가 안 꽂힌 경우는 어떨까요.
    • 그런 넘과 헤어신것은 아주 잘하신 겁니다.

      사후에 업칭이든 천칭이든 그건 그때가서 고민하시고(거짓일 확률이 크니) 이번 생의 생전에 검수지옥을 벗어나신 건 신이 요싱님과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험도 가뿐히 뿌리치시길. 세상은 넓고 미친*은 많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뿜었어요. 맞아요 이승에서 지옥을 맞이할 뻔 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비수를 던진 게 아닌데 비수가 꽂히면 누굴 탓해야 하나..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채찬님 덧글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네요. 위로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위로가 필요했나봐요. 감사합니다.

    • 모든 것은 관계니까요. 의도가 없었다 해도 비수가 되었다면 잘못이라고 봐요. 더구나 애인관계였다면 더욱 더.
      • 그렇네요. 소통은 쌍방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한 쪽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잘못이겠네요.
    • 인간의 상상에서 만든 지옥일진대 위안과 경고의 의미가 있겠죠.


      내가 예민한가 하면서도 마음의 상처가 도무지 낫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은 있을 테니까요. 분명히 그 죄의 무게도 나중에 측정될 거라고 생각하면 위로가 되지 않습니까?말 전한 죄도 잰다고 해서 저 지금 좋아 죽겠거든요. (혹시 뒤끝 긴 사람 죄는 또 따로 잽니까 ;;;;)


      반대로- 저는 지옥 이야기는 경고 목적이 구십구 프로라고 생각하는데요-경고 측면에서 보자면 그저 네 입안에 칼이 있으니 의도가 있든 없든 주의하라는 뜻일

      테고요.

      재치 과시하려고 들지 말자가 몇 년 전부터 한 결심인데 잘 안 되네요. 악의 없는 실수는 거의 여기서 나오더군요.

      • 측정이라도 된다면, 가시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겠어요. ㅎㅎ 천진함과 악의는 가끔 구분이 잘 안 돼서.. 이런 애매한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판단하고, 스스로를 보듬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뭔가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겠죠. 그냥 저부터 잘하려고요.

    • 듣는 사람이 자격지심이 있는 경우와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특수한 상황을 몰랐을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은 말로 상처 준 사람이 잘못한 거겠죠. 후자의 경우는 상처는 받지만 이해할 거고요. "너무 예민하다"는 말은 답정너 아닐까요. 정말 너무 예민한 사람이라면 일단 사과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한발짝 물러나는게 좋은 방법이겠죠. 

      • 죄송해요. 너무 예민하다는 말은 답정너 아니냐는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음, 그러니까 어느 쪽을 답정너라고 하신 건지를 모르겠어요.ㅎㅎ
        • 상처 받은 사람이 너무 예민하다는 말은 상처를 준 사람의 변명 또는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다는 거죠. 너무 예민해서 별 것도 아닌 말에 상처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일일이 조심해서 말하겠어요? 물어볼 것도 없이 너무 예민한 사람의 문제죠.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말 자체가 이미 중립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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