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레버넌트 스포)
1.어제 신촌에 갔는데 신촌에 오락실이 생겨있었어요. 그런데 가격정책이 좀 이상하더군요. 철권 7이 500원인데 킹오파 95도 500원인 거예요. 이럴려면 철권7을 1000원으로 하고 킹오파나 철권 태그를 500원으로 해야죠. 어쨌든 게임을 좀 하고 싶었는데 동전이 없어서 입맛만 다시다가 나왔어요.
2.생각해보면 킹오파는 이제 무려 21년 전 게임이죠. 21년동안 과자값이 오른 걸 감안하면 킹오파 95 한 판에 500원인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예요. 흠...신촌 오락실이 장사가 계속 될 지 어떨진 모르겠네요. 일단 유동인구와 유동인구의 나이대와 근처에 강력한 경쟁자는 없다는 걸 감안하면 그럭저럭 운영될 거 같긴 한데...격투게임 라인업만 좀 좋다면 종종 갈 텐데 말이죠.
3.물론 그 오락실이 재미있는 곳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요. 나에게 박살나줄...그러니까 일방적으로는 말고 어느 정도 아슬아슬하게 박살나줄 실력자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곳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30살이라고 가정하면, 9살 초딩 때 오락실에서 킹오파95를 하던 사람이어야 해요.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노량진에는 있는데 신촌이라...흠.
4.휴.
5.이건 좀 여담인데, 자꾸 킹오파95얘기를 하는 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킹오파 95를 할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예요. 인생 따위는 꾸준히 쌓아 뭔가를 이뤄내는 게 아니라 한방이라는 철학 말이죠. 인생에서 꾸준히 쌓이는 건 먼지뿐이거든요.
'로마를 하루 아침에'라고 읊조리면서 강 기본기 캔슬-다이몬 고로의 초필살기를 성공시키면 게임은 거의 이겨 있는 거죠.
6.레버넌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디카프리오가 중간에 만난 인디언이었어요.
디카프리오가 겪는 걸 보니 이건 무협지에서의 '기연'같은 이벤트가 없이는 도저히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여겨졌거든요. 한데 이렇게 리얼한 척 하는 영화에서 과연 그런 수법을 쓸까...? 했는데 정말 우연히 조력자가 등장하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어요.
하지만 그 인디언 캐릭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그는 거친 자연에서 혼자 살아가는 모든 방법을 깨우친 사람이잖아요. 사냥꾼이면서 요리사이고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며 불도 잘 피우고 가끔씩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사색가의 면모도 있죠. 그런 여러가지 면모를 개발시키면서도 유머와 여유도 잃지 않았고요. 심지어 마지막엔 건축기술을 발휘하며 쉘터까지도 만들죠.
그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마주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한가지는 부러웠어요. 밀도와 풍성함에 대한 거 말이죠.
언젠가 썼듯이 이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 없어요. 그냥 자기가 잘 하는 것 한가지만 계속 반복하면서 돈을 버는 거죠. 그 돈을 가지고 식당에 가면 누군가가 죽이고 누군가가 다듬어서 누군가가 유통하고 누군가가 요리한 고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 누군가...각자들은 매일 소를 죽이거나 매일 고기를 다듬거나 매일 고기를 유통하거나 매일 고기를 요리하거나 하는 거죠. 이건 편리하지만 협소한 일이기도 해요. 이 협소함에도 치사량이라는 게 있어서 협소한 인생을 몇 년씩 살다보면 가끔씩 파괴적인 일들을 벌이게 되죠. 그리고 나서 판사 앞에 끌려나가 '판사님...치사량 때문이예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의 협소함이 치사량에 달해서 그만...'이라고 외쳐봐야 소용 없죠.
7.그 인디언은 왜 디카프리오를 거뒀을까? 본인에게 아무 이익도 없을 텐데...라고 여겨지지만 저에게는 확고한 저만의 답이 있어요.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말이죠. 그 인디언은 외로웠던 거예요. 자신의 발목을 잡더라도 함께 나아갈 누군가가 있는 게 더 나았던 거라고 확신해요. 나 또한 지출의 대부분을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 쓰거든요.
8.글을 마치려다가...위에 레버넌트를 '리얼한 척 하는 영화'라고 쓴 걸 해명해야겠군요. 어렸을 때 집을 나가곤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서울에는 눈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고 어슬렁거리는 곰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냥 아주 힘들어요. 온몸에 찢긴 상처가 없더라도 딱 3일 정도만 밖에서 자고 돌아와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영양을 보충하며 수면을 취해야 몸이 좀 나아지거든요. 가장 몸이 쌩쌩할 어린 시절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디카프리오 아저씨가 곰에게 습격당하고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굴러다니면서도 체력과 상처를 회복해가는 이야기 따윈 믿어 줄 수가 없어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요.
저는 그 피츠제럴드 찾으러갈때 왜 단둘만 갔는지 그게 좀 의아하더군요
돔놀글리슨(?)그분은 걍 죽으러 따라간건가...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