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독서모임 1월 정모 후기_빼앗긴 자들

요즘들어 더 활기찬 느낌이 드는 동적평형 독서모임의 1월 정모 후기입니다. 강남권에서 모임할만한 괜찮은 장소를 발견한 탓에 12월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비용은 살짝 올라갔지만 저녁 요기와 그럴듯한 음료가 포함되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공간도 쓸만합니다. 


1월 모임에는 모두 열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주제 도서는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이었고 책을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참석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빼앗긴 자들은 1975년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달았을때 혹은 이미 끝났을때 발표된 소설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미,소,중 강대국을 반영한 설정도 눈에 띄고 히피 문화라던가 반전운동, 아나키즘등의 사상적 물결이 끼친 영향도 일정부분 느껴집니다. 


헤인 연대기의 일부인 빼앗긴 자들은 우라스와 아나레스라는 두 행성(쌍성이라고 해야겠지요. 지구와 달같은 관계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에 살고 있는 세티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라스는 지구와 비슷한 풍요로운 행성인데 오도라는 사상가를 따르는 오도니안들이 세력을 넓히자 수백만에 달하는 이 세력을 우라스의 정치가들이 아나레스로 이주하게 합니다. 아나레스는 우라스와 달리 바다는 있지만 토양은 황폐해서 관목과 비슷한 훌럼이라는 식물밖에는 동물도 심지어 박테리아마저도 살기 힘든 척박한 행성이었죠. 하지만 광물은 매우 풍족하게 묘사됩니다. 


아나레스로 이주하는 대신 서로 왕래하며 교류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은 탓에 아나레스 인들은 그들만의 아나키즘적인 사회를 꾸려가며 부족하지만 고통속에서도 서로간의 결속을 다져가며 살아가고 절대권력이 없는 와중에도 관료주의의 병폐가 서서히 나타납니다. 그러던중 쉐벡이라는 천재적인 과학자가 아나레스를 떠나 우라스로 오게되는 상황이 책의 도입부이고 이후로 우라스와 아나레스는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게 되는데 우라스와 아나레스,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것이 매우 흥미진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책에 대해 발제해주신 분이 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를 꼽아주셨는데 어쩔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책인데 읽기위한 동력이 필요해서(다른 분들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와 상당히 비슷하지요..) 그리고 어슐러 르귄 여사가 매우 유명하신 분이라서.. 였습니다. 덧붙이시기를 SF작가에게도 노벨상을 준다면 1순위가 어슐러 르귄 여사이고 그래서 다수가 이 책을 알고 있을거라 하시더군요. 뭐..제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의 팬은 늘 한줌이고.. 그 대다수가 여기 듀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빼앗긴자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어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일단 아나레스를 꼭 북한같다고 읽어내신 분이 있는가 하면(참고로 아나레스는 아나키즘적인 사회입니다.. 북한은 파시즘이고..) 오도라는 선각자는 마치 예수같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사실 종교적인 광신이 없다면 소유를 포기하고 척박한 아나레스로 이주할만한 동력이 있을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나키즘이라는 사상을 깔고 있지만 오도니안들은 종교단체의 종교인들 같은 느낌이 강하기도 해요. 


남성과 여성의 평등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고 청소년기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가 있다면 성범죄는 줄어들고 강간과 성차별, 성폭력도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습니다. 외모때문에 힘들거다라는 의견도 있었지만..기본적을 세티인들은 츄바카처럼 온몸에 털이 그득하다고 하니 지구인(?)인 우리는 짐작하기 힘들겠지요. 


쉐벡이라는 과학자가 제창한 시간의 동일성 원리를 기반으로 앤서블이라는 통신 수단이 이후 발명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도 시간의 연속성과 순환성, 동일성등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오갔지만 물리학 전공자가 아니 계셔서 표면적인 논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치고 다음 모임에 이야기할 책들을 투표메 붙였는데 다수결로 서경식 교수의 "시의 힘" 이 꼽혔습니다. 해서 2월 정모는 시의 힘으로.. 


정모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2차를 했습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모두 2차를 가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굶주린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다음 정모가 기다려지면서 아쉽기도 하지만.. 요즘 분위기라면 조만간 또 누가 번개를 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모임의 본질이 독서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지만 그만큼 이 모임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라 분위기가 좋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 뒷이야기도 있습니다만.. ㅎㅎ) 


다음 정모가 기다려지네요.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은 어슐러 르귄의 헤인연대기.. 그중에서도 빼앗긴 자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아나레스가 북한 같다기 보다 우라스와 아나레스의 관계가 남북관계를 연상시킨다는 말이었어용... 서로 단절되고 상대에 대한 비방만 그득하고 뭐 그런것들 말입니다 ㅎㅎ

      • 우라스 부천!! 이 기억에 남는 모임이었지요. 

        • 부천에 오시면 쉐벡급 대우를 받으실 수.....
    • 뒷이야기가 궁금한 1인

      그나저나 앤서블은 언제봐도 정말 매력적인 설정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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