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직장에서 에이스(?)가 된 이야기바낭

안녕하세요. 슬픔입니다.


얼마전에 호텔서 전직원 회의가 있었어요.


호텔의 운영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지부진한 카페의 매출을 올려줄 신메뉴에 대한 구상등을 토론하는 자리였죠.


오후 3시에 회의가 열렸는데, 전 20분 전쯤에 도착했는데(그 날은 쉬는 날이었거든요.)


아뿔사! 이틀전에 회사 공지에 떠있었던 것을 동료분들에게 들어서 겨우 알게 된 거에요.


직원 한명당 새로운 아이디어 몇 개씩 발표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멘붕과 함께 20분동안 머리를 쥐어싸매고 끙끙 아이디어를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야속하게도 빨리 지나가는 시간과 함께 회의가 시작.


전 중간쯤 되는 순번이었어요. 직원들은 하나하나 일어나 스스로 생각한 호텔운영에 대한 비젼, 또는 카페의 신메뉴에 대해서


발표했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었고, 진부한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회장님은 큰 인상을 받진 않으셨는지, 무성의한 "검토해봐"와 박수밖에는 치지 않으셨어요. 전체적으로 조용한 회의가 계속되었죠.


이제 드디어 제 차례가 들어왔고, 전 제 아이디어를 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느라 뜸을 좀 들였는데요.


제 옆에 앉아있던 객실팀 동료들은 제가 20분동안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얼마나 바보같을지 기대하는 표정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조금 머뭇거리다 제 아이디어를 말했어요.


그러자마자 갑자기 회장님이 소리를 지르시더니 "내가 자네를 아침부터(?) 주시해왔어!"이러시는 거에요, 전 아침에 있지도 않았을 땐데ㅋㅋㅋ


그런데 제 아이디어가 약간의 현실성이 결여된 이상적인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팀장님급들에서는 반론이 하나둘씩 나왔고


그 회의 최초로 약 30분간 열띈 토론이 오갔어요.


하지만 회장님과 회장님의 따님인 이사님은 제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드셨는지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면 암것도 못한다! 이건 우리 호텔의 운명을 바꿀만한 아이디어야!"하고 말씀하시더니


제 아이디어를 즉각 검토해보라고 말씀을 내리셨어요.


그 다음에 눈을 희번뜩(?)하시면서 제게 또, 또 무슨 아이디어가 있나?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진짜 좀 저렴한(?) 아이디어라 머뭇거리다 이걸 또 말했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검토'도 아니고 즉각 시행하라고 회장님이 말씀하시는 거에요ㅋㅋ


그 후엔 또, 또 무슨 아이디어가 있나? 고 제게 자꾸 독촉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없다고 하니까 갑자기 회의장에 있던 전원(회장님포함)이 웃더군요.


사실 전 아이디어 그 자체를 보다는 저의 호텔의 취약요소에 화두를 던지는 개념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시니 되려 겁이 나더군요. 이 아이디어들이 실패하면 책임은 오롯이 제가 지는 것 같아서요.(물론 말단 직원인 제가 진짜 책임을 진다는게 아니라 심적부담을 얘기하는 거에요.)


그 회의의 MVP(?)는 단연 저였어요! 절 늘 놀리고 우습게 생각했던 객실팀 동료들도 절 조금은 다시봤을까요? 무엇보다 제가 여기 글을 올렸던 그 귀여운 직원도 회의에 참석했었거든요!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서울의 특급호텔 이용권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아직 우승자는 결정되지 않은 모양이에요. 제가 받게 되면 좋겠지만, 받게 되지 않더라도


기분은 썩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제 본업만 잘하면 금상첨화일텐데...ㅠㅠ 그래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에이스를 목표로! 좀 더 노력해보겠습니다.


별 거 아닌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동안 젊은익명님 글 읽어왔는데~ 제가 더 기쁘네요 +_+ 우왕!! 진짜 기분 좋으셨겠어요~

      역시 포텐셜이 많은 청년이었어 :)

      자신감 갖고 앞으로도 쭉쭉 뻗어나가세요! ㅎㅎ 꼭 일등 하심 좋겠네요~
      • 감사합니다 :) 이제 곧 아버지가 오신다는데 부모님께 효도 한 번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될지요...+앞으로 더 정진할께요~

    • 일반적인 업무에 익숙해 지는건 개인차가 있다 뿐이지 결국에는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라는건 백날 쥐어짜봐야 안나올 사람에게는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VtzISHe.gif
      • 고맙습니다~짤의 적절한 사용 때문에 빵터졌어요!

    • 와 이 무슨 만화같은 반전!!(결코 슬픔님을 무시하는거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간의 전개상^^;; ) 장그래를 보는듯 제가 다 기쁘네요 ㅋ 자책하지말고 좌절하지말고 이렇게 조금씩 자신감도 쌓아가다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업무를 해내고 있는 내가 있을겁니다. 에이스님 홧팅~
      • 그런 날이 어서 오면 좋으련만...그래도 일이 많지 않은 날엔 혼자서 무난히 해낼 수 있게 된 걸 보면서 스스로도 대견(?)해요. 그래도 열심히 해왔구나 싶어서...응원 고맙습니다:)

    •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네요. 계속 화이팅하세요.
      • 네 고마워요! 계속 더 화이팅하겠습니다!

    • 일단 축하드려요! 계속 슬픔님 글 읽어왔는데 오늘 글 읽고 기분이 좋으네요.






      그런데 좀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어요.


      회사공지를 제 때 확인하지 않은 것 


      계속 일 때문에 힘들다 하시면서 몇번이나 듀게에 글 올리셨죠


      공지 확인안하는건 능력이 없고 있고를 떠나 기본이잖아요. 


      운이 좋아 오늘은 큰 성공이었지만 만약 반대였다면 어땠을까요?




      '옆에 앉아있던 객실팀 동료들은 제가 20분동안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얼마나 바보같을지 기대하는 표정이었' 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슬픔님의 자기비하가 반영된 생각인듯해요. 


      사실 사람들이 동료한테 신경 그리 많이 쓰지 않아요. 20분간 생각했는지 아닌지 사실 남들은 잘 모르고 알아도 그러려니. 금방 까먹죠




      작은 일에 많이 좌절하시고 또 작은 일에 크게 기뻐하시는 진폭이 너무 크다고 할까요.


      좋은 건 좋은대로, 힘든 건 힘든 대로 조금 덤덤히 받아들이면서 사람이 단단해지는 것 아닐까해요.




      댓글 오해하실까 좀 걱정도 되는데 좋은 일 있으셨던거 축하드립니다 :) 




      • 회사공지껀은...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보통은 중요한 일이 있으면 직원메일로 보내주시는데...제가 오고 나서 의미있는 공지 뜬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ㅠㅠ


        그리고 객실팀 동료들이 절 바보취급하는 건 꽤나 대놓고 하기 때문에 그건 제 피해망상(?)이 아니었을 꺼에요. 충분히 그럴 사람들이기도 하구요.(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100% 제 자업자득이라...)


        조언도 축하도 감사합니다:).

    • 알고보니 직장생활 잘하시는 분이었구만요.

      • 에이 아녀요~과찬이십니다...그래도 아이디어 말했다가 망신망 당할 까봐 걱정했는데 무사히 넘겨서 정말 다행입니다:)

    • 나중에 자서전에 쓰실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되셨군요.


      알고보니 능력자.


      이대로 쭉 임원까지 갑시다! ㅎ

      • 아 처음에 자소서(ㄹ)에 쓸 에피소드라고 읽었었는데 리플 쓰려고 다시 읽어보니 자서전인가요...ㅋㅋㅋ스케일이 너무 커졌네요!


        임원까진 아마 무리겠습니다만 좀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 이제 출생의 비밀만 더하면 MBC일일 드라마.

    • 제가 '젊은익명의슬픔'님이 첫 포스팅을 하셨을 때부터 주시해왔어요! 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 ㅋㅋㅋㅋㅋㅋㅋ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무려 첫 포스팅때부터 지켜봐주셨다니:)

    • 약간 걱정되는게 정말 그 프로젝트의 성패 여부에 책임을 떠맡게 되실 수 있어서 책임이 무거우실 수도 있네요.


      지금 채택된 아이디어가 성공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저는 일년에 한번 글 쓰는 눈팅족이지만 축하드리기 위해서 로그인했어요. 응원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일을 특출나게 잘 하는 사람 일을 정말 못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시고 힘내세요~
    • 축하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회복하시고 팀원들과의 관계도 조금이나마 좋아지시길 바래요. 


      보통 ceo급이 말단 사원을 격하게 칭찬하면 바로 중간선에서 견제와 태클이 들어온다는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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