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요즘은 뭔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어딘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아요.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인생은 늘 이 둘중 한가지는 하고 있었거든요.
요즘은 그냥 납세자로서 정부에 세금을 내고 소비자로서 기업이 만든 것들을 팔아 주면서 하루하루 지내는거죠. 이 인생에서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찾아내기 위해 10의 노력을 투자하면 2정도의 즐거움이 돌아와요. 투자 대비 효율이 안 나오는 짓거리죠.
2.어느 시기까지의 인생은 바둑, 장기와 비슷한 거 같아요. 내가 내 인생의 수를 한수 한수 놓을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멋모르고 두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 수 한수가 리스크 투성이라는 알게 돼요. 그때부터는 예전에 뒀던 수를 복기하면서 자책도 하고 한숨도 쉬지만 이 정도까지 왔으면 거의 끝난 거거든요. 얼마 남지 않은 수순과 뻔히 보이는 장기판 위의 결말을 보면서 그나마 둘 수 있는 곳에 수를 놓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게 되는 거죠.
그래서 가끔 '과거로 돌아가면 열심히 살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보지만 역시 대답은 NO예요. 열심히 사는 건 정말 논외인 일이거든요.
3.대개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노는 건 좋아하는데 그것도 아닌 거 같아요. 어딘가에 놀러가도 열심히 노는 건 귀찮거든요. 열심히 노는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가는 거지 열심히 놀기 위해 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마저도 매일은 못 가죠. 일주일에 두번...많아야 세번가는데 생각해 보면 거기서 노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겠구나 싶어요.
요즘은 술자리에 가도(물론 혼자)술을 마시는 게 귀찮아서 술을 안마시게 돼요. 하지만 술집 입장에서는 이 술이 사라져야 또다른 술을 팔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술을 열심히 마시는 건 직원이지 내가 아닌 거죠.
4.흠.
5.예전에 방학에 대해 썼었죠. 일년 내내 방학인 건 방학이 아니라고요. 방학은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거여야만 방학인 의미가 있는 거고, 반드시 방학 기간이 방학이 아닌 기간보다는 짧아야 방학 기분이 나는 거죠. 대비 효과라고 해야겠네요. 컬러감으로 예를 든다면 그건 한가지 색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한가지 색깔을 돋보이게 해주는 다른 컬러와 앙상블을 이루어야만 느낌이 나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려면 가끔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해요. 왁자지껄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랬지,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이렇게 짜증나는 거였어.'라고 일정 기간마다 재확인을 해야만 혼자 있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 거니까요.
인생이 바둑과 같다는 데 동감합니다. ㅋㅋ 한 수 , 두 수 놓을 때는 모든 곳에 공간이 널려 있어서 어디에다 둘까 고민하다가,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한 것 같아서 고민이란 것 자체가 막연해지고 결국 대충 여기 쯤 둬볼까..? 하는 마음인거에요. 그 수가 어떤 수인지 드러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또 많이 필요하고 말이죠. ㅋㅋ
저도 어제 종일 바깥에 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정말 너무 황홀하더라고요. 집에 종일 있을 때는 막상 다른 우울감 때문에 몹시 괴로웠는데, 밖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막상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런 우울감 이전에 이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안도감이 생각의 중심이 되어서 기쁜 기분이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기쁨이든 불행이든 어떤 상황에서의 기분이라는 건 그 때의 생각의 중심이 무엇이냐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생각이 순환할 수 있는 건 다른 상황의 접촉이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