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 유령신부> 레드비어드는 무엇인가 - 사람이 연상되는 개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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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커빌 가의 개>를 떠올리면 항상 에드윈 랜시어경의 <위엄 그리고 무례함Dignity and Impudence, 1839>이라는 그림이 생각난다. 그 그림은 코난 도일이 살던 당시에는 국립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가 요새는 밀뱅크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에 주기적으로 걸리고 있다. 그 그림의 왼쪽에는 냉정하고 건방지게 생긴 커다란 블러드 하운드 한 마리가 있고, 그 옆에 작고 초조한 모습의 하얀색 스코티시 테리어 한 마리가 보인다. 테리어는 금방이라도 짖기 시작할 것만 같다. 17세기 네덜란드 식으로 그린 그림 안에서 두 마리의 개는 나무로 만든 개집 입구에 앉아 있다. 랜시어는 개 두 마리를 마치 사람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그렸다. 내가 다닌 서색스의 예비 학교 도서관 벽에는 랜시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복제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나는 그 학교에 다니던 열 살 때 처음으로 <사냥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를 줄여서 부르는 말> (월간지 스트랜드지에 연재된 모습 그대로 엮은 책이었다)를 읽었다. 랜시어가 그린 블러드하운드와 테리어에게는 실제로는 그래프턴스크래치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그림을 주문한 사람의 개들이었다 내 상상 속에서 그 둘은 영원히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였다. 그 둘의 영원한 협력관계를 개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였다. 두 마리의 개는 약간은 기괴하고 무섭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홈즈가 등장하는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 1887>에서 왓슨 박사는 탐정인 그가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장면을 보고 왠지 잘 훈련된 순종 여우 사냥개가 잃어버린 사냥감의 냄새를 찾아내려고 열심히 끙끙거리며 덤불 속을 이리저리 헤치고 다니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생각한다. 홈즈 또한 나중에 스스로를 일컬어 나는 늑대가 아니고 사냥개 편이니까.”라는 말을 한다. 뒤에 계속 등장한 셜록 홈즈 이야기들에서도 왓슨은 사건을 다루는 홈즈를 냄새를 쫓는 사냥개에 자주 비유한다. 의도는 좋지만 대개 잘못된 방향으로 전개되는 왓슨의 충동적 행동은 작은 개 스크래치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듯 계속 홈즈에게 뛰어오른다. 물론 늘 실망하고 말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코난 도일이 이 그림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관해선 남아 있는 기록이 없다. 하지만 솜씨 좋게 그린 그림과 사냥개, 그리고 빅토리아 여왕을 좋아하던 그였으니 랜시어의 작품 역시 취향에 잘 맞았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나는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코난 도일의 상상속에 있던 바스커빌 가의 개의 기원과 민간에 전래되어 온 저주와 관련된 검은 개의 전설들을 찾아보는 내용이었다. 그 가운데 한 편에서 코난 도일이 묵었던 다트무어의 호텔 방을 보여 주었는데, 우리 제작진은 방 뒤쪽에 <위엄 그리고 무례함> 그림을 걸어두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같은 그림을 영화 <마니Marnie, 1964>의 클라이막스에서 사용한 것처럼 빅토리아 시대의 저속한 예술의 예로 보여준 것이 아니라, 민간설화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암시로써 사용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프레일링, <셜록 홈즈 최악의 적, 그 탄생과 비화>, 2001년, 펭귄북스 판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 가의 개에 수록된 해설 중에서, 남명성 옮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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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저/남명성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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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프레일링은 현재 런던의 왕립 예술대 학장이며 미술사학자입니다. 펭귄북스 문고의 좋은 점 하나가 이렇듯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장문의 해설집이 수록되어있다는 건데, 셜록 홈즈에 대한 괜찮은 문학평론들의 각각 수록되어 있어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하더군요. 이 분의 설명을 듣다 보니 영국에는 중세 이래로 검은 개에 대한 민간 속설이 상당히 내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어느 시골이든 저주받은 검은 개에 대한 무서운 전설이 있어서 가끔 어린이들이 말썽을 피우고 계속 울어대면 어머니들이 너 계속 말썽 피우면 검은 개가 물어간다!”고 애들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애들이 울음을 뚝 그친다고...(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한국에도 이런 전설이 있죠. 호랑이와 곶감...) 윈스턴 처칠 전 총리도 언젠가 자신이 평생 고생한 우울증얘길 하면서 그 우울감을 검은 개가 날 따라다닌다고 언급한 적도 있고.

 

  여튼 문득 이 그림이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생긴 그림일까....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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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r Edwin Henry Landseer 'Dignity and Impudence', 1839 Oil paint on canvas, 889 x 692 mm, Tate



 이런 그림이네요...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랍니다.....



 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으면 사람 캐릭터와 동물 이미지를 매치.....-_-;; 이것도 문화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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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개봉한 영화 <셜록 - 유령신부>에서 팬들 사이에 가장 논란이 됐던것 중의 하나가 '레드비어드'가 과연 무엇인가였죠. 영드 셜록의 3시즌에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레드비어드' 는 셜록의 마인드 펠리스에서 가장 깊은 의식의 영역중의 하나에 놓여있었습니다. 언듯 봐서는 그냥 어린 시절에 누구나 갖고 있는 동물친구와의 슬픈 기억이려니 싶긴 한데, 뭔가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이 붉은 털빛의 강아지 정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팬들 사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3시즌에서 셜록의 주요 약점으로 '레드비어드'가 등장하기 시작했거든요. 특히 이번에 개봉한 영화 <셜록 - 유령신부>에서 "대체 자네가 왜 그런 사람 - 그러니까 소시오패스 -_-;; 이 된건가?" 라는 왓슨의 질문과 함께 시작된 셜록의 논쟁에서도 이 개가 등장합니다. " 어느 무엇도 날 만들지 않았어…. 난 내가 만들었지." 하는 셜록의 차가운 대답과 동시에 마치 이명처럼 들리는 개 짖는 소리...극장에서 이 장면 보는데 진심 소름 돋더군요. (사실, 처음 봤을 땐 이 장면을 놓쳤었는데, 여러 번 보니까 드디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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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 21에 이에 대한 괜찮은 기사가 있답니다.


셜록의 마음 들여다보기 - <셜록: 유령신부>를 완벽히 즐기기 위한 가이드맵 -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40&aid=000002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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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개의 정체는 뭘까요? 영드 셜록의 한 편에서 '바스커빌 가의 개'를 현대로 각색하면서 사람을 개로 기억하는 설정이 하나 있었죠. 셜록과 비슷한 기억 저장소를 가진 마그누센이라는 언론재벌이 셜록의 약점을 언급할 때 이 '바스커빌 가의 개'와 '레드비어드'를 보면서 이게 뭔가 궁금해합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의 수첩에도 '레드비어드'는 주요 항목으로 메모되어 있죠. 거기다 마이크로프트는 동생에 대한 처우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하원의장의 지적에,  "제게 형제애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라고 잘라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는 홈즈 가에 이 두 사람 말고 또 다른 형제가 있고, 그가 바로 '셰린포드 홈즈'라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 물론 4시즌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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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린포드는 원작자 코난 도일이 탐정 소설을 쓰기 위해 이런 저런 인물 설정을 하다가 만든 캐릭터로 셜록 홈즈의 원형이 되는 인물입니다. 결국 코난 도일은 셰린포드 보다는 '셜록'이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들었던지 - 당시 그가 살던 포츠머스 시의 경찰청에 '셜록 경감'이라는 유능한 경관이 있었거든요. 이 양반은 워낙 뛰어난 수사관이어서 여러 건의 형사 사건들을 해결하고 지역 신문 사회면에 종종 이름을 올리곤 했었는데, 당시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이런 류의 사건사고 기사를 닥치는대로 읽고 있던 도일 선생의 눈에 띈 것이 아닐까 전기작가들이 추측하더군요 - (아일랜드 고어로 '셜록'은 '금빛머리'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런데 홈즈 선생은 금발이 아니긴 합니다만) 여튼 홈즈의 이름은 셰린포드에서 셜록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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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설정을 이용하여 셜록 홈즈의 팬픽에서는 종종 셰린포드가 마이크로프트 이외의 다른 셜록의 형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아마 영드 셜록에서도 이 설정을 활용하지 않을까 팬들이 추측하고 있기는 한데,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확 끌리는 설정이라고 아니 말 할 수 없더군요. 사람을 개의 이미지로 기억하기.....-_-;;





    • 3시즌부터 보신 분들이나 3시즌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달리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이 시리즈가 원작의 흥미로운 재해석으로 자리매김하려다가 그냥 영리한 팬픽션 수준으로 주저앉아버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령신부를 본 이후로는 그 이유가 모팻 일당이 뭐든 해보고 싶은 팬보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능력이 거기까지 밖에 안돼서 그런거 같다고 거의 판단을 굳혔구요. 4시즌에 정말로 셰린포드가 나오면 좀 우스울 것 같습니다. 셜록 홈즈의 과거를 파는 일은 한니발 렉터의 과거를 파는 것 만큼이나 매력없는 짓이죠. 셜록 홈즈가 왜 셜록 홈즈가 됐는지 알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건 팬들에게 맡겨두는 게 원작자의 품위가 아닐까 싶네요.    

      • 영드 <셜록>이 애초에 '탐정 이야기'가 아니라 '탐정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제작자들 인터뷰 보다 보면 애초부터 팬픽션을 만들고 싶어했던 정황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 모팻과 게티스는 심지어 어떤 인터뷰에서 영화 <셜록 홈즈의 사생활>(1970)이 영드 셜록의 출발점이 된다는 식의 얘기도 했더군요. 결국 이들은 셜록 홈즈의 팬들이니까요. 말씀하신대로 3시즌부터는 팬픽션으로 방향을 틀어버린것 같습니다. ( 셜록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유령신부 관련 인터뷰에서 ' 제작진이 방향을 잃어버린것 같다' 고 했는데 아마도 같은 심정인듯 합니다―,.― )

        • 시즌 3가 팬들 사이에서도 선호가 나뉘는 건 이게 팬픽션이라서가 아니라 안좋은 팬픽션이기 때문입니다. 팬픽션은 이미 탄생 자체가 원작이 가지는 해석의 다양성을 줄여버리는데서 시작한다는 핸디캡이 있는데 시즌 3은 팬픽션이 안좋은 방향으로 내달리면 어떻게 망가지는지 꽤 리얼하게 보여줬죠. 문제는 일반 팬들이 창작하는 팬픽션은 이상한 곳을 향해 가는 것 같아도 어차피 아마추어의 작품이니 그냥 내버려두면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아닐 사람은 안보면 그만인데 모팻 일당이 창작하는 팬픽션은 팬픽션이자 '셜록'이라는 TV시리즈로서 독자적인 원작이라는 거죠. 이제 셜록과 마이크로프트는 평범한 사람들 밑에서 큰 이상한(...) 아이들인 겁니다. 원작에서 이렇게 못박아줬으니 그동안 팬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해오던 홈즈패밀리에 대한 온갖 청사진들은 원작에서 컨펌해준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조리 버려지게 생긴 거죠. 이 얼마나 쓸모없는 간섭이었습니까. 왜 제작진이 이런 걸 하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어요. 팬서비스?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다는 컨셉에 대해 컴버배치는 점잖게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만 언급했는지 모르지만 전 3시즌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빅토리안 컨셉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작진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팬반응이 안좋았구나 그래도 장사는 해야겠나보지 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군요. 
          • 저도 3시즌에 대한 팬들의 불만을 많이 접했습니다. 3시즌이나 유령신부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좀 당황스럽긴한데, 작품성에 대한 건 다양한 평가가 있을테니까요. 그럼에도 빅토리아 시대와 4시즌 제작을 하는거 보니 시청률은 꽤 나왔나보다 했습니다.
    • 그리고 프레일링 선생의 해설에 대해서라면 문화차이가 아니라 덕후과 덕후가 아닌 자의 뇌구조 차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똑같이 작품에 열광하고 팬을 자처하더라도 덕후의 기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는 그 반응이 다릅니다. 세상 모든 노래가 자기가 버닝중인 캐릭터의 테마송같고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다른 작품마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재해석하는 재료로 써먹게 됩니다. 대충 실연하면 세상 모든 이별노래가 자기마음 그대로 옮겨서 쓰인 것처럼 다가오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차이점은 우울대신 흥분감을 베이스로 깐다는 거 정도? 천리안, 나우누리 시절 부터 여러 서브컬쳐 팬덤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 말씀드리자면 개를 보고 사람을 떠올리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채소에다 찌그러진 우유곽까지 있는데요 뭘....)
      • 채소…그 오이 말씀하시는 거라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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