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있음] 귀향과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의 스텝롤이 올라가기 시작할 때, 저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습니다. 몇 번의 심호흡이 끝나고 나서, 배경음을 들으며 스탭롤을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쉼호흡을 했죠. 다 올라갈 때까지 볼까 잠깐 머뭇거렸다가, 시간이 늦었음을 자각하고 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내가 과연 무엇을 본 것인지를 생각해보며 집으로 돌아왔어요.
카톨릭의 아동성추행에 대해서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게 남아있는 이미지는, 심슨에서 몇 번이나 다시 다뤄지면서 풍자가 되고, 카톨릭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몇몇 사람들의 글을 봤던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보통 남의 동네 이야기나, (아동과 신부에 대한) 열화된 농담 같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하지만 실제 상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글을 읽어봤던 적은 없었습니다. 대략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작은 규모의 성추행 사건들과 흡사할 것이라고, 즉 닫힌 집단 내에서 은폐된 범죄 같은 것일꺼라 생각을 했죠.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다음 부분이 아닐까요. 성추행 고소가 일어난 지역은 다음과 같다, 전세계적 리스트.
저는 문제를 내고 풀어나가는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다양하게 중첩된 문제들 투성이의 영화일 수도 있고, 문제 하나를 끝까지 우려먹는 영화일 수도 있겠죠. [귀향]은 보러 가기 전부터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영화에 속합니다. 다만, 그 문제를 도무지 어떻게 풀지 상상하기 힘든 영화 중 하나지요. 미리 말하자면, 전 [귀향] 식의 문제해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보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라기보다는 질문을 평문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A입니까?'를 'A입니다.'로 바꾸는 일이요.
한국식 문제해결 방법 중에 '한풀이'라는 것이 있죠. 저는 아직도 이게 어떤 것인지 감을 못 잡겠어요. 상당량의 소설과 영화에서 문제를 마무리지을 때 끼워넣고, 무언가가 '풀어졌다', '봉합되었다'라고 표현이 되죠. 제가 [나쁜 나라]를 보며 강렬하게 느낀 것은 깊은 부조리를 겪은 사람들은 어찌 되었든 무언가를 해야 하고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중에 제의적인 것을 지극히 무의미하고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적당한 수준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쓸모가 없으면서 그것 아니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의미가 동시에 존재하는 겁니다.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은 차고 넘치나, 해결에 다가갈 수 있는 행동이 없을 때 부가적으로 생겨나는 환상적 행동 말이에요. 저는 이러한 제의를 받아들이는데는 너무 약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귀향]의 마지막 장면의 실제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가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남으로서 생겨나는 의미가 너무 강렬하게 느껴지더군요. 그게 감독의 문제 풀이였고, 저는 그것을 오답으로도 정답으로도 처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귀향]을 보고 나서는 평을 쓰지 않았어요. 일본의 전쟁범죄 중 성노예건에 대한 전후보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질 못 했으니까요. 이번 대통령의 비가역적인 합의를 듣기도 했고, 일본의 총리가 바뀌면서 사과와 사과 번복을 여러번 반복했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국제법정에서 어떻게 이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어디 쯤인지를 모르면서 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몇 개의 UN 인권위 보고서 번역본을 받고, 관련된 국제법 정리와 몇 년 동안 지속된 학술회의의 자료들을 조금씩 읽어보고,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들을 확인할 셈이었죠. 피해자들을 위한 한국 내의 법안도 통과된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더군요. 관련 문제를 처리하는 국가기관이나 위원회 같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구요.
[스포트라이트]에서는 피해자들을 찾아가 상당히 시간이 흐른 후의 사건의 진술을 받습니다. 전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한공주]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던가? [도희야]에서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미있게 지적하듯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성추행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한국 영화 중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누군가에게 힘들고 어렵게 고백하고 그것이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장면이 있기는 한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수의견], [제보자], [부러진 화살] 등등이 떠올랐죠. 사실 그 각각의 영화가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기억하건데,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한국 영화들은 대부분 복수하기 직전이나 복수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빠져나갈 길 없이 고문받을 때나 털어놓는 그런 것이었죠.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문제 풀이는 이런 답밖에 없는 것일까요? (심지어는 보지 않아서 명확히는 모르지만 [밀양] 같은 답지도 있죠, 한국에는.)
[귀향]에선 피해자가 진술하지 않습니다. TV에서 잠깐 장면이 지나가는 이외로는 전부 신비로운 방식으로 엿보여질 뿐입니다. 우리는 좀 더 거리를 두고 자동적으로 피해상황을 엿보게 될 뿐, 직접적으로 피해자가 제3자에게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우리가 아닌 성적 피해자 사이에서 친구의 페르소나를 쓰고 조금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부분은 무신경한 공무원에게 '그 미친년이 나다!'하고 소리지르는 장면이라는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누가 그 상상의 상자에 피해자들을 감금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실세계가 정말 그 정도로까지 끔찍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한풀이 이상의 직접적인 법적 절차 진행이 있어왔을 것이라고, 또한 피해자 분들이 약하기만 한게 아니라 강인하게 운동을 해온 부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좋은 다큐멘타리들이 많이 있겠죠.) 또한 [한공주]식 결말이 얼마나 새로운 답이었는지를 뼈져리게 깨닫게 되었죠.
휴, [스포트라이트]의 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며 쾌감을 느낄 정도더군요. 이건 정말 '제가 좋아할만한' 영화였습니다. 기대대로의 영화였죠.
[귀향]도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직시'한다는게 무엇인지 한 번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스포트라이트]의 다른 많은 부분들이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이 정도로 써야겠습니다.
P.S. 중국이 정말 '강대국'으로 올라설 때 중일간 전후보상을 다시 다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은 보상청구권에 대해서도 어물쩡 넘어간듯 보였거든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정확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나 그런 상황이 오면 한국도 거기에 살짝 끼려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스포트라이트>가 <침묵의 시선>처럼 인터뷰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영화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봐요.
이 영화에서 제 마음을 움직인 건 두 명의 피해자와 한 명의 가해자를 인터뷰한 장면이었거든요.
어떤 행위가 잘못임을 알게 해주는 꽤 효과적인 방법은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이 겪은 고통을 보여주는 것, 혹은
그 행위를 가한 사람이 가진 사고 방식을 드러내는 것일 테고, 영화는 그런 걸 보여주기에 참 좋은 매체니까요.
underground_ 아마, 영화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사건의 크기가 점층적으로 커져가는 것을 고스라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한 후로부터 스탭롤이 올라가기 직전까지, 피해 규모가 끊임없이 커져가잖아요. 그걸 캐어내가는 수단도 납득이 가능하도록 배치가 되어 있구요. 아마 처음부터 쾅! 전세계적으로 카톨릭내 아동성추행은 만연해 있었다, 하고 인터뷰를 이어나갔다면 피해의 디테일은 알지언정 스케일을 이해하긴 어려웠겠죠. (영화 자신이 그에 대해서 계속 항변하기도 합니다. 왜 이 시점에서 기사를 내면 안 되는가, 또 다시 그 다음 시점에서 기사를 안 내는가, 그 후에도 또! 마크 러팔로 헐크 되겠어요!)
차근차근 조금씩 진상을 파악해가면서 주변과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은폐에 연루되어 있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죠. 영화 내에서 계속 반복되는 '왜 이렇게 늦게 온 건가'란 하소연들.. 말씀하셨듯 무게중심의 문제겠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을 주려는게 무게중심이었다면 그랬겠지만, 아동성추행은 그런 회색지대에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것이 은폐될 수 있었던 체계가 더 문제였고 그걸 다루기 위해 이런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타리였다면 그랬을 가능성이 더 높았으니까요. 제게는 사건의 집중취재 자체가 무게중심이었던게 취향이었어요.
영화의 무게 중심이 사건을 취재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면 관객이 이 영화를 본 후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것 역시 기자들이 사건을 취재하는 방식이어야 이 영화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경우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잔인한오후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성추행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어났는가를 알려주는 마지막 장면이었거든요.
결국 이 영화의 힘은 카톨릭 신부의 어린이 성추행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에서 나오고, 영화를 본 후 기억에
남는 것도 그것이라 기자의 취재 방식에 대해 어떤 새로운 걸 말해주고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스포트라이트 큰 기대 없이 봤는데 한방 먹었습니다. 저널리즘의 위대한 승리 어쩌구에 따라붙는 감성팔이 나오겠지 했는데 없더군요. 결국 지역신문사에서 각자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언론인들이 사건의 사실을 알리는데 성공하는 얘기인데, 영화의 서스펜스와 그에 따른 쾌감이 취재과정의 담담한 팩트체크에서 나온다는 점이 가장 와닿았구요. 댓글에 말씀하신 "은폐세력"에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자각을 보여주는 (영화의) 태도 역시 훌륭. 아 물론 피해자 쥐어짜기 없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이구요. 성폭력 사건처럼 선정성에 빠지기 쉬운 사건을 다시 재구성하는 언론의 기사쓰기와 실화바탕 영화의 태도가 얼마나 비슷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영화 스포트라이트 자체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이 보여준 저널리즘을 영화로 형식화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장에서 안봤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이번 오스카에서 매드맥스의 작품상을 탈취해간 영화라 유감도 많고, 그래봤자 얼마나 꼰대스러운가 함 보자 했는데 이제는 반성합니다ㅎㅎ. 크레딧 올라갈때 의무적이거나 음악 들으려고 앉아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영화를 곰씹으며 앉아있던 것도 오랫만.
실제 스포트라이트팀의 dp/30 인터뷰도 좋았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8J04MhQqGlA
underground_ 음, 먼저 저는 underground님의 첫 명제를 동의하고 있어요. [어떤 행위가 잘못임을 알게 해주는 꽤 효과적인 방법]은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이 겪은 고통을 보여주는 것], 혹은 [그 행위를 가한 사람이 가진 사고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거요. 그리고 저에게도 진술이 폐부를 찔렀기 때문에, 이 글의 귀향과 스포트라이트를 관통하는 공통 주제가 진술행위가 되었어요. 저와 underground님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어떤 행위]가 무엇인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underground님은 [카톨릭 신부의 어린이 성추행]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거대한 악행이 온존되는 상황]이라고 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엄청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고스라니 [그 행위를 당한 사람이 겪은 고통을 보여주는 것]은 깐깐한 변호사, 허풍쟁이로 취급받던 '신성모독' 생존자, 타협하고 있었던 변호사, 마지막에 돌아서는 변호사들의 말을 통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이 자료들은 이미 다 보냈던 것이다', '너무나 늦게 왔다', '그리고 그 전에 목록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죠. 피해자도 '고마워 하지 말고 처벌이나 제대로 하게 해달라'고 하구요. 그리고 [그 행위를 가한 사람이 가진 사고 방식을 드러내는 것]은 영화 온 종일 기자들과 그 친구들을 통해서 나타나요. '이미 자료는 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확인되지 않은 것이죠. 심지어 저는 약간 서스펜스처럼 느껴진 '계속된 내부 고발을 신문사 내에서 도대체 누가 쳐 냈는가'하는 (저는 흰머리 대표를 계속 의심했었어요) 답도 나오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치워버린 거에요! 이런 거대한 일을.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악행'이 기사가 나오고서야 진술이 시작되는 마지막 리스트도 다른 방식으로 충격인 것이었죠. 전세계적으로 그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먼저 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거란 말이에요. 저는 제목이 [스포트라이트], 집중취재로 정한 것도 그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수산나]라던가, 은유적인 제목을 정했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어색한 장면, 윌터가 자신이 사회과에 있을 때 고발들을 그냥 치워버렸다고 말하고, 미첼이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주제를 삽입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면 자신들이 하던 잘못도 함께 들어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설명하는 그 장면 말이죠.
음. 마지막으로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카톨릭 신부의 어린이 성추행들의 중함을 약하게 받아들이는건 아니고, 인터뷰가 더 많이 삽입되었다면 그 문제가 훨씬 강하게 전달되었을 거라는걸 부인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이 영화가 이렇게 찍힌 이유가 이런 것일거라고 추정한다는 거죠. (더 도망가버리자면 감독의 대답을 들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_ 그러니까요. 저는 적당한 순간에 적당히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참아 더 크게 마무리 지은게 가장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죠스바_ 저도 나오면서 영화 포스터를 봤는데, 캐치프라이즈가 '세상을 바꾼 최고의 팀플레이!'라는게 참 그렇더라구요. 나오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기는 했지만... 저도 착착 진행되는 그 과정 과정들이 얼마나 짜릿짜릿하면서 (교구 기사들을 확인해서 엑셀에 넣는 수작업이라던가) 정보 제공자들이 다들 서러움을 말하는게 눈물이 나던지. 저는 윌터의 자기고백 부분이 뭔가 두리뭉실하게 적당히 넘아간 느낌이 들어서 아주 약간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런 결말로 굴러들어가는 실화 영화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같이 고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래서 잔인한오후 님과는 터놓고 얘기할 마음이 생긴다니까요. ^^)
듀게에 질문을 던져 놓으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다른 분의 도움도 받고 제 머리 속에서도
뭔가 엔진이 돌아가면서... 그런데 어떤 입장을 세우고 나면 자꾸 그 입장을 고집하고 방어하려는 모드로
제 머리가 돌아가서리... 당분간 묵혀두면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려 볼까 해요. ^^
와, 성추행을 다루면서 성추행 장면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매우 큰 장점이네요. 사실 저런 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보는 걸 꺼리는 편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피해자의 고통을 마치 강박에라도 걸린 것처럼 집요하게 스크린에 담아내는 게 약간 불편했거든요. 그런 장면이 날것의 처참함에 대한 자각이나 즉각적으로 치솟는 공명심 같은 걸 불러일으킬 순 있어도 그만큼 피해자가 무력하고 동정받아야만 할 존재로 대상화되는 느낌이라... 그런 집요함(?)을 피해 장면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는 데만 쏟지 말고 그 후 남겨진 문제들의 처리에도 좀 쏟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피해자 중심주의에 충실한데다 핵심적인 문제의 해결방안도 명쾌한 영화라면 확실히 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뷰 적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