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아마도 마지막 회사 바낭
지난번 글에 외주 직원 한명 그만두고 그로 인해 그 회사 상무님이 파트장을 찾아와 하소연을 해서 파트장이 '윗분'에게 업무 간여를 하겠다고 했고, 윗분은 다들 날 무시한다면서 발끈했다고 말씀드렸죠...
완전 삐져서 말도 안하고 인사를 해도 대꾸도 안하고... 정말 쉰 넘은 어르신이 '이녀석들 나 삐졌다! ' 하는 모습을 보는건....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트장이 다시 이야기를 한것 같은데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윗분은 그대로 이쪽 업무에 대해 비공식적인 파트장 역할을 하는 대신 진짜 파트장이 모든 회의에 다 들어오기로 한 것 같아요.
파트장이 회의 들어오니 윗분이 평소 자기 버릇처럼 사람 갈구는걸 조금.. 아주 조금 덜 하더군요. 회의도 빨리 끝나고요.
그렇게 정리되나 했는데, 갑자기 저랑 이번에 새로 배치된 후배에게 저녁을 먹자고 하더군요. 그것도 금요일 오후 4시에 이야기 합니다.
다른 약속이 없기도 했고, 거절하면 또 자기 무시하네 어쩌네 하면서 삐질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분이 지금까지 자기돈으로 저한테 밥산적이 없어서 왠일이냐.. 싶은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이번엔 정말 위기감을 느끼나보다 쫒아내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나한테 밥먹자고 하자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럴까? 설마 줄세우기? 하소연?
아 그런데... 예상을 벗어나더군요.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너네는 아직 젊고 미래가 창창하니 이 일 계속 하면 안된다. 내가 승진 못하는게 다 이 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늦었으니 너네는 빨리 다른팀 보내달라고 해라. 너희 내보내고 나만 남으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외주애들을 너무 편하게 해줬더니 날 무시한다. 아마 너네도 무시할거다. 그러니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
예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이 분이 자기 자리 지키려고 아래 정직원들 그만두면 충원 안받거나, 그 자리를 계약직이나 외주로 채워서 자리 보전에 열올리던 분이거든요. 구조조정 태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그런식으로 자기 자리 지키던 사람들이 짤리는 상황을 봐서 좀 변했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은 변하지를 않네요.
뭐랄까.. 저는 이분이 외주직원들 갈구고, 다른 팀가서 제 험담하면서 깎아내리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다른 팀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줘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얼마나 승진이 하고 싶으면 저럴까.. 회사에서 짤릴까 얼마나 걱정되면 저럴까.. 나라면 안저러겠지만 저러는걸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고요.
외주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해도 중재하면서 저 양반 이해해주자.. 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시 후배직원들 쫒아내는게 자기 살길이라고 생각하는거 보면.. 그냥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자녀들 대학졸업할때까지 몇년 안남았으니, 한학기라도 더 버티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10년 같이 근무한 사람이 짤리는거 보면 맘에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중간관리자로서 중재할 책임도 있어서 외주직원들 계약직들 다독이면서 끌어왔고, 자기랑 친하던 사람들 구조조정 당해서 짤리고 후배들이 파트장, 팀장으로 왔으면 정신 좀 차리겠지..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 생각했었습니다만.
그냥 제가 걱정해줄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이 사람이 저지른 일들 수습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이상한 이유로 저한테 큰소리 치고 또 삐진다고 스트레스 받을 이유도 없는게 맞아요.
술기운인지, 아니면 그냥 저도 마음 속의 끈이 끊긴건지, 평소 같으면 네네 하면서 넘겼을텐데 맘속에 있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주절주절 주고받고 했지만 요약하면..
"이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더 다니는 길은 외주직원들 군기잡고 저희 다른 팀으로 쫒아내는게 아니라 파트장, 팀장이랑 잘 지내는 겁니다. 파트장, 팀장이 '나이 많다고 말 안듣는 부하직원이랑 일하기 힘들다.' 라고 위에다 얘기하면 바로 짤리는 겁니다."
속은 시원하지만 역시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제가 젊어서 잘 몰라서 그런 생각 한다나요. (회사생활 10년 넘게 했는데 젋다고 봐주니 고맙긴 하네요. ㅅㅂ.. )
이 양반한테 저는 아직도 1~2년차 어리버리 신입사원이고, 저놈만 없으면 내가 더 안전할텐데.. 라는 대상이니까요. 제가 한말을 받아들일거라고는 생각 안했습니다.
저도 이제부터는 제 승진 생각하고, 제 평가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죠. 다 같이 살아남자.. 나이브한 생각 아니겠습니까.
월요일에 출근하면 또 삐져서 말 안할지.. 아니면 자기 말대로 외주직원들 군기 잡는다고 지랄을 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 양반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으렵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명령때 이름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아니 차라리 좀 더 다녀서 제가 같은 직급으로 승진하면 어떤 얼굴 할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참.. 저녁은 제 법카로 긁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ㅋㅋㅋ
어차피 법카는 제돈도 아니어서...(....) 부서별로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정해져있고, 팀장이 파트장들한테 적당히 얼마씩 쓰라고 하거든요. 이분은 자기도 (비공식적) 파트장이니까 자기도 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본인은 '네 카드로 긁었지만 내가 긁으라고 했으니까 내가 사준거임' 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