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성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잡담...
1.늘 쓰듯이 요즘은 그냥 저냥 살고 있어요. 인생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여기게 됐죠. 이 관점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다른 걸로 바뀔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인생에서는 큰 꿈이나 큰 희망 같은 게 없어요. 그냥 저냥 시간을 때우다가 밤에 사람을 만나면 무용담이나 지껄이는거죠. 나의 무용담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무용담을 지껄이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게도 뭔가 무용담이 있었으면...그때 그날 모험을 떠났으면 지금쯤 내게도 무용담이 하나쯤 있을텐데 하고 후회하며 돌아오는 나날들의 반복이죠.
어쨌든 큰 꿈이나 큰 목적이 없어도...인간은 그렇거든요. 모든 인간이 그런진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약간의 들뜬 기분이 필요해요. 늘 들뜬 기분으로 살아가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 말이죠. 왜냐면 그거라도 없으면 너무 심심하잖아요.
2.요전에 아는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데 약간 술에 취해있었어요. 그와 돌아오면서 희망찬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가 아니라 제가 일방적으로 떠든 거지만요. 이제 내 주위엔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는 나를 참아주는 사람 몇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택시를 타고 홈그라운드로 돌아오다가 일부러 약간 일찍 내려서 역으로 걸어가며 한 시간 정도 떠들었어요. 희망찬 미래에 대해 말이죠. 얼마 전에 듀게에 썼었던 이곳이 좋은 곳이 될 거란 얘기요.
그는 내 얘기가 끝나자 조용히 말했어요. 지금 은성씨가 한 얘기는 지난번 만났을 때 토시 한 자까지도 거의 똑같이 한 말이라고요. 그순간 알았어요. 지금 완전 부동산뽕에 취해 있다는 거요. 부동산뽕에 너무 취해버려서 머릿속에 아예 부동산뽕에 관한 스크립트가 만들어져 버린 거죠.
3.15년 전...공짜 점심이나 빠른 지름길 같은 것에 아직 관심이 없었을 때 처음 들었어요. 이곳이 좋은 곳이 될 거란 거요. 그땐 그게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도 몰랐죠. 15년전엔 수험중이었고, 아이였거든요. 예전에 말했듯, 김밥 천국에서 돈까스와 쫄면과 김밥을 한꺼번에 다 주는 스페셜세트를 먹으려면 한 끼는 굶어야 했던 때죠. 한데...몇년 후 대학생일 때 또 그 말을 들었어요. 이곳이 좋은 곳이 될 거란 거요.
그래서 의아했죠. '몇년 전에 좋은 곳이 된다고 들었는데 아직 아니었나?'하고요. 그리고 그 후로 몇 번이나 '이곳이 좋은 곳이 될 거라는'소문을 약간씩 변형된 버전으로 들어야 했어요. 그 소문을 늘 크게 떠들고 다닌 사람은 언젠가 다른 이야기에 또 등장해요.
한데 그때는 이곳이 좋은 곳이 되든 말든 상관없었거든요. 내겐 위대한 작가가 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문제는, 지금은 위대한 작가가 될 계획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이곳이 좋은 곳이 되는 게 무척 중요한 일이 됐어요.
4.휴.
5.어쩌면 유일하게 중요한 일이 된건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마치려고 보니 마녀의 성은 10여 분 정도밖에 안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