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 in the Sky, 정의란 무엇인가

주말에 영화 Eye in the sky를 보고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스네이프 교수님 역으로 유명한 알란 릭맨의 유작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헬렌 미렌과 좋은 콤비네이션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 영화는 헬렌 미렌의 날카로움과 비견되는 다소 부드러운 성격의 장군으로 스크린을 장식합니다. 


하버드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면, 한가지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질문은 잊었지만, 질문은 대강 이렇게 시작됩니다.


1. 지금 기차가 선로에서 이탈했는데 당신 앞에는 엄청나게 무거운 남자가 하나 있다. 이 남자를 밀어떨어뜨리면 이 남자는 죽는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 다섯명은 산다. 그러면 당신은 이 남자를 밀어 떨어뜨리겠느냐?


만일 그렇다, 떨어뜨리겠다라고 답변했다면 이제 질문은 바뀝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에 나오는 부분하고는 다소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입니다)


2. 지금 당신 앞에 한 남자가 있는데 이 남자를 죽여서 신체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면 다섯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이 사람을 죽이겠느냐?


이 질문을 하면 질문 받는 사람의 태도는 갑자기 바뀝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의 무거움이 보다 잘 다가오는 것이죠. 그러나 두가지 질문이 묻는 바는 사실 같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가늠함에 있어서 공리주의 (어떤 쪽의 선택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가 - Utilitarianism)를 선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마이클 샌델은 공리주의를 논파하는 데 강합니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같은 질문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지금 당신 앞에는 테러리스트 다섯명이 있습니다. 이 테러리스트 다섯명 중에서 두 명은 영국 국적을 갖고 있고, 한 명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고, 두 명은 아마도 소말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소말리아 국적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은 이제 자살테러를 하려고 합니다.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두 명은 위험분자로, 영국에서 생포하여 법정에 세우기를 원하는 타겟입니다. 처음 영국 지도부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테러리스트는 영국에서 죽일 권리가 없다고 하면서 결정을 미룹니다만, 백악관에서는 법적으로 미국시민인 그 자를 죽여도 좋으니 죽이라고 합니다. 이 테러리스트들은 최근에 소말리아 백화점에서 폭탄을 터뜨려, 80명의 민간인을 죽였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은 소말리아의 한 안가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이 모임은 사실 두가지 카메라에 의해 촬영중입니다. 하나는 비틀이라고 불리우는 조그만 곤충형 염탐 로봇에 붙어있고, 또 하나는 공중에 떠있는 비행기에 붙어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네브라스카에 있는 비행기 조종사가 원격으로 콘트롤합니다. 이 조종사가 방아쇠를 당기면 다섯명의 테러리스트는 죽습니다. 


그런데, 이 안가 근처에는 한 소말리아 소녀가 빵을 팔고 있습니다. 미사일이 터지면 무고한 소녀도 죽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영국 수상과 변호사, 영국군 변호사, 작전 지휘관, 장군 등이 보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쏠 경우 소녀가 죽을 확률은 45에서 65%입니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45%지요. 


지금 미사일을 쏘지 않으면 테러리스트들은 서로 흩어질 것입니다. 안가 밖에는 두 대의 차가 대기해 있는데, 테러리스트들이 두 개의 그룹으로 흩어진다면 한 그룹은 아마도 자살폭탄 그룹, 또 한그룹은 테러리스트 지도자 그룹일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군과 지상에 있는 지원군은 단 하나의 그룹을 쫓을 만큼밖의 역량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미사일을 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됩니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 명의 소녀를 죽이고 80명의 (앞으로 죽을 지도 모르는) 시민을 살리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이 지점에서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토론과 현실적인 정치가 벌어집니다. 무엇이 현실적이지 않고, 무엇이 현실적인가 하면..


영국 총리, 보좌관, 자문변호사가 윤리 (무엇이 옳은가)에 관한 논쟁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보좌관으로 보이는 여성은 향후에 80명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 명의 무고한 소녀를 죽여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공리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서 자문 변호사는 "테러리스트에 의해 80명이 죽으면 우리는 프로파갠다 전에서 이기지만, 우리가 다섯명의 테러리스트를 죽이면서 한 명의 무고한 소녀를 죽이면 프로파갠다 전에서 진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공리주의에 반대하는 여성보좌관의 입장을 다시 공리주의로 환원시키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강의실을 재현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부분은 또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가? 영국 총리, 영국 foreign secretary, 뭐 기타 등등의 리더들이 책임을 서로 나누고 미루기 시작합니다.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으니 누구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겠다고 하지요. 하지만 누구도 "쏴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되도록 민간인 피해가 적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바랍니다"라고 말하죠. 이 부분이 정말 현실적일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이부분도 비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빈라덴 사살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보니 군이 전적으로 지휘하던걸요. 하지만 하나의 조직을 놓고 비유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대단히 현실적입니다. 리더들이 책임을 지기 싫어서 서로 의견을 묻고 결단을 질질 끄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죠.


리더들이 이렇게 결정을 못내리는 동안, 현장의 요원은 죽어라 뛰어다닙니다. 필드에 있는 스파이는 어떻게든 소녀에게서 빵을 다 사서 소녀를 현장에서 치우려고 하죠. (이 부분도 현실적이진 않다 싶어요) 첩보 곤충로봇의 밧데리는 떨어지고 소말리아의 무장세력들은 스파이를 알아보고는 "너 케냐인들과 친하지? (케냐는 친서방 국가)"라며 체포하려고 쫓아옵니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방아쇠를 당겨야하는 네브라스카의 비행기 조종사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합니다. 오더는 영국에서 내리는 거지만, 소녀를 죽이는 건 자기니까요. 이 조종사는 등록금 갚으려고 군인이 된 새파란 신참예요. 이제까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요. 무고하든 무고하지 않든 말입니다.   


이 영화는 다시 여기서 적법한 것과 윤리적인 것의 차이를 짚습니다. 법적으로는 미사일을 쏴도 합법하다고 백악관 측 변호사와 영국 정부의 자문변호사가 이야기를 끝낸 상태예요. 하지만 윤리적으로는 어떠한가 말이죠. 결국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헬렌 미렌은 만일 소녀가 죽을 확률이 50%보다 낮으면 - 즉 45%면 쏴도 좋으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헬렌 미렌은 이 확률의 lower limit이 45%, upper limit이 65%란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 영화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하죠. "전쟁에서 제일 먼저 죽는 건 진실이다 (In war, truth is the first casualty).


정치이론의 입장에서 읽을 수도 있고(정치철학으로서 공리주의는 한계는 무엇인가?), 조직이론의 입장에서 읽을 수도 있고 (리더의 역할은 무엇인가?), 윤리론의 입장 (윗 사람의 명령에 따를 경우 나의 윤리적 책임은 없는가?)에서 읽을 수도 있는 복잡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고 답답해 그냥 쏘면 되잖아"라는 식의 반응이 나올까봐서 두렵습니다. 공리를 위해서 한 명의 소녀를 죽여도 된다면, 경제를 위해서 몇백명의 아이들이 죽어도 넘어가야할까요? 공리를 위해서 한 명의 소녀를 죽일 수 있다면,  몇만 명의 소녀를 납치 강간해도 공공의 미래를 위해서는 넘어가야 할까요? (갑자기 소설"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오르는군요) 이 숫자의 비율이 몇이 될 때에 당신의 저울추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저울추 한 쪽에 나의 비루한 생명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 대부분 사람의 인생은 그런 결정적 상황이 있든 없든 판단이 필요치 않으니 


      복잡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건 절대적 당위성이죠.

    • 안그래도 예고편을 보고 기대중이었던 영화였는데 더욱 기대되네요.
    • 유익하고, 생각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대략 올려주신 부분까지 읽었는데 다음 부분도 어서 읽어야겠어요. 끝까지 읽은 후에 남을 것들이 궁금해요)




      다만, (이 글에 올리는 리플로선)사족일 수 있지만, 한국을 생각하면 일단 천부인권과 만민평등주의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살기로 합의한 사람들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대한민국 헌법부터 잘 준수하도록 해야하지 않나 싶은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일단 그 부분들부터 함께 고민하는 것이 이 사회를 위한 효율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 국내 개봉 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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