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ioi 잡담...
1.프로듀스 101이 실시간으로 본 쇼 중에 가장 영향력이 강한 쇼가 아닌가 싶어요. 아니...그냥 역대의 모든 쇼 중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쇼라도 해도 무방할 듯 하네요. 슈퍼스타k를 보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가장 쩔었던 시즌의 참가자들조차도 진짜로 '필드'라는 곳에 나와서는 큰 반향이 없었으니까요.
2.그게 어떤 쇼든, 만화든 영화든간에 사람들은 메타적 요소를 거론하며 심드렁하게 굴어요. '어차피 ~하니까 ~하겠지.' '이제 손오공이 이겨야 하니 프리더가 지겠지.' '어차피 진짜 실력자들은 안 나오는 오디션. 학예회일뿐.'같은 말을 쓰면서요. 프로듀스101도 1회를 보면서 장근석이 '국민 걸그룹'운운할 때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알 만한 걸 다 아는 사람이 왜 저런 멘트를 치는 걸까? 정말로 이런 급조된 쇼에서 국민 걸그룹이 탄생할 거라고 여기는 건가? 그건 만화 속의 인물이 제 4의 벽을 넘어 현실 세계로 오는 것과 같은 수준 아닌가? 잘 해봐야 덕후몰이 좀 하고 쇼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질 테니 이런 쇼에선 얼굴만 알리고 12위로 떨어지는 게 최고 승리자일 거다라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3.그런데 생각보다 프로듀스의 반응이 거세서 '이거 그냥 11인 안에 들어가는 게 애들한테 이익 아닌가?'하는 말이 슬슬 나왔는데 쇼가 끝나자마자 허접에 뮤비에 각 소속사들의 온갖 간보기기사가 뜨면서 '그럼 그렇지.'했어요. 그런데...
인기라는 동력만으로 온갖 예능 출연에 정상적인 데뷔라면 꿈도 못꿀 유료 쇼케이스,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보이면서 '12위가 꿀'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무안할 지경이예요. 프로듀스101이 한참 방영하던 와중에 콜로세움 얘기를 했었는데...프로듀스101은 두 가지의 재료가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날것과 절박함이요.
4.휴.
5.위에 썼듯이 진짜 실력자는 오디션에는 안 나오고 소속사에 있다는 말은 사실이긴 해요. 즉 프로듀스101이 이전에 몇번 나온 간보기용 서바이벌을 빼면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본 것 중에선 가장 날것, 진짜에 가까운 쇼죠.
언젠가 지니어스를 보면서 차라리 상금을 10억으로 올려야 연예인들이 열심히 할 거라고 투덜댄 적이 있어요. 왜냐면 잘나가는 연예인들에겐 1억은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보이기엔 적은 돈이잖아요. 1억을 버는 쇼에 나와서 1억을 쫓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챙기고 퇴장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진짜 절박함'같은 건 볼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프로듀스101이야말로 정말로 사람들이 보고 싶어했던,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진짜로 절박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최초의 쇼였던 것 같아요. 외국의 서바이벌 쇼들이 최고 막장이라지만 아무리 쇼의 연출이나 상황이 막장이래봐야 출연자들은 자신의 인생으로 돌아가면 되는 거죠. 하지만 프로듀스101 출연자들은 말그대로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배팅해서 돌아갈 수가 없는 인간들이거든요. 이 리얼리티만큼은 외국의 어떤 쇼도 감히 따라갈 수 없을 거예요. 애초에 이쯤 되면 보는 사람들에게나 서바이벌 쇼인 거지 참가자들에겐 서바이벌 그 자체죠.
6.그 절박한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1회에서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던 '국민 걸그룹'이란 말의 위상에 걸맞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k팝스타도 프로듀스101을 보고 독이 올랐는지 날것을 보여주려는 모양인데...케이블처럼 출연자들을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7.마지막으로...정말 아이러니한 점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최고의 쇼를 보여준 출연자들의 출연료가 빵원이라는 거예요! 지금까지 방영했던 하품나는 쇼의 출연자들도 돈을 받았을텐데 막상 최고의 쇼를 보여준 사람들은 돈을 못 받다니?! 이러니까 헬조선이죠. 휴. ㄷㄷ.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돌아갈 자기의 인생이 없을까요.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죠. 대부분의 실패한 연예인 지망생들 역시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제2의 삶을 살죠. 꿈을 포기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그 꿈을 포기하고 나면 외모의 우위만으로도 보통의 일반인들보다는 괜찮을겁니다.
저도 본방은 커녕 가끔 클립 몇개만 봤을 뿐인데도 어느샌가 최유정, 임나영, 김세정.. 양의 이름을 외우고 이들을 응원하고 있더라고요..
이들이 광고를 꽤 찍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잘 나가고 있나보죠?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이 인기가 반짝 소모되고 끝나지 않기를..
한편으론 이 팀이 잘되는 것이 이런 식의 가혹한 경쟁으로 등급 매기는 프로그램에 정당성을 주게될까봐 그게 두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