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있음] 곡성, 질문과 잡상

보통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겁쟁이라 놀림받아도 겸허히 받아들일만큼, 겁이 많은 편이니까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곡성에 대해서는 봐야 한다 말아야 한다 확답을 주지 않더군요. 보니까 15금이기도 하겠다, 스릴러라고도 하겠다 싶어서 봤는데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공포 영화 안 보시는 분들은 보지 마세요(...). 스포일러를 걸어 놓고 쓰는 거니 안 보는 사람들이 읽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말해둡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공포 영화를, 그것도 영화관에서 혼자 봤습니다. 영화의 1/4는 눈 감고, 1/3은 손으로 눈 가리고 본 거 같아요. 후, 그래도 나쁘진 않았네요. (추격자 보니까 안 무섭더만, '귀신이 무섭지 사람은 안 무서워요' 하면서 갔는데.. 하.. 오만했었죠.. 6시간 전의 저..)


못 보는 장르가 있다는건, 못 먹는 음식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봐요. 공포 영화 내에서 문법도 다양할 것이고, 깊이나 넓이도 세심하게 느끼면서 즐기는 분도 많겠죠. 저는 맛을 보지 못하지만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여튼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지라 남들은 뭐 그냥 그러네 싶었던 것들도 과대평가 할 수 있다는걸 너그러이 봐주시면 고맙겠어요. 보고나서 지금도 몸이 오그라든게 안 펴져서 저릿저릿한 느낌이에요. 후, 다 보고 나왔을 때 너무 집중했던지 방향 감각도 잘 안잡히고 익숙한 길거리도 새롭게 보이고. 온 몸을 두들겨 맞은 기분이고... 영화랑 관련 없는 이야기는 이 쯤 하고.


일단 초반부에서는 '진짜 한국 시골이네' 싶은 느낌이 나서 재미있었어요. 깊게 파인 또랑을 건너 올라가 수목이 우거진 곳을 지나쳐 살인현장으로 들어서는 그런 순간들. 근데 후반부에서 시골 뒷골목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 헤매는 (실제로 그런 곳을 거닐때는 전혀 그런 긴장감이 안 나는 매우 일상적인 공간인) 주인공이 얼마나 절박하고 공간 자체가 급박함을 부여하는지, 익숙한 공간이 언제나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을 끌어내는지 싶었어요. 전체적으로 없던 두려움을 만들어 내는 부분과, 있는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부분들이 재미있더라구요. 뭔지 모를 것이 천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소리라거나. 마을에 정신나간 여자라거나.


저는 주변부 이야기도 좋아해요. 이야기를 조감할 수 있는 자리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귀를 맞출 수 있는 것은, 친절한 추리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작고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변부에서 멋도 모르고 휘말리거나 휘말린지도 모르고 영향을 받죠. 곡성도 결국에는 다른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마을에서 있었던 참사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보였겠죠. 첫 발견된 희생자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중심/주변부를 생각할 때마다, 과연 관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요. 냉장고 안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보게 되었단 글을 보면서, 관객은 도대체 서사의 주역들에게 어떤 존재들인가 생각을 하게 되었죠. 관객을 위한 참사이며, 관객은 영화 바깥에서 영화의 흐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못하면서 부유하는 귀신처럼 연기자들을 따라다이며 관찰하게 되죠. 사진이 찍힐 때 상당히 섬뜩하더군요. 그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는 조연들은 사실 우리 관객들의 시선을 보며 공포를 느끼는 것과 비슷하겠죠. 영화를 보다말고 뛰쳐나가면 참사를 막을 수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잠정적으로 저는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어요. 은유나 직유 같은걸 제하고 서사로만요. 무명과 일본인은 서로 대결할 존재가 아니었으나, 미묘하게 엇갈려서 최악의 결과로 도달하게 되었다고. 비틀림을 만들어낸 주역은 종구구요. 이렇게 생각하면 일광이 왜 사진들을 가지고 있었는가, 언제 일본인과 일광이 마주쳤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요. 무명은 마을의 토지신 같은 존재일테고, 일본인은 어떤 큰 강림을 막으려고 왔던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언덕에서 떨어졌을 때, 이유도 없이 쫒기는 자신이 억울해서 비참하게 울었고, 오래된 시체가 사라졌을 때 매우 당황하고 찾아다니죠. 마지막에 악마로 나오지만, 이미 그는 살해당했잖아요. 죽은 존재가 다른 형태로 살아돌아오는 판국이었으니까요.


가장 궁금한 부분은 그거에요. 트럭의 시체 명찰이 몇 번이고 부각되잖아요. 그리고, 약간 파마머리 여성이 살짝 두드러기가 난 걸 몇 번 보여주잖아요. 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뭘 못봤는지 빼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둘이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파마머리 여성과 종구와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사실 많은 부분들이 그렇게까지 별 의미는 없이 배치되었을 수도 있을거라고 의심은 해요. 에반게리온 같은 떡밥 조합에 익숙해져 있어서, '사실 그런 분위기와 기분을 느끼게 하기 위해 최대한 조립되어 있을 뿐인 제품'일 수도 있다는 거죠. 결말을 굳이 맺지 않아도, 이야기가 조성되어 가면서 이뤄내는 몇 개의 꼭지점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맘에 들잖아요. 예를 들어서 살을 쏘는 부분, 닭이 세 번 울기를 기다리는 부분, 일광과 무명의 대치,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만 떼어나도 좋아요. 그러니까... 영화를 보다보면 '아 이 부분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를 봤다는 값을 했다' 싶은 거요. 전체를 다 먹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딱 한 부분만을 위한 전체 요리 같은.


정말 많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아무래도 진상이 밝혀질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보도 부족하고, 상황은 계속 엇갈리고.


하하하... '너는 왜 보고도 믿질 못하고, 만지고도 믿질 못하느나'라.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도 농락당하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대놓고 보여줬는데도. 둘 다 구세주의 은유를 따르고 있는데 무명은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배신당하겠구나 싶은 문구를 말하고, 일본인은 부활한 후의 문구를 읊고 있고. 앞으로도 떡밥 정리글들은 올라오겠지만 감독은 말을 안 하겠죠. 에잇, 현혹되서 진짜 재미있게 봤다는걸 인정해야지 뭐 어쩌겠어요. 자꾸 마술 트릭이나 고민하면 저만 괴롭겠죠.


작은 궁금증들 다수. 정말 일광은 일본인과 한패일까요? 그렇다면 일광을 할머님이 택했을텐데 우연이었을까요? 일광이 살굿을 마지막까지 다 할 수 있었다면 일이 풀렸을까요? 종구가 무명의 말을 들어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기다렸다면 일이 해결되었을까요? (그러고보면 종구는 안 믿어서 구세주의 현신을 놓치고, 작은 신부는 믿음으로 악마를 현신시키고 그런걸까요) 일광이 서울로 향할 때 나타난 현상은 누가 일으킨걸까요? 생식은 그저 공포 요소 중 하나였을 뿐일까요?


다른 것보다 사람이 변해가는건 정말 잘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믿고 변하게 되죠. (그런데 좀비는 좀 너무했어요. 그런걸 보면 안 믿을 수는 없잖아요. 적어도 생식은 대부분 꿈으로 처리 됐는데..) 아, 그리고 첫 대사 부분은 사투리에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잘 들리더라구요. 오디오 문제가 아니라 사투리 문제이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횡설수설해본 리뷰는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진짜 미끼도 물고 현혹도 당하고, 하하... 그런데 도무지 아무것도 안 쓰고 넘기고 싶지 않더군요.. 으... 다시드는 생각이지만 공포 영화에 익숙했다면 뭐야 이 오래된 떡밥들은, 하면서 쉰 떡밥 버려버릴텐데 내공이 부족해서 쥐고 있는게 아닌가 싶군요.)


아, 그리고 다른 관객들이랑 따로노는 기분을 자주 느끼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혼연일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만 놀라는게 아니라는 안도감 같은게...


p.s. 유튜브에 나홍진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데, 이걸 보니 제 질문의 상당 부분이 풀리는군요. 흠... 링크는 아래.

http://youtu.be/NGWyxLqslIo

    • 아니 겁쟁이님이시고 눈가리고 보셨다는데 글은 너무 잘쓰신거아닙니까요 ...ㅋㅋㅋ

      저도 온몸이 아프고 멘탈이 처참히 깨질거같아서 안보겠지만 역시나 궁금한 영화입니당...ㅋ..
    • 저도 몇 장면은 눈 가리고 봤는데…ㅠ 여튼 다행인 건 어젯밤에 심야로 이 영화 보고 나서 제가 악몽을 꾸지 않고 잘 잤다는 겁니다. 사실 어제 새벽녁에 잠들면서 진짜 걱정 많이 했었거든요.
    • 사람_ 아닙니다, 아니에요 ㅋㅋ. 담 큰 사람이었으면 영화를 정면으로 주시하면서 '뭐 이래.' 같은 잡상을 늘어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아무리 CG 비용이 높다지만 식인귀가 덮치는 장면 너무 우려먹은거 아니냐, 라던가 천우희 귀여워요, 천우희라던가... (이미 쿠니무라 준이 돈 많은 나라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에 빵 터져버렸지만..)




      Bigcat_ 그래도 영화 지역이 시골이다 보니까,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공포의 요소가 격리되어 있는 느낌이라 잠은 편안하게 잤습니다. 자기 전까지가 문제지. 저는 생식, 살인, 자살, 방화, 병세악화 뭐 이런 것보다도 고립된 지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함, 외진 골목, 자식이 망쳐져 감 이런게 훨씬 무섭더군요.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딸의 가방 속이 아니었나 했습니다. 직접 소리지르는 딸보다, 망가진 교과서와 페이지를 넘길수록 기괴해져가는 그림이 아닐런지.




      ----


      아직 관객과의 대화를 보진 않았는데, 나무위키의 요약본 중 이 부분이 가장 맘에 걸리더군요. 그리고 본문에 '감독은 말을 안하겠죠.'라고 했는데 이 감독 너무 말이 많아요ㅋㅋ 제가 이영도나 여타 '작품으로만 말한다. 부가 설명따윈 하지 않겠다'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건지. 다른 것보다 외지인이 굿한게 박춘배(되살아난 사람)을 향한 굿이라고 못 박아버리는건 뭐에요 ㅋㅋ 잘 물어보면 다 대답해줄 것 같은 이 분.





      관객: 골목길에서 종구가 왜 내 아이에게 이러냐고 묻자, 무명(천우희)가 '아이 아비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 하고 종구는 반대로 내가 먼저 한게 아니라고 반문하자 무명이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데 이것의 의미는? 





      나홍진: 존재에 대한 의문을 세계 많은 곳에서 여러 성직자분들에게 묻고 다녔다. 그런데 그것들을 들으면 완벽한 것 같지만 무언가 납득이 가진 않았다. 그때 어느 한 성직자분에게 이라크에서 누군가 피살당했는데 그들이 왜 죽어야했는가라고 물었더니 그 성직자가 "가지 말란 곳에 가서 하지 말란 짓을 해서 누군가를 살인자로 만들었다."라고 했다. 그 존재에 대한 납득이 되지 않음과 무서운 분위기들을 그 대화에 넣고 싶었다.




      아, 신적인 존재들과 종교의 참사에 대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꼬는 작품이구나, 마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제 해결에 하등 도움도 안 되는 잡것들, 같은 느낌으로다가.

      • 아직 시간이 없어서 감독 인터뷰는 보질 못했는데 몇 가지 얘기만 들어도 새삼 영화가 달리 보입니다. 특히 동네의 실성한 젊은 여인이 실은 토속신이거나 절대자(예수님)일 수도 있다는 것에 뒤통수 한대 맞은것 같은 충격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실은 그 꿈들이 꿈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인데 그 토속신 - 절대자 여인 - 이 꿈으로 돌려놨다는 것도요>.<
    • 저는 일광이 옷갈아입는장면 그거 감독님이 힌트준거같더라구요 한국무당빤스가 왜 일식으로 앞가리개 되어있는지.. 글고 너무 일본인의 존재에대해 듣자마자 걔라고하는게 좀 의심스러웠달까..

      하지만 굿할때 살을 효진에게 향하게하는건 눈치채지못했죠..

      저는 일본인이 좀비만들려고 주술하는건 눈치챘어요. 걘 효진이를 어쩌려고하는게 아니더라구요. 근데 어찌보면 구멍인게..곽도원이 굿을 중간에 안끊었으면 어찌됐을런지..

      효진이 나빠지고 일광은 그자리에서 바보되는건지..


      그리고 무명에게 쫓기고 곽도원일행에게 쫓기면서 막 서럽게우는 일본인..

      뭔가 이거 트릭인데도 시원히 설명이 안되네요.

      뭐가서러워서 우는지.


      막판에 무명이 입고있던 죽은자들의 표식들..그건 왜일까요
      • 다른건 몰라도 일본인 숨어서 우는건 궁금하네요. 좀비 만들어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도 모르겠고, 이거 설명해주실 분 계셨으면.
    • 인터뷰를 다 봤습니다. 제가 따온 발췌 부분은 감독님께서 사운드 삭제해달라고 해서 삭제되어 있더군요. 음. 일단 무명은 선한 의도를 가진 신은 확실한가 봅니다. 다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말이죠. 무명에게 왜 뭘 못했느냐는 욕이 나온다면, (감독인) 자신에게 하는게 아니라 신에게 욕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을 하셔서 좀 웃겼습니다.




      뭐, 디테일에 대한 다른 것보다도... 나홍진 감독은 피해자가 피해자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정말 큰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의도를 가지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이유가 없다는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았나봅니다. 사람이 죽는데 이유가 없다면, 사는데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되고, 어떻게든 그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전세계를 헤맸었나 봅니다. 네팔도 가고, 다양한 성직자도 만나고, 무속인도 만나고. 이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영화라고 재차 말하죠. 도대체 어딜 봐서 그런가 싶긴 하지만요. 미묘한 형태의 무신론자일 때, 살아남은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가를 정말 미칠듯이 고민한 결과라고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매우 차가운 무신론자라고 하면, 어떤 재난에 휘말린 어떤 사람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할 지 모를 겁니다. 신이라는게 존재한다면, 그저 그 신은 뭐가 걸려나올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참사를 던졌을 뿐일테니까요. 세상이 물리적 인과에 의해서 결정된 세계라면, 모든 참사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거기에 있었기에 그렇게 일어난 겁니다.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이 말이죠. 그래서 나홍진 감독은, 그 참사에 휘말렸고 개고생을 했음에도 아무것도 구원하지 못한 한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관객이 그렇게 다 보고 나서야 말할 자격이 있는거죠,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당신이 한 고생을 전부다 봤다, 이것이 나홍진 식 위로인 것이죠.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갑니다. 세상 많은 일들에 도달하게 되는게,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게 얼마나 우주적 공포인가요. 생각해보면 겁많던 종구가 외지인에게도, 무명에게도 쌍소리를 퍼붓던게 떠오릅니다. 우리 삶에서 앞으로도 계속 참사가 일어날 것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마주칠 것인데 그 참사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며 위로를 한다는건 정말 끔찍하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2년 전 있었던 대참사가 떠오르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 공포를 유발시키는 컨텐츠는 어떤 형식이건 접할 때마다 괴이한 피해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깜짝 놀랄 때마다 느끼는 불쾌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로 신경쓰이는 건 여태까지 접해온 공포 컨텐츠들이 무의식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이고 엉겨붙어서 꿈을 꿀 때 원래 컨텐츠보다 한층 더 찝찝하고 불쾌한 방식으로 재구성된 악몽으로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우려더라구요. '검은 사제들'은 그나마 공포물스러운 뒷맛의 나쁨 없이 깔끔한 결말이어서 덜했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컨텐츠를 소비하는 건 안 그래도 포화상태인 악몽의 레퍼토리를 자진해서 늘리는 느낌이라 어지간한 재미를 보장해주지 않는 이상은 지양하는 편인데 (놀라면서 보신 걸 감안해도) 혼자서 보셨다니 대단하세요. 영화를 안 봐서 내용적인 측면에 대해선 덧붙일 말이 없지만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당신이 한 고생을 전부다 봤다'는 문장은, 감독이 건네는 그 나름의 위로 방식이라고 해석하신 걸 떠나서 그 자체로 무척 와닿는 문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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