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삐딱하게 보기.(스포있음)

영화는 전혀 성격이 다른 귀신들이 뒤섞여 있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줘요.

종구가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또 꿈에 나오는 외지인의 실제 모습은 동양민화에 나왔을법한 사람과 짐승의 내장을 빼먹는 붉은눈의 도깨비, 괴물같아요. 
마지막 신부가 대면하는 외지인의 모습은 더 구체적인데 깊은 동굴속에 아지트를 만들어 살고 날카로운 손톱과 이상한 목소리를 지니고 온몸이 불긋거리는 형태죠. 
아주 구체적으로 그것은 무엇이다.라고 결론을 내고 만든것 같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외지인의 모습은 일본 도깨비 오니(아카오니)를 모티브로 잡은것 같아요.

낮이며 밤이며 흰 소복을 입은 행색으로 뜨문뜨문 모습을 드러내어 걸쭉한 사투리를 쓰는 무명은 굉장히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지박령이죠.
일찍이 화를 입고 미쳐서 떠돌다 죽은 여인이라는 전사가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 귀신이 되서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행위 이외에는 큰 의지가 보이지 않는 무력한 존재의 느낌도 그래요. 
그녀가 부리는 주술의 힘들은 죽은사람들의 물건을 모으고 집 대문에 짚으로 엮은 부적들로 보여지는데 한국 무녀의 느낌도 있어요.

외지인의 주술에 의해 죽은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은 그냥 부두교의 좀비 그 자체고요.

죽인이들의 사진을 찍고 모으며 산양의 머리를 재단을 올려 악마를 숭상하는 모습들은 악마주의, 반크리스트적 영향이 분명해보이지만 그걸 행하는 의식들은 또 밀교적이에요.

결코 외부인들은 개입되지 않는 어떤 밀폐된 토속적인 세계에 이방인이 들어오고 바닥에서부터 은근히 스며드는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점차 변질되고 혼돈스러워지는 세계.라는 큰 그림을 두고 약간 즐기는 마음으로 귀신들의 존재를 섞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제겐 이 영화는 순순하게 무속적이거나 종교적인 영화라기보다 <무서운 영화>나 <캐빈 인더우드>같은 영화들이 보여주는 장르 패러디의 익살들을 감독이 즐기는 느낌었달까요.



수많은 해석들이 난무하고, 많은 분들께서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엮어서 나름의 의미를 창조해내고 계시지만 거기에 동참할 생각은 들지 않는게 제게있어서 이 영화는 
모든 전말들과 상징들과 모티브들은 영화적 트릭을 위해 존재하지 하나로 연결되는 큰 그림을 위해 뿌려진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를테면, 일광이 살을 쏘는 의식이라 표현하며 굿을 하는 장면은 외지인의 주술장면과 효진과 트럭운전사의 반응이 교차편집되며 표현되고 있죠.여기서 의도하는 바는 
가해자의 의식과 피해자의 반응들이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오며 단정하는는 것과 다르다는 것에서 끝나는거지 정확히 일광이나 외지인의 의식이 누굴 겨냥하고 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닌것 같거든요. 
일광의 의식은 분명 외지인을 돕는 방향이었을거에요. 아마 효진의 변화를 재촉하는 행위였을 가능성이 클겁니다.
외지인이 받는 공격은 자기자신의 문제였거나 화면에서 등장하지 않는 무명의 공격이었을수 있겠죠.그러나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겨냥한다고 한들 의미적으로 덧붙여질만한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외지인은 희생자를 정하면 그의 사진을 찍는 의식을 합니다. 그가 살았을때와 죽었을떄를 사진으로 남기죠.왜 그는 사진을 남기는가.
그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의식에 필요한건 분명해요. 그가 꾸리는 재단에는 희생자의 사진들이 걸려있으니까요. 감독의 사진의 의미에 대해 <영혼을 가두는 장치>로써 
사진을 끌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사진기와 영혼의 관계를 그렇게 묘사하는 일은 꽤 익숙한 패턴이죠.
이건 영화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아요.영화에서 사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건 외지인이 감춘 사진들을 일광이 챙겼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죠.
둘이 한패거리라는 관계도를 보여주는 장치로써요.

제게 낚시 장면, 그리고 일광이 말하는 미끼를 물었다.(포스터에도 나오는)는 표현도 그렇습니다. 여기에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들을 많이 읽게 되요.
그런데 제가 봤을때 그건 그냥 일광의 역할을 의미하는것 이상의 의미를 파악하긴 어렵더라고요. 외지인과 일광의 관계에서 일광은 낚시의 미끼 그 자체죠. 
마을사람들에게 가까운 관계로 어울려 그들을 현혹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이요. 영화 자체적으로 봤을때 관객들에게도 그는 낚시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을 위한 중요한 트릭이요.

즉 영화의 대부분의 장치들은 특별히 숨겨진 의미를 품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어요.제게. 그들의 몫은 극의 재미를 위해 우리를 혼돈시키거나 인물 행동의 이유를 명확히 만들어주는,
보다 구체적이고 소박한 목적을 위해 존재해보였죠.
 
영화의 가장 큰 트릭은 외지인의 실제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거에요. 처음 마을 사람들에 의해 화자되는, 훈도시를 입은 붉은 눈의 외지인의 모습은
종구가 얘기를 들으며 상상하는 회상안에서만 머물죠. 얄밉게 그게 진짜다라고 믿게 될시점에 '헉! 꿈이야!'하면서 종구가 벌떡깨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앞서 그게 일본 오니를 모티브 삼지 않았을까 했지만, 마지막 예비신부가 보는 외지인의 모습도 구체적으로 그게 종교적 관점의 악마의 모습인지, 아니면 정말 일본 도깨비인지,
아니면 애초 신부의 상상인지 불분명해요.
영화는 어쩌면 바라보는 사람들에 따라 달리 보이는 자기안의 존재. 초월적인 존재.를 표현한건지도 모르겠지만 뭐가 되었든 외지인의 실제 모습을 관객에게 감추려는 트릭 이상의 
큰 그림, 의미는 모르겠더라고요.


감정적으로 굉장히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뭔가 잔상에 남는 이미지들이 많은 강렬한 영화인건 분명한데,그리고 사실 재밌게 본것도 맞는데요....
제게는 이 영화는... 뭐랄까 의미가 풍부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퍼즐을 맞추다보면 감독이 의도하는 연출들이 이것이었구나. 하는게 보이는데서 끝나는..

아, 근데 감독이 진짜 치열하구나. 싶었던건 로케이션들이요. 폐허나 불탄 집이나 절벽이나 산골 깊은 마을의 풍경이나 참 근사하고 대단하다.어떻게 저렇게 찾았지.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싶어서 감탄했어요.
    • 동의합니다. 감독이 관객과 페어플레이를 한다기보다는 재미를 위해 일부러 판을 흐트러트리는 면이 많았죠. 잘 만든 영화/걸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재밌는 오락영화라고 봅니다. <캐빈 인 더 우드>라...딱이네요. 크크크.

    • 저도 비슷한 감상이예요. 감독이 여러모로 치사했다는 느낌? 완성도 있게 훌륭하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어요. 하지만 압도적으로 밀어붙여서 깊숙한 곳에 묻어놨던 공포를 건드리는데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네 싶어요. 잔상이 남아서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나이 먹고 본 공포영화에 이정도로 휘둘리긴 처음이예요.

    • 중간중간 산 경관이 나오는데, 그 샷들은 레버넌트 한국 시골판 느낌이었어요. 

    • 저는 일본 오니를 연상한다는 점에서는 좀 반대의견드리고싶네요.

      고라니를 생으로 먹는것에서부터 이미 악령 사탄에가까웠던거같고..오니랑은 좀 많이다른것 같습니다.

      일본 오니이미지는 저런게 아닌걸로아는데..설명을 못하겠네요.
      • 애초 감독은 외부인의 존재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를 거부했던것 같아요. 굉장히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죠.


        다만 그 모티브가 되는 형태가 무엇인가는 추론해볼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오니를 기준삼지 않았나 싶었어요.


        오니중에서도 붉은색인 아카오니.


        도깨비와 달리 오니는 처음부터 영적 존재로 등장하는것 뿐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종류가 다양하죠. 실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니는 전설들도 많고..


        (훈도시가 영화상에서 분명히 해주는 목적은 물론 일광과의 연결성에 대한 복선이지만..또다른 이유는 역시나 지역색이 아닐까.ㅎㅎ 그리고 동굴속에서 살고 손발톱이 긴 형태 또한 오니의 많은 모습이기도 하고)

    • 글을 읽다보니 퇴마록 세계편이 떠오르네용 ㅎㅎ 막 이상한 의식 치르는 사람들 나오고 악마같은 비슷한거 나오면 주인공들이 가서 싸우고 막 ㅋ
    • 더 덧붙여서. 예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시나리오를 봐주던 분(당시 나홍진 담당 교수)이 그런 얘기를 하셨던걸 들은적 있어요. 그 분은 시나리오상에서 지영민의 행위에 더 근본적인 이유를 덧붙이고, 사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대요.그런데 나감독은 그걸 거부했답니다. 그리고 추격자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세상에는 그런 인간이 있고 그런 인간들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것이다. 거기에 어떤 이유를 덧붙이는건 면죄부를 주는것이다.라고요.


      아래 잔인한오후님이 가져오신 인터뷰를 보니 그와 비슷한 시각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외지인의 언급들을 두고, 나감독이 의도하는 바는 초월적인 인물이 우리에게 가하는 벌과 도덕관념은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그 의미를 파악하기보다 그 무력함을 표현하고 싶다는 얘기말이에요.


      그냥 대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런것으로 툭 던져두는 나홍진감독의 관점을 어렴풋 알것 같은 느낌이...


      다만 그가 영화를 만들때는 <추격자>지영민에게 성불구의 굴레를 알듯말듯 흘리는 것처럼, 외지인의 발언과 마지막 특정 모습을 기독교리와 연결하는 것처럼, 자신의 관점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뭔가 이중적이고 혼란스러운 장치를 심어두는게 특징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그것들도 일종의 트릭이죠. 자기 의도와 상반되는 무언갈 배치해서 일단 부피 키우는 것....

      • 그리고 추격자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세상에는 그런 인간이 있고 그런 인간들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것이다. 거기에 어떤 이유를 덧붙이는건 면죄부를 주는것이다.라고요.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 확실히 이렇게 생각하는게 보여져요

        사실 그게 진리일거같은때도 많아요

        착한사람이라고 행복한것도 아니고 나쁜짓을 한 사람이라고 불행한것도 아닌 카오스의 세상이니까요 ㅋ

        이 감독이 영화를 사람 기분 잡치게만드는게 이해도 가네요 ㅋㅋㅋ
    • 서둘러 보러 갔는데 기대보단 좀 그렇더라고요. 의미를 추구했다기엔 얄팍한 느낌이고 재미를 추구했다기에는 좀 멋을 부린 것 같은?   
      근데 좌우간 영화로 기분나쁘게 만드는 능력 만큼은 나홍진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김기덕 영화는 나홍진에 비하면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곡성 보고나서 영화를 회상할 때마다 두통이 옵니다. 
    • 마지막에 덧붙인 말씀에 백 번 동감합니다.


      제가 [괴물]을 '한강 강변을 영화적으로 예쁘게(?) 그려낸다'란 소리를 듣고 보고 갔다가 대실망을 했는데, [곡성]은 그런 말을 들었어도 아니다라고 말은 못 하겠어요. 아직도 가끔 한강변의 다양하고 생각해보지 못한 뷰를 잔뜩 모아 만든 작품이 있다면 보고 싶네요. (서울 살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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