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삐딱하게 보기.(스포있음)
동의합니다. 감독이 관객과 페어플레이를 한다기보다는 재미를 위해 일부러 판을 흐트러트리는 면이 많았죠. 잘 만든 영화/걸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재밌는 오락영화라고 봅니다. <캐빈 인 더 우드>라...딱이네요. 크크크.
저도 비슷한 감상이예요. 감독이 여러모로 치사했다는 느낌? 완성도 있게 훌륭하다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어요. 하지만 압도적으로 밀어붙여서 깊숙한 곳에 묻어놨던 공포를 건드리는데 이것도 대단한 능력이네 싶어요. 잔상이 남아서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 나이 먹고 본 공포영화에 이정도로 휘둘리긴 처음이예요.
중간중간 산 경관이 나오는데, 그 샷들은 레버넌트 한국 시골판 느낌이었어요.
애초 감독은 외부인의 존재와 형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를 거부했던것 같아요. 굉장히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죠.
다만 그 모티브가 되는 형태가 무엇인가는 추론해볼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오니를 기준삼지 않았나 싶었어요.
오니중에서도 붉은색인 아카오니.
도깨비와 달리 오니는 처음부터 영적 존재로 등장하는것 뿐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종류가 다양하죠. 실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니는 전설들도 많고..
(훈도시가 영화상에서 분명히 해주는 목적은 물론 일광과의 연결성에 대한 복선이지만..또다른 이유는 역시나 지역색이 아닐까.ㅎㅎ 그리고 동굴속에서 살고 손발톱이 긴 형태 또한 오니의 많은 모습이기도 하고)
더 덧붙여서. 예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 시나리오를 봐주던 분(당시 나홍진 담당 교수)이 그런 얘기를 하셨던걸 들은적 있어요. 그 분은 시나리오상에서 지영민의 행위에 더 근본적인 이유를 덧붙이고, 사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대요.그런데 나감독은 그걸 거부했답니다. 그리고 추격자에 대한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세상에는 그런 인간이 있고 그런 인간들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것이다. 거기에 어떤 이유를 덧붙이는건 면죄부를 주는것이다.라고요.
아래 잔인한오후님이 가져오신 인터뷰를 보니 그와 비슷한 시각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외지인의 언급들을 두고, 나감독이 의도하는 바는 초월적인 인물이 우리에게 가하는 벌과 도덕관념은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그 의미를 파악하기보다 그 무력함을 표현하고 싶다는 얘기말이에요.
그냥 대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런것으로 툭 던져두는 나홍진감독의 관점을 어렴풋 알것 같은 느낌이...
다만 그가 영화를 만들때는 <추격자>지영민에게 성불구의 굴레를 알듯말듯 흘리는 것처럼, 외지인의 발언과 마지막 특정 모습을 기독교리와 연결하는 것처럼, 자신의 관점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뭔가 이중적이고 혼란스러운 장치를 심어두는게 특징이다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그것들도 일종의 트릭이죠. 자기 의도와 상반되는 무언갈 배치해서 일단 부피 키우는 것....
마지막에 덧붙인 말씀에 백 번 동감합니다.
제가 [괴물]을 '한강 강변을 영화적으로 예쁘게(?) 그려낸다'란 소리를 듣고 보고 갔다가 대실망을 했는데, [곡성]은 그런 말을 들었어도 아니다라고 말은 못 하겠어요. 아직도 가끔 한강변의 다양하고 생각해보지 못한 뷰를 잔뜩 모아 만든 작품이 있다면 보고 싶네요. (서울 살지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