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대작행위와 미술계의 속사정?

 1~4까지는 편의상 평어를 쓸게요.


 1. 

 현대미술에서 한사람의 디렉팅과 어려 사람의 공동작업에 의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향은 조영남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

 다만, 현대미술에서도 그와 같은 제작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어디까지가 아트이고 어디까지가 상업적인 공예 혹은 디자인인가?


 백남준의 작품들 대부분은 많은 엔지니어들의 손끝을 통해서 전체적인 조형물들이 만들어진다. 

 수많은 모니터에 보여지는 영상물들도 백남준 혼자 작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다수의 영상 엔지니어들과 조수들의 협업으로 제작되는데

 현대예술에선 보편적으로 용인되는 제작방식이지만 래디컬한 입장에서 이러한 협업에 의한 창작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진중권은 현대예술에 대한 보편적 관점에서 조영남의 대작 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은 과도하다고 보는 입장


 2.

 하지만 현대예술에 이르러서만 이러한 창작 프로세스가 작동되기 시작한건 아니다.

 로뎅의 많은 작품들은 사실 그의 조수들이 손끝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그 조수중 하나가 바로 까미유 끌로델이라는 여성이다. 

 거장의 조수이었지만 그 재능이 로뎅이 시기할 정도였으나 무명이자 여성이기까지한 그녀의 예술가로서의 삶은 비극적으로 종결되었고 영화화까지 되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 미켈란젤로를 보자 그의 대표작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는 혼자 그린게 아니라 역시 많은 조수들의 손끝을 빌어 완성된 것이다.

 

 3.

 사실 페인팅 아트 외의 다른 장르의 예술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 대가 1인의 디렉팅과 여러 사람의 참여로 작품들이 만들어지는게 부지기수였다.

 

 물론 그런 프로세스에 따라 파생된 문제점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늘 있어왔던 문제


 4.

 하지만 한국 페인팅 아트 영역에선 '내부자'들 조차 눈살을 찌푸리던 행위들이 만연해 있었다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


 한국 페인팅 아트계를 좌지우지 한다는 모미술대학의 대표적인 몇몇 교수들(작고한 분도 포함)의 경우는

 학생들은 그들의 작업실을 '공장'으로 불렀다.

 교수들에게 이쁨 받은 남학생들이 주로 노역에 참가해서 엄청난 사이즈의 캔버스에 교수와 조교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하고 나면

 몇일간 안보이던 교수가 나타나 사인 슥 하면 끝

 그들은 현대 한국 추상페인팅 아트에서 가장 비싸게 그림이 팔리는 사람들이었고

 노역에 종사했던 학생들은 10만원도 받지 못했고 다만 교수의 눈에 들어 부자집에 줄이 닿는 큐레이터 리스트에 오르는 기대를 했을 뿐이다.

 

 웃긴건 이런 실태에 대하여 아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음에도 지난 수십년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그 그림을 창작하고 소비하는 네트워크 내에선 그런 것을 문제 삼을려는 사람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5.

 조영남의 대작 행위는 사실 제가 아는 수억대에 이르는 그림값을 챙기고 전국의 수재들을 끌어 모아 병신들을 만들어내던

 모대학 교수들이나 그와 비슷한 부류의 한국 현대페인팅아트계의 거물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자 애교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것은

 오랫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평화롭던 이런 행태들이 공권력에 의하여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난 뒤

 대중들의 상식적인 감정은 매우 극렬하게 비판적이라는거


 대중들이 무슨 미학 이론이나 발터벤야민의 비판이론에 근거해서 반감을 갖는건 아닐겁니다.

 그야말로 생활인들로서 즉자적인 감정

 "뭐야? 예술이 아니라 똥이었구만~"


 물론 평소의 조영남이라는 다소 양아치스러운 마초남성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작용되었겠지만

 그건 지엽적인거 같고 대중들의 눈에는 저런 돈을 주고 사람을 써서 그림을 찍어내며 작품당 수백 수천만원을 꿀걱하는건

 뭔가 이상한 일이라는거죠.


 6.

 그런데 말입니다.


 원작자, 원작의 아우라가 상실되고 예술작품의 복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고 장려되는 상황은 사실 자본주의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더 많은 작품을 팔고 치부를 하게되는 사정이 있지 않고는 위와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거죠.

 

 '예술작품'이 특수한 시장에서 특수한 소비자들에게 통용되는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현상은 근절되지 않을거라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현대에 이르러 치부를 하는 예술가들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모든 예술품들은 더 이상 고전적인 의미의 예술의 의미가 퇴색되버린거 같군요.


 이러하던 저러하던 이번 논란에도 결국 예술의 본래적 가치는 오간 곳이 없고 남는건 대작비용 10만원, 호당 얼마.... 돈 밖에 안남을거 같아 씁쓸하네요.

 

 예술 한다고 청춘의 그 좋은 시간을 다 바치고 여전히 입에 풀칠 근근히 하면서 인생을 싸우듯이 살고 있는 지인들이 생각나서 더 씁쓸합니다.

 점 당 10만원을 받고 대작을 해주던 그 분의 나이가 60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라도 생계를 이어야했던 상황이나 처지가 그려지면서

 참 먹먹해지기도 하구요.


 쩝

    • 그림이라는게 화페교환가치가 우선이니 뭐라 말할 수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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