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독서모임 5월정모 후기

5월에는 먼곳에서 오신 신입회원이 한분 계셔서 모임 분위기가 좀 신선했습니다. 맨날 단톡방에 오가는 이야기 보면서 진짜 독서모임인지 의심이 그득하셨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넘어가죠. 단톡방에 주로 올라오는 사진들이라는게 먹짤이라.. 가끔씩은 먹방모임이 아닌가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참 돼지런한(돼지+부지런=돼지가 되기에 알맞도록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부지런함) 분들이 많으십니다. 


5월의 주제도서는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였습니다. 작가님을 모셔보려 애를 써봤는데 이미 연재중인 작품이 있으셔서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했네요. 그래도 올해는 탁재형 작가님도 한번 모셨고.. 내년을 기약해보죠. 


요즘의 좋은 날씨를 감안하여 모임역사상 최초의 서울숲 잔디밭 모임을 했습니다. 석양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풍경이며 가까이서 들리는 개구린지 거위인지 생물의 소리, 마라톤 연습을 하는 사람들과 사진 찍으러 놀러나온 연인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풍경중 최고가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때이른 모기떼의 등장으로 쾌적하지만은 않았지요. 여기저기 가렵습니다. 인간 모기향인지라.. 


발제자님의 간략하지만 정제된 작품 발제가 있었고 이어지는 각자의 소회 발표, 이런저런 이야기와 다음달 주제 도서 선정이 이어졌습니다. 일단 고래를 이야기하자면 먼저 전승문학(민담, 설화, 전설등..)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하셨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서사의 힘에 주목하셨습니다. 이야기에 에너지와 박력을 밀어넣어 끝까지 술술 읽히게 만드는 책이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었지만 일부 회원분들께서는 다시 읽을 생각이 없으며 아울러 천명관 작가의 책을 더 읽고 싶지 않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다고나 할까요?


불호를 표명하신 분들도 작품 자체는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지만.. 어딘가 찜찜하다는 느낌이신거 같아 요즘 화제가 되는 영화 곡성과 나홍진 감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고래를 영화화한다면 나홍진 감독이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으시더군요. 박찬욱의 이름이 많이 호명되었습니다. 글쎄요. 제 개인적으로는 나홍진이 낫지 않나 싶지만 사실 고래같은 작품은 가장 영화화하기 힘든 작품이기도 할거예요. 


고래를 읽다보면 역시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이 떠오릅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한국에 이식시키면 천명관의 고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한데 이는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상당히 기묘한 캐릭터여서 마치 어두컴컴한 서커스 천막 밑에서 벌어지는 한판의 기괴한 공연을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기가 힘들 정도로 박복하고 못생긴 노파, 애꾸가 되어버린 벌치기 여인, 남여를 오가는 금복, 천하장사이지만 역시 박색인 붉은 벽돌의 여왕 춘희, 독한 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생선 장수, 약을 팔지 않는 약장수,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결국 순정때문에 죽은 칼자국, 마치 고래같지만 한순간에 꺾여 죽어버린 역사, 그리고 코끼리 점보와 쌍둥이 자매도 등장하지요. 이 모든 캐릭터들이 뒤섞여 엮어가는 소설의 씨실과 날실은 현란한 무늬를 그립니다. 


동료 작가이기도 한 박민규가 "천명관은 고래다"라는 인상평을 남겼다고 합니다. 발제자님의 말에 따르자면 고래 이후로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더 좋은 작품을 기대한다는 염원이기도 하다더군요. 저도 유쾌한 하녀 마리사나 고령화 가족을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역시 고래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아직도 활발히 작품활동 하고 계시니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고래의 비상같은..)을 내시리라 믿어마지 않습니다. 


다른 걸 떠나 여자 주인공들을 정말 집요하게도 괴롭히는 운명에 대해 냉철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서 많은 여성 독자들이 힘들어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니 문학의 본질적 질문에 과연 충실히 답하고 있는가?하는 의문도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심사평에 은희경 작가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구요. 그래도 역시 독보적인 스타일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듯. 


다음달의 주제 도서를 이영도 작가의 "오버 더 호라이즌"으로 정하고 일어섰습니다. 원래는 뚝떡 비스트로를 가려고 했는데 재료가 일찍 떨어져 좌절하고 수제맥주집은 숲을 갔더니 열명 넘는 인원이 앉을 자리가 없어 결국 장원 닭한마리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꿩대신 닭이라고..(어머, 진짜 닭이었네..) 찾아간 집이지만 기존의 닭한마리집과 비교해서는 꽤 수준높은 맛집이더군요. 못다한 이야기를 닭과 칼국수와 함께 맛깔나게 나누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구요. 6월에는 오버 더 호라이즌과 함께 좋은 이야기 나눕시다요. ^^

    • 뒤에서 한컷 하고 먹거리 까지 보았으면 더 좋겠네요.

    • 첨 뵙는데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

      • 너무 어수선하지는 않았는가 싶습니다만.. 뵈서 반가웠어요. ^^/

    • 엄청 유익한 모임이라는 인상이 팍팍!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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