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멍-해서 생각이 잘 안돼요. 그리고 여혐과 남혐.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끊지 않아서 이게 약 때문인건지 병 때문인건지 선천적으로 그런건지조차 모르고 있지만
하여튼 머리가 멍-합니다. 우울감으로 인한 질환이라 약을 먹고 있거든요.
그래서 논리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 보면 부러운 감정 질투나는 감정이 반반씩 듭니다.
논리적이고 똑똑한 친구와 약간의 논쟁이 있었어요.
이번 강남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사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어요.
친구는 이건 '정신불열증'환자의 행적이므로 다른 남자가 가해자 취급받는 것은 옳지 않다.
라는 측이었고
전 '여성혐오자'의 행적(혹은 여성혐오를 가진 정신분열증환자의 행적)이므로 이러한 여혐이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고
재구축하고 있는 남자들이 책임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라는 측이었어요.
근데 상대를 도저히 설득시킬 논리가 없는 거에요.
제 친구는 남혐도 요즘 커가고 있어서 문제다. 여혐이나 남혐이나 똑같이 나쁜 거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남혐과 여혐이 동일선상에서 다뤄지는 건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어떻게 본질을 흐리는 것이며,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명쾌한 답을 내릴 자신이 없어서
억지로...화제를 돌려버렸어요.
전 제 친구가 완전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좀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듬성듬성 구멍이 난
논리로 그를 설득시키는 건 무리일 거라 생각했어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건 슬픈 거에요.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독서도 잘 못하겠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제 논리를 단단히 할 수 있을까요?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제가 지난 며칠간 인터넷에서 열심히 싸우면서 대충 정리한 생각을 써볼게요.
전 이게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시위하는데, 일부 폭력적인 장면과 전경 다치는 장면만 찍어서 올리는 행위랑 비슷하다고 봐요. 당연히 논리적으로 다 옳은 말이죠. 그걸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의 과도한 행위는 당연히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많은 분들이 이 일에 분노하는 두려워 하는 이유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겠죠. 애초에 원인이 없었으면 생기지 않았을 행위에 대해서, '너희 생각은 옳지만 방법이 잘못됐잖아 그러니까 넌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어'라고 하는 건, 어린 아이 예절 가르칠 때나 하는 일이잖아요.
우선 그 친구가 여혐(현실세계에서 대다수 여성이 겪는 문제))보다 남혐(일부 네티즌이 퍼다나른 워마드 글을 보면서 겪는 문제, 경제적 부담 더하기 군대??)이 더 심각한 문제인가를 인지하느냐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걸 인정한다면 일단은 성공적이죠. 여기선 네 말이 표면적으로는 옳을지 몰라도, 여성 문제를 덮기 위한 다수의 폭력이 될 뿐이라는 걸 설명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글쎄요. 여기서부턴 '아니다 내가 더 힘들다'식의 개싸움이 되기가 쉽상이죠. 아무리 여성에게 노출된 부조리를 이야기해 봤자 과장하는 거다, 남자도 이렇게 힘들다, 심지어는 너희가 아무리 힘들어도 군대 하나로 다 퉁쳐진다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본인이 뭔가 계기가 있기 전까진 이건 벗어나기 어려운 생각인 같습니다. 남성이 지게 되는 경제적, 육체적 부담과 사회로부터 강요하당하는 남성성 등 많은 것이 결국 여성혐오의 반대급부라는 걸 설명하고, 결국 남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쪽으로 설명을 하면 그나마 나을까요? '그럼 먼저 여자 군대부터 보내라고 해야지'라고 할 게 뻔하군요.
아,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한 정의부터 같이 해 보는 게 중요할 거예요. 아래도 여러번 올라왔지만, 여성혐오는 정말 여성을 말그대로 혐오하는 행위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거든요. 좋든 나쁘든 '여자는 이래야해' 식의 작은 편견부터 성희롱, 성폭행까지 모두 포괄하는 행위라는 걸 설명하고 시작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성이 죄책감을 느끼라고 하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아무런 관련없는 많은 분들이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게 의무는 아니죠. 어쨌든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고쳐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나부터 혹시 그런 발언/행위를 하진 않는지 조심하고, 그런 말을 들었을때 웃어넘기지 않고, 그런 게 필요한 거죠. 물론 여성혐오 뿐만 아니라 모든 혐오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여성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