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수업을 통해 개인 면담을 받았어요. 지도 교수는 똑똑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그만큼 자기중심적인 면도 있지만요. 어쨌든 그래서 학생들이 무서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동시에 존경하고 신뢰하기도 하죠. 


교수가 몇 주째 저에게 하는 말은 거의 비슷해요. 예전의 에너지나 적극성으로 돌아가라는 요지의.. 

그리고 요새 저한테 왜이리 느긋하냐와 같은 말을 합니다. 저는 답을 알고 있지만 솔직히 대답할수가 없네요. 


'예전'의 저라고 함은 저 자신을 입증해야할 필요, 그래서 인정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했을 무렵이었던듯 한데

그래서 이리저리 애쓰고 분투했던것이 에너지가 있다거나 적극적이라고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타인들의 평가란 것은 정말 뭐랄까 자기들 좋을대로인것 같아요. 

요새 제가 느긋해진것은 그냥 다른 사람들 평가에 별로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인것 같구요. 


그것이 새로운 고민이긴 해요. 제 에너지나 적극성의 출발이 타인의 시선이었던 것이 명백한듯 한데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에 별로 관심이 없어지니 자유로워졌다기보다, 자발적인 동기라는것 자체가 없는게 아닐까라는 상태가 되어서요. 

책도 읽지않고 공부도 적당히 하고 전공도 적당히 하고있어요. 


저는 원래 다른사람들에게 관심도 많고 그 관심이 많은 행동의 동기가 되었던 것 같은데

요새의 느낌은 모든 사람들은 인간적인 모순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내/외적 문제와 싸우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나 자신과 크게 다를것이 없다는 생각에 예전같은 치기어린 호기심이나 관심도 생기지 않고

어쩌다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과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박처럼 느껴져서

별로 열성적으로 임할 기분이 들지 않아요. 


사람들은 재미없고,

그리고 설령 재미가 있다고 해도 저와는 상관이 없네요. 


얼른 완벽하게 굴을 파고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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