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관련..

좀 뒤늦게 '그것이 알기 싫다'를 듣고 생각했던 바를 적어봅니다. 


제가 처음 조영남의 대작논란과 그에 대한 진중권의 발언을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이 상황에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현대미술의 컨셉츄얼한 속성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가 아닐텐데 라는 거였어요. 


일단 우선 조영남의 회화 작업은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처럼 컨셉츄얼한 면이 강조되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회화적) 주제 해석과 소재 선택, 분석적 입체주의 비스무리한 색채 + 화면 구성 등에 기대는 (상대적으로)전통적인 회화 작품에 가깝다고 봐야할 것 같고

해당 작품을 구매했던 사람들도 벽에 걸어놓고 '조영남'이라는 명사가 그린 '회화'로서 작품을 수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작가의 개인적, 표현적 터치를 배제한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컨셉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앤디 워홀과는 비교를 통해 조영남 대작 사건에 접근하는건 

미학이나 미술 이론의 권위자로서는 너무 거친? 접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그리든 상관없다라는 식의 해명보다는 오히려

유명 작가가 어시스턴트를 고용해 작품을 그리게 하는 것(또는 그리는 것을 보조하게 하는 것)은 미술계의 오랜 관행이다라는 것이,

좀 후지긴 하지만 보다 현실에 맞아떨어지는 설명인것 같은데

이 경우 '그알싫'에서 지적한 협업자에 대한 명시 의무? 또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 많이 공감을 한 것이 비단 조영남같은 완전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아트테이너 외에도

개념 작업을 하는, 또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프로젝트의 성격상 많은 협업자/참여자들이 필요한 미술가들의 경우

'어시'의 역할, 또는 존재를 명시적으로 밝히는 사람들을 거의 못봤기 때문이에요. 


유명한 설치 작가 중 하나인 서도호도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많은 조수들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작업의 캡션이나 도록 등에 이들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서도호는 어시의 존재 자체를 숨기진 않지만, (숨길수도 없겠지만)

'그알싫'에서 음악의 경우와 비교해본 것처럼 생각해보면 정말 큰 차이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사실 진중권씨가 지적한 것처럼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개념이 실제 제작보다 훨씬 중요하고, 작품의 창조적 주체를 결정하는 요소라면

어시, 또는 수많은 고용인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의 존재를 숨길 이유가 없고 보다 명확히 밝히는게 여러모로 맞는 선택인것 같은데

미술계에서는 왜 그것을 숨기고 작가 1인을 내세우는 '관행'이 존재하는 걸까요?


알수 없네요. 더 희한한건 이런 물음조차 '예술적 특수성'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얼버무릴 법한 미술계의 태도인듯 하구요.   

    • 답: 눈 가리고 아웅




      어시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 이유는 순수예술의 가치가 수집가나 일반대중에게 폄하되는걸 방지하기 위함입미다.


      지고지순?한 예술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작가의 신비로운 권위를 지키기 위하여....참 개떡 같죠.

      • 저도 씁쓸하지만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 제가놀란게 주변이 다 미술은 자기가그리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99프로여서


      였어요. 진교수가 워낙 재수없게말하긴


      했지만 저는 그게 사실이라고보고요..


      여기분들이야 미술관도 가보고 전공이 아니라도


      영화나 등등으로 간접체험이많을테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어시라는게.있는지도


      몰라서 제가 약간 ..설명해주다가...


      이거 재수없게들리면어쩌나 주춤했어요


      일반 커뮤니티에도보면 대신그린행위


      자체를 대부분 사기로여기고있어요.




      • 진교수가 이야기한 부분은 현대미술에서 미술의 개념과 실질적 제작이 분리되는 것에 대한 내용인데 저는 그것과 조영남의 그림을 알려지지 않았던 조수가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별 관련이 없어보여요. 후자의 것은 말 그대로 미술계 관행일 뿐이고 이 관행에는 한편으로 전혀 상반되게도 감상자가 그림을 볼 때는 그것이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유지하게끔하는 의도도 포함되었다고 보고요. 그 상황에서 대중이 조영남의 그림을 그 자신이 그렸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약간 배신감 같은것을 느끼는 것도 정확한 이해는 아니지만 진교수의 논점과는 결이 좀 다른것 같아요. 정리해서 말하자면 진교수처럼 접근하면 조영남의 작품은 현대미술 이론이나 개념과는 다소 무관한 전략(근대적 회화 형식이나 개성적, 천재적 작가관, 연예인으로서의 명성 등)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 상품화하다가 이 전략에 차질이 생기자 갑작스레 현대미술의 개념적 전략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여요. 이 상황에서 대중이 혼란이나 배신감을 느끼는건 제가 보기에 자연스러운것 같아요.
    • 진중권 컬럼이나 인터뷰 보면 조영남이 팝아트와 회화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있다는 점이나 어시스턴트 사용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안 하진 않습니다. 워낙 여론이 어시 사용 = 사기꾼으로 짜여질 것 같으니까, 더 반대쪽으로 세게 말한 것 같아요. 진중권 교수 화법이 늘 그렇기 때문에 뭐.. ㅎㅎ
      • 그렇군요. 제가 트위터와 그알싫에서 다루는 부분만 접해서 쓴 글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겠네요.
    • 고급 사기죠. 법에 걸릴똥말똥 하게 하면서, 명성과 돈에 눈이 먼... 소위 우리나라 잘못된 상류층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닌거 같네요. 그래서 제 노래라는 게 '화개장터' 같은 만담 노래나 겨우..

    • 이게 진짜 관행이라면 최소한 업계 내부의 반론은 없어야겠지만 만만치 않죠. 적어도 만화에서 어시를 쓰고 명시 하지 않았다고 그 만화가를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는다거나 영화에서 감독이 촬영, 미술, 시나리오, 연기 이런 거 다 안했다고 감독을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는다거나 정도의 인식이 없다면 섣불리 '관행'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상식없는 무식쟁이로 몰아갈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영화는 감독 뿐 아니라 배우와 스탭들도 엄연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니 동일선상에 놓을 순 없죠. 미술계의 어시 관행이라는 것도 주로 팝아트 쪽이나 혼자 하기 어려운 규모의 설치미술 쪽인데, 조영남은 엄청난 크기의 대작도 아니고 일반 크기의 페인팅에 어시를 썼다니까 더 까이는 듯. 

      • 제가 요새 난독증이 생겼는지 댓글 내용을 이해하는게 좀 힘드네요. ㅜㅜ 여유가 있으시다면 보충설명을 해주시면 도움이 될듯합니다..




        조금 유명하고 잘나가는 작가라면 일반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는데도 어시를 곧잘 쓰더라구요. 대신 더 빠르게, 많이 그리려는 목표가 있겠죠. 


        저는 미술가들이 작업과정에 대해서 조금은 더 투명성을 확보해도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해요. 특히 좁은 의미의 현대미술, 포스트모더니즘이나 컨템포퍼리 아트의 영역에서 통용될 개념을 내세우면서 작업하는 사람들이라면요.   

    • 아, 저도 글쓴분이랑 비슷하게, 서로 얘기하는게 핀트가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궁금했어요.

    • 본문, 여기댓글들에 공감요.
      진중권이 이 사태가 무자비하게 조영남을 몰아가지 않도록 초기에 분위기를 캄다운시킨 공은 있지만, 오랜만에 본인이 아는 주제 나오니 신나서 (섬세하게 짚어나가기보다) 대중들에게 지식자랑하는데 더 앞선 느낌은 있어요. 그 기쁨의 동력으로 쌩쌩 굴러가던 트윗들을 나는 보았네.

    • 어시들에게 부분묘사를 맡기는 건 오래전... 그러니까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시절에도 있어온 관행이었죠. 고전회화 도록에 보면 이 그림에서 어느 부분은 제자 모모씨가 완성했다 같은 설명도 자주 접할 수 있구요. 이탈리아 여행 갔을 때 미켈란젤로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빙 둘러싼 조각상을 본 적도 있습니다. 그 제자들은 미켈란젤로의 핵심어시들이었다네요.
      • 네 그알싫에서도 제작과 창작의 분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미술의 영역에서 존재해 왔었다는 점을 지적했었어요. 단 현재에도 그 관행이 뚜렷한 명시없이 지속되는게 첫째로 노동법? 차원에서 문제가 없는가 둘째로 현대적 미술 이론 차원에서도 문제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죠.
        • 지적하신 두번째 질문은 오래전부터 꾸준한 떡밥일 겁니다. 가령 뒤샹의 샘에서 진짜 창작자를 변기제작자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거라든가. 현대적 미술이론을 떠나서도 어시들과 제작자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거예요. 카미유 클로델은 로뎅의 제자이자 어시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기여도는 철저히 무시되는 상황에 갈등했다고 하니까요. 어시에게도 예술가로서 자의식은 분명히 존재할 테고 분명 자신의 터치가 가해진 작품에 자기 이름이 붙지 않는 상황에 맛보는 고통은 만만찮을 테지요.
          • 두 번째 질문에서 현대 미술이론을 거론한 이유는 개념 미술이나 팝아트 등의 등장으로 실제의 제작과정에서 작가의 개입(작가 개인의 개성이 실린 터치나 색채 등 형식적 요소에서 드러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관리 감독의 영역까지 확장된)이 최소화되더라도 핵심적 개념 혹은 아이디어가 작가의 것이라면 창작의 주체는 작가라는 창작관이 보다 전면화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현대미술 이론에서는 작업 과정에서 로댕과 까미유 클로델의 갈등은 좀 새로운 국면에 놓일 ㅅ수 있다는 거죠. 로댕이 작품의 실질적 제작자로 카미유 클로델을 명시한다고 해도 작품의 아이디어가 그 자신의 것이라면 (이때의 조각 작품의 목적은 고전적인 조각작품의 그것과 다를 필요가 있겠지만)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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