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ogyny를 '여성 혐오'로 번역하는 것이 옳은가?

최근 'misogyny'를 '여성 혐오'로 번역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고 오해를 산다는 얘기가 많은데, 제가 읽은 글 중 이 문제를 가장 적절히 풀어낸 글을 소개합니다.


http://www.iamtintin.net/65


일단 어원에 대한 설명입니다.


'혐오'가 적절한 한국어 번역인가의 문제 또한 나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보는 편이다. 미리암-웹스터 영영사전은 misogyny를 "a hatred of women(여성에 대한 증오)"으로, 옥스퍼드 영영사전은 "Dislike of, contempt for, or ingrained prejudice against women(여성에 대한 반감, 경멸 혹은 뿌리 깊은 선입견)"으로 정의하고 있다. 어원 자체도 그리스어의 '혐오'인 misos(μισος)와 '여성'인 gynē(γυνη)에서 온 거니까. 오히려 거의 정확하게 수입한 쪽에 가깝다. 


'여성 혐오'가 너무 포괄적인 개념으로 변질됐다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이렇습니다.


이게 원래는 그런 의미가 아닌데 최근 들어 지나치게 광의의 의미가 됐다는 주장도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타르수스의 안티파트로스는 아테네의 역사가 에우리피데스의 'misogyny'를 묘사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에우리피데스)조차 제 아내들은 칭찬한다." (On Marriage. c. 150 BC) 이미 이 때도 여성 전반에 대한 이분법(창녀/성녀) 구도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misogyny가 사용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성차별'만'을 짚어서 지적할 때는 'sexism'이란 단어가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여성에 대한 선입견, 편견, 여성 숭배와 여성 경멸이라는 동전의 양면, 여성에 대한 제도적 차별, 여성에 대한 공격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서 'misogyny'가 틀린 용어는 아니라고 본다.


즉, 'misogyny'는 하위 개념으로 'hatred'도 포함을 합니다. 여기서 보통 가장 어이 없는 반응인 '난 여자 좋아하는데?' 류를 반박하자면, 여성을 타자화 하여 '성녀/창녀'로 구분 짓고 창녀로 구분한 쪽에 대해서는 'hatred'한 감정을 품고 '성녀'로 구분한 쪽은 숭배하는 현상이 바로 저런 반응이라고 보면 됩니다.


약자에 대한 폭력은 당연히 'hatred'라는 것으로 단일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 상대 폭력의 대부분은 상대방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여성이라는 이질적 존재로 타자화 하여 내가 정의하는 틀에 맞지 않으면 폭력으로라도 제압해야 한다는 것을 정당화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아 여기 동감이네요. 왜 자꾸 번역 잘못했다, 오해 어쩌구 하는지 이해가 안갔거든요. 여성 혐.오. 맞잖아요. 혐오한다니까요. 왜 자꾸 아니래.
    • 한글의 혐오 - 싫어하고 미워하고 꺼리다는 뜻이죠. misogyny의 어원이야 어쨌든 '한국말' 혐오는 그 말의 일부 밖에 표현하지 못하고 그래서 오해를 낳기에 딱 좋아요. 원어의 어원이나 뜻을 서로가 알고 이해한다면야 소통에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 사람에겐 이건 자칫 혐오의 뜻을 확장하라는 주장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격이죠. 한국사회에 만연한 misogyny라는 현상이나 그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하지만 용어의 해석 자체는 소통과 설득이란 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 더불어 영미권에서도 misogyny가 너무 포괄적으로 사용된다는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외국 컬럼을 본 적도 있는데 찾지를 못하겠네요. 핵심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유사했고요.

        • http://www.wsj.com/articles/misogyny-has-its-meaning-shifted-1401490009


          Misogyny 용어 자체가 여전히 대중에게는 생소한 단어이긴한가 봅니다.
    • misos의 뜻이 어느 정도의 범위를 가리키건 말건 한국어에서 혐오라는 말은 그렇지 않다고요 왜 외국 단어에 맞춰 한국어의 의미를 변형시켜냐 하냐 이겁니다 misogyny의 뜻에 맞는 한국어를 찾아서 번역어를 붙여야죠


      자꾸 혐오라는 단어를 쓰니까 "난 여자가 좋으니까 여혐이 아니야"와 같은 소리가 나오잖아요 그때마다 또 misogyny란 말야 하고 설명해야하는 꼴이 우습지 않습니까
      • '혐오'라는 말이 아니라 다른단어라면 인정할까요? 어차피 이주제와 관련하여 "난 여자가좋으니까 xx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면 결국 설명해야할껄요.
      • 어떻게 번역하건 간에 헛소리 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옛날부터 "내가 여자들을 아껴주니까 나야말로 진짜 페미니스트다"라던 가부장제 마초들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 하아.. 저 소리 하는 남자들 직접 보아왔던 지라 소름 돋아요. 그런데 '페미니스트'란 단어도 적절한 번역어가 애매하니까 그대로 정착했잖아요. 그냥 '미소지니'라고 하면 안되려나.

    • 이들이 창녀로 구분한 쪽에 대해서도 'hatred'한 감정을 품는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 다음에 (감히 이를 거절하는 여성에게 얼마나 잔혹한 보복이 따르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 여성들은 바로 그런 헤픈 태도 때문에 죽어도 싼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듀나님이 전에 할리우드 살생부 클리셰에서 한 말대로 "이런 생각은 바로 그 스크림 류 영화 속 미치광이 살인마의 동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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