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악마

어렸을때 보던 만화중에 주인공이 고민에 빠지면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나타나 방향이 다른 조언을 주곤했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왼쪽에는 천사 오른쪽에는 악마가 올라타는 이미지였죠. 악당역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매번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곤 했죠. 나이를 먹은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봐도 참 탁월한 이미지네이션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또렷하지는 않아도 인간은 누구나 선악의 선택을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되니 말입니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신안군 여교사 사건을 봐도 우리안의 악마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섬에 혼자 파견온 아직 어린 여교사를 보고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악마가 쑤석였길래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한걸까요?? 그래도 되니까.. 그래도 괜찮았으니까.. 혹은 그래도 별탈없을거야..라는 암묵적인 관행이나 과거가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합니다. 


그런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한 선생님은 존경스럽습니다.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생길수도 있는 비슷한 사건에서 많은 여성을 구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반면에.. 그런 일때문에 관광객들이 줄어들겠다..거나 술때문이라는둥.. 가정도 있는 사람들인데..라는둥.. 동네 사람 걱정에 수입 걱정을 하는 인터뷰를 해준 마을 사람들은 유감스럽습니다. 미친거 아니냐는 말이 먼저 나오네요. 



    • 제가 언급한 인터뷰의 내용은 여기서 봤습니다. http://www.nocutnews.co.kr/news/4604024

    • 전 아직도 내영혼 주면 내맘대로 해준다면 할까 그런 생각을.

    • 폐쇄성은 정말 무섭습니다. 고인물이 썩는다고 벽지 지역 얘기 들어보면 정말 이게 2010년대 한국인가 싶은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일단 술먹여 자빠뜨리라는 둥 이딴 소리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 이 경우에는 별로 맞지 않는 비유 같습니다.


      마음 속의 천사와 악마가 서로 다른 선택을 유혹하는 것은 예를 들면 "오늘 오후 학원에 갈까, 째고 놀아버릴까?"나 기껏해야 "주운 지갑에 돈이 좀 있는데 그냥 새빌까, 주인을 찾아줄까?" 정도에나 어울리지


      "술 취한 여자가 있는데 강간을 할까, 말까?"에는 전혀 안 맞는 것 같고요, 좀 어처구니 없이 사안을 가볍게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리고 제 안에는 저런 악마 없어요. 아무리 초절정 미남이 술에 떡이 되어 내 앞에 누워있다 해도 강간은 커녕 손가락 하나 건드릴 생각조차 안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사안의 무게에 관계 없이 "우리 안의 악마"를 찾는 것은 부적절하게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것 같아서 좋은 습관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이 글을 읽고 황당했던 지점을 개구리밥 님이 정확하게 집어주셨네요. 

    • 그런 의미에서  강남역 여혐살인사건에 대하여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에 발끈하던 사람들이 참 한심해요.


      생물학적으로 (저를 포함해 누구나 다) 원래 다 그런건데 이성과  사회적 환경과 시스템이 그것을 억제하고 있을 뿐인 것을

    • 흑산도의 성폭행범들은 마음 속의 천사와 악마의 싸움에서 진 게 아니라 그냥 악마예요. 3월달에 부임한 젊은 여성을 언제 덮쳐볼까 음험한 눈으로 보며 두달동안 기회만 노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중 한 명의 DNA는 10년전에 일어난 성폭행 사건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선량하고 평범했던 사람들이 나쁜 악마의 유혹에 진 게 아니라 언제 저질러볼까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악인들이에요

      • 동감입니다. 범죄 성향이라는게 있더라구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