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나 괴담 좋아하시는 분들? 왜 그런 이야기에 끌리나요?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는게 다른 문화들의 기호도와 다른 특별한 종류의 취향일까요.


모 라디오를 듣다가 전문가가 나와서 그런 말을 했어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부류에는 위험한 종류가 있다. 겁이 굉장히 많고 그런 이야기들을 무서워하면서 공포영화를 탐닉하는 부류가 그런 사람들이다. 라구요.
그 사람 말인즉슨, 그것은 내면적으로 자신을 자학하는 행위래요. 자기가 피하고 싶은 것을 일부로 더 보고 겪으면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심리라구요.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는 공포영화 같은 것들은 굳이 대면하고 극복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
더 끼친다나 뭐라나..

전 공포영화를 꽤나 좋아해요.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치원 초등학교때, 토요일밤마다 엄마와 누워서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를 보던 시절부터 시작되는것 같아요.
그때는 꽤 다양한 시대, 꽤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을 많이 틀어줬는데 여름때 쯤 공포영화가 선정되면 마치 선물받은 기분처럼 한껏 들뜨던 추억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겁이 상당히 많은 편이거든요. 그런 영화들이 오래 지속되진 않지만 잔상에 남는 편이고, 보면서도 흥분과 괴로움이 공존하는 마음상태가 되곤해요.


학창시절에 <히치콕과의 대화>를 읽었는데, 거기서 히치콕은 자신이 여전히 매우 겁이 많은 사람이며, 특히 어릴때부터 경찰을 굉장히 무서워했다는 고백이 나와요. 
그런데 줄곧 어두운 이야기들에 끌리고, 경찰에 쫒기는 이야기들을 쓰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는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하죠.
얼마나 진지한 발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너무나 안전해서 무감각해진 현대 사람들에게 공포나 스릴러영화는 대리 위험과 충격을 주기 떄문에 정신이 건강해지고
이롭다는 언급을 하기도 하죠.
아마 관객들의 시각에서, 범죄나 위험에 대한 체험, 경각심을 얘기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자신이 왜 그런것에 끌리게 되는지, 왜 거기에 몰입하는 활동을 하는지는 
말하지 않더라고요. 뭔가 저와 비슷한것 같은데..


진지하게 생각해본적 없지만 저는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들중에서 끔찍하고 괴이한 토속 민담들, 현대 괴담들은 다른 이야기들과 질감이 다른 강렬함이 있잖아요.
그 이야기들의 불쾌하고 허무맹랑한 부분들을 가지 치고 나면 현실의 무언가를 비틀어 표현한 뜻밖의 전말이 있고, 그것은 우리가 배우는 세상의 가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보이는 것 이외 다른 이면의 삶이 존재한다는것을 호되게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다루는 많은 옛날 이야기들이 그렇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고, 또 특히나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경험이 작은 사람들에게 뭔가 세상의 많은 부분들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은 착시를 주고, 또 그것을 전달하기에 좋은 포맷이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그것 뿐일까? 사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라디오에 나온 전문가의 말을 듣고.. 
취향의 다양함에 대해 몰이해적이다. 싶으면서도 기분나쁘게 동의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단말이죠.
저는 공포영화나 괴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악몽도 좋아해요.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느껴지는 악몽에서 다양한 상황과 두려운 존재들에 쫒기고 딱! 정신이 드는 순간. 그게 내 삶이 아니다라는 안도가 몰려오며
아주 짜릿한 아드레날린이 몸 가득 퍼지는게 느껴지거든요. 
아이러니하게 악몽을 꾸고 잠을 설치며 일어난 그날은 하루종일 상쾌하고 활기 가득한 에너지로 시작해요.

그런걸 보면,정말 괴담이나 공포영화를 즐기는것도 그게 내 삶과 멀리 떨어진 불행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보상과 안도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약간 다른 표현같지만 그런 의식들은 라디오 전문가가 말한 극복심리 같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공포영화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공포영화나 무서운 이야기를 왜 좋아하시나요?
진지하게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 저는 무서워서 무섭기 때문에 안 보고 사실 왜 보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 저는 그런 이야기의 구조에 끌려요. 잘 짜여진 괴담은 스릴러나 추리물과 유사해요. 다만 적용되는 규칙이 다를 뿐이고 그 지점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지요. 공포영화 같은 경우엔 양질의 것일수록 사회상을 반영하거나 철학적 질문을 깔고 가고 이야기 자체가 모호한 구석이 있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죠.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즉물적인 자극에서 깊은 사유까지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인데 어찌 싫어할까요. 여자남자 만났다, 끌린다, 갈등한다, 사랑 해필리 에버 애프터 같은 이야기로 현실도피 하는 것과 비교해서 크게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쨌든 그래서 무서운 이야기를 씁니다.

    • 무서워서 두근두근 거리는 그 기분을 쾌감으로 느껴요.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유와 비슷하게.

    • 저는 공포는 상상에 기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포물은 과학설정 따질 필요 없는 SF쯤으로 생각하고 즐깁니다.

      (그런만큼 깜짝 놀래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공포영화들이나 호랑 작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스티븐 킹 말처럼 공짜로(즉, 피해없이) 교통사고를 구경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본다고 할 수 있죠. 사람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에 끌리긴 하지만 뭔가 위험하고 자극적인 것에도 끌리게 되거든요. 롤러코스터나 번지 점프를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겠고요. 그럼 왜 그런데에 끌리냐는 질문이 나오게 되는데 이건 심리학적 분석이 필요한 일이겠죠.
    • 현실이 공포스럽고 잔혹하잖아요. 인생은, 모든 생물의 삶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의 생존인 것 같아요.


      행복은 찰나의 감정이지 지속하는 상태는 아니죠. 그래서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는 비현실적인 것 같아서 안끌려요.

    • 평소에는 막연했으며 이름도 붙이지 못했던 두려움의 원천을 픽션을 통해 대면하고 확인하고 성찰하는 데에서 오는 상쾌함도 있겠고,

      긴장과 이완 자체가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할 테고,

      그 긴장과 이완의 완급을 조절하는 기교/화술 자체가 미적인 만족감을 안기기도 하고,

      두려움과 고통을 주는 불건전한 것이라는 미명 아래 억압당했던 것들이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는 데에서 오는 역전의 기쁨도 있겠고,

      역시 그 '추한' 광경에서만 가능한 미적인 쾌락도 있겠고,

      최악을 상상하고 겪어내도록 함으로써 실제로는 더욱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신을 갖추게 되는 점도 있고…


      두려움을 다루는 예술을 외면했을 때 놓치게 되는 즐거움과 이점이 너무 많은걸요. 두려움 자체에 관한 생각과 언급과 묘사와 유희를 금기시하고 밝고 건전한 것만을 권장하는 태도야말로 위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 사건 사고 소식을 볼 때가 있는데요. 끔찍한 사고라던가.. 비행기 추락사고 같은... 그런 걸 보고 나면 안전하다 라는 느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인 것 같아요.

    • 자기안의 폭력성을 안전하고 건전하게 분출하는 방법이다.. 대충 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동감합니다. 겁나거나 두려울 땐 안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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