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그저께인가는 돌아오면서, 자고 일어나면 홍익궁중육개장의 전골을 꼭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사실 술을 마실때마다 한숨 잔 후에 홍익궁중육개장의 전골을 한번 먹어보자고 주억거리곤 해요.
일어나니 비가 한바탕 쓸고 간 뒤였어요. 막상 먹으러 가니 혼자서 그 많은 전골을 먹을 엄두는 나지 않아서 그냥 육개장 한그릇만 먹고 왔어요. 사실 그곳에 가는 건 육개장을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에 먹곤 하던 어묵볶음을 주기 때문이예요. 얇고 네모난 어묵볶음을 먹던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이 몇 초짜리 동영상처럼 남아 있어요.
2.오늘도 역시 이따 일어나면 홍익궁중육개장의 전골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왠지 해장용으로 참 좋을 거 같은데...막상 내일엔 기분이 또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죠.
3.어떤 채팅방에서 행복에 대한 얘기가 오고가는 걸 보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사실 소름끼치는 거예요. 위에 쓴 것처럼 몇 시간 차이로 육개장 전골을 먹고 싶다가도 그만두는 게 인간의 마음이잖아요.
종종 인생을 카지노에 비유하는데 이 소름끼치는 카지노에서 30년도 넘게 있었어요. 30년 동안 행복이라고 할 만한 것...아주 확실하고 눈에 띄게 빛나는 잭팟을 터뜨려 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고요. 난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솔직이 자신이 없어요. 기계식 시계는 작은 부품 하나만 고장나면 정확한 시간을 가리킬 수 없잖아요. 인간도 마찬가지로 머릿속의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잘못되는 순간 연쇄적으로 심상과 가치관, 방향성이 어긋나버리는 걸 많이 봐왔어요.
기계식 시계는 오버홀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인간은 머릿속의 톱니바퀴들이 어그러지는 걸 느끼면서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4.휴.
5.평범한 신경의 사람도 카지노에서 한번 잃기 시작하면 냉정함을 잃고 모든 돈을 꼴아박을 때까지 저질러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카지노에 들어와서 단 몇시간만에 정상 상태에서 이상 상태로 전환이 일어나는 거죠.
그런데 세상이라는 카지노에서 30년동안 꼴아박고 있었잖아요. 행복이라는 칩을 한번 따 보려 한건데 그만 30년이 지나가 버린거예요.
그래서 위에 말했듯, 가끔은 정말 내가 지금 정상인걸까 의심이 돼요. 어쨌든 이제는 냉정한 마음가짐을 먹는 것도 불가능하고 손절한다는 선택지도 없고 큰 마음 먹고 카지노를 떠나 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거예요. 손절하거나 큰 마음 먹고 카지노를 떠날 수 있던 시기는 다 지나갔죠. 이제는 한번 크게 이겨볼 때까지 도박을 멈출 수가 없는 감정상태가 된 거예요.
6.어떤 종류의 사람은 그냥 묵묵히 인생을 이어가기도 해요. 이렇게 징징거리지 않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30년어치의 매몰비용을 보상해 줄 무언가를 꼭 얻어내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좋게 말하면 동력이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오기겠죠. 하지만 이제는 시동이라도 걸기 위해선 뭐든지 긁어모아서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시기예요. 그 동력의 성질이 건강한 것이든 아니든간에 이젠 남은 동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하죠.
7.휴 이런. 또 비슷한 징징거리는 글을 하나 더 써버렸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주위를 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럴듯한 조언을 할 수 있게 되었거나 나름대로의 깨달음 같은 걸 얻은 모양이지만 난 아니거든요. 나와 비슷한 나이의 동기들은 이제 조언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조언을 해주기도 하는 입장이 된 것 같은데...내가 유일하게 잘 떠들 수 있는 주제는 징징거림 뿐이예요.
늘 쓰는 게 지금의 나에 대해 징징거리거나, 과거에 다른 사람이었던 시절에 대해 썰을 풀거나 하는 것 두개뿐이네요. 다음에 글을 쓸 땐 과거 얘기를 주제로 써 봐야겠어요.
나는 혼자서는 탕수육도 엄두가 안나요 혼자 먹기 너무 커서.
대부분 운이 좋은건지 가여운건지 카지노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