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 어려운 이유

지금 일 구하면서 설렁설렁 알바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받은 책을 번역 중에 있습니다. 


물론 책 한 권을 전부 번역하는 건 아니고 열 몇 페이지 정도하는 짧은 알바인데요.


새삼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뜻을 이해하는 수준이면 번역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영어와 한국어는 언어체계자체가 다르다보니, 영어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번역한 내용을 그대로 글로 적으면 죄다 비문일 겁니다.


결국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가 않아요. 제가 이해한 영어의 뉘앙스를(우선 그 뉘앙스가 틀린지 옳은지도 확신이 없지만) 한국어로 옮겨야 하고,


저만 읽을게 아닌 이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겨야 하는데, 끙...제 역량부족도 있겠지만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제가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하는게 아니니, 단어 하나하나 번역할 때에도 조심스럽고, 사전에 나온 것만으론 많이 부족해서 의역을 집어넣고는 합니다.


그러다보면 번역의 결과물이 원문과 크게 어긋나버릴 때도 있어요. 이쯤되면 책을 한 권 쓰는(표절에 가깝겠지만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얼렁뚱땅해도 감수해줄 전문가들은 물론 있으니까 걱정은 좀 덜 되지만, 그래도 기왕 하는 거 잘하고 싶은 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 번역에 필요한 건 외국어 실력보다는 국어 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 ^^


      원문을 이해하는 것보다 그걸 국어로 옮기는 게 몇 배 더 힘드니까요. 

    • 저도 정식으로 통번역을 배운 적은 없지만 희귀언어를 구사하는 몇 안되는 한국인인지라 종종 알바거리가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이 나라 말은 뭐랄까 굉장히 직관적이고 포괄적이고 융통성이 있달까요... 거칠게 표현하자면, 필요한 단어를 대강 나열만 하면 말이 되는 식인데, 머릿속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만 그걸 정제된 한국어로 옮기는 일은 참 어렵더군요. 단순히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이 순식간에 일어나야 한달까요. 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거랑 통번역 일을 하는 거 사이에는 고2 학생이 인터넷으로 미적분강의를 하는 것만큼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절감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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