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1.중국집에 갈 때마다 반드시 꽃빵을 시키는 친구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꽃빵은 좀 별로예요. 딱히 맛이 좋은 것도 아니고 먹으면 묘하게 배가 부르거든요.
2.한데 10년전에 홍대의 모 중국집에 가서 시킨 꽃빵은 제 기준으로도 맛있었어요. '또 꽃빵을 시키는군...'하고 주억거리는데 연유에 찍어먹는 잘 튀겨진 꽃빵이 나와서 저도 맛있게 먹었었죠.
아침에 저녁이나 먹자고 하다가 중국집을 가기로 하고, 그러고보니 그때 그 꽃빵을 먹으러 10년전의 그 중국집에 가지 않겠냐고 하자 그러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약 10년전에 갔던 그 중국집에 다시 갔어요.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피시방에 오랜만에 가보기로 하고 나왔어요.
3.흠...그런데 나와보니, 신성해야 할 상아탑 앞에 비지니스바와 룸살롱들이 성업중인 거예요. 뭐, 하긴 홍대 앞은 애초에 신성했던 적이 없으니 그건 넘기더라도 대학가 앞에 양주를 파는 바나 룸이 단지를 형성할 정도로 이렇게 즐비하다...? 이건 잘 이해가 안 됐어요. 학생들이 즐기는 종류의 유흥은 클럽이나 플레어바 같은 곳이지 이런 비지니스바나 룸살롱은 아닐 테니까요.
어쨌든...아무래도 그런 종류의 가게들이 한데 뭉쳐 있는데다 상권 자체가 그런 종류의 고객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매우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더군요. 한 바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여자가 사은품(?)을 주려 하길래 이것저것 물어보니 바에 룸까지 딸려있는 식의 강남식 바까지 운영되는 듯 했어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정말 뭔가 이상했어요. 하나나 두군데 정도면 실수이거나, 틈새시장이 얻어걸리길 바라며 개업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다 시장조사를 잘못했을 리는 없잖아요. 한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홍대거리에 양복쟁이들이 가는 가게들이 아예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니...아니 그야 간판에 써진 프로모션류 술들은 쌌지만요. 하긴 홍대입구역엔 오랜만에 간 거니 멋대로 '젊음의 거리'라거나 '2~30대 초중반을 상대로 한 상권'같은 인식은 편견일수도 있겠죠.
4.휴.
5.호객꾼과 대화를 마치고 다시 피시방으로 향하려 하는데 친구가 '방금 그 여자 예쁘군...'하고 중얼거렸어요. 저는 '이 자가 이런 말을 하다니...?'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죠. 친구는 뭔가가 좋다는 말을 거의 안 하거든요. 여기서 거의라는건, 리액션으로 말하는 것을 제외하면 몇년에 한번 정도예요.
돌아가면서 호객을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저런 바는 서열이 낮거나 개인고객을 가지지 않거나 하는 직원이 호객을 해요. 그래서 괜찮게 매상을 올려주는 대신 꼭 저 호객꾼을 지명하고 싶다고 사장에게 말해 볼까라고 하자 친구는 그건 됐다고 했어요. 그냥 원래 계획대로 피시방에 가서 오버워치란 걸 해보자고요.
사실 나는 친구에 대해 잘 몰라요. 어떤 때는 만난 지 하루 된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모르는 정도예요. 만난 지 하루 된 사람들도 뭔가를 강렬하게 원하는 방향성이 보이면 그쪽으로 수렴하도록 유도해보곤 하면서 알아갈 수 있거든요. 심지어는 친구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 건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몇 달에 한번씩 물어보기도 해요. 친구에 대해 유일하게 확실하게 아는 게 있다면, 그가 노벨문학상을 타고 싶어한다는 것 정도예요. 한데 노벨문학상을 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어딨겠어요?
6.그래서 친구에게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일장 연설을 하고 눈깜빡하는 순간에 우주의 먼지가 되어버릴 신세인 우리의 인생 안에선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하는 것이 있으면 그날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한다...고 열심히 떠들었지만 친구는 결국 피시방에 가서 오버워치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7.가끔 친구에게 쿨타임이 될 때마다 이야기하곤 해요. 어제도 말했었죠. 자네가 손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한번도 내밀어보지 않은 그 카드를 쓰면 자네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당장, 1초만에 될 수 있다고요. 그러자 친구는 늘 하던 대로 대답했어요. 그 카드를 내미는 건 치팅을 하는 거라고 말이죠. 여기서부터는 더 말해 봐야 평행선을 그을 뿐이니 이쯤에서 대화를 멈춰요. 다음에 이 말을 꺼낼 때는 그의 마음이 바뀌길 바라면서 말이죠.
8.오버워치는 잘 만든 게임 같았어요. 문제는, 오버워치 같은 게임은 승리가 게임 플레이의 재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거죠. 이젠 게임에서까지 경쟁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승패에 관계없이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을 선호해요. 친구도 오버워치가 좋은 게임이라는 평을 내렸지만 딱히 재미를 붙인 것 같진 않았어요.
9.이건 너무 멋대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친구가 그 카드를 내밀지 않는 건 아직 정말로 마음이 동하는 것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물론, 그 카드를 내밀지 않는 것은 신념이나 철학이라고 불리는 것이겠죠.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계속 신념을 지키는 것과 어느날 신념을 스스로 부숴버리게까지 하도록 만드는 무언가를 접하게 되는 것...이 둘 중 어느 것이 행복이냐고 묻는다면 신념을 깨도록 만들 만한 무언가를 만나는 것이 행복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어쨌든 이번주에 친구를 만난 날엔, 그게 오버워치는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 수확이 있었어요. 다음엔 다른 걸 같이 해 봐야죠.
꽃빵이 얼른 만두였다는 생각도 들고 아닌거 같고 중국빵은 하얀 앙꼬가 가득 든게 제일 맛있어요.
지금 신념은 소멸해도 띠끝은 남아 영원하니 소중한거죠.
2, 3번 어딘지 알 것 같아요. 거기 튀긴 꽃빵 맛있죠. 근처에 살 때 가서 식사할 생각은 없는데 그 꽃빵이 먹고 싶어져서 몇 번 포장해와서 먹은 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