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손님
지금 사는 아파트를 처음 보았을 떄 이사와야 겠다고 확실하게 마음 먹은 데는 이 집에 큰 정원이 딸려 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보통 주변의 아파트보다 두배정도 더 큰 정원. 배나무 사과나무가 딸려있는 정원이 너무나 좋았다. 6게월이 넘어가 점점 더 커지는 배를 만지면서 아이가 태어나면 정원에서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스웨덴 사람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보통사람들이 모든 걸 다 혼자 한다. 자기집 창문도 고치고 정원일도 하고 타이어도 바꾸고. 집에 일부분을 바꾸거나 간단한 배란다 만들기 같은 건 스스로 한다. 정원을 가지는 건 좋은 데 그에 따른 손질하는 건 배우지 못해서 은근히 일이 많다. 혼자가 되고 나서 처음에는 정원을 손질하는 거는 머리 속이 있지도 않았다. 봄이 되기전 에밀리가 와서 울타리 나무 손질을 해주고 죽은 나무 가지들을 잘라주고 갔다.
부엌 커다란 창문으로 보는 우리집 정원, 한 구석에 있는 개나리 나무랑 이것 저것 울창한 곳에 새들이 와 앉는다. 몇년 전 눈이 많이 오던 겨울 죽었던 나무 가지들이 흉하게 나와 있다. 그냥 그렇게 보고 있다가 갑자기 무슨 맘에 톱을 가지고 나간다. 에밀리가 가르쳐 준데로 죽은 나무 가지에 톱질을 하자 생각보다 쉽게 잘려 나간다. 이것도 잘라내거 저것도 잘라내고 내가 닫는 데로 먼저 죽은 가지들을 없애고 나자 이번에는 큰 나무 밑에 얼마나 많은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는 지가 보였다. 여기 정원을 가지면서 깨달은 것. 내가 뿌린 데로 거두는 것만은 아니구나. 나는 뿌리지도 않았는데 서양 단풍나무들이 마구마구 자라나고 있다. 쑥쑥 자라나는 나무들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이제 톱질도 잘 하는 데 나 모르는 새 자라버린 나무들도 없애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작년 처음에 자랄 떄는 무슨 나무인지 몰랐는데 여름에 꽃은 피워보니 딱총나무, 이것도 잔 가지치기를 해야겠다, 이렇게 저렇게 손질하고 있는데 작년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게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 바로 옆으로 장미가 자라나고 있었다. 한 1미터 못미치는 높이로 자라난 장미를 보면서 다른 나무들은 바람이 씨가 날려온 걸 이해하지만, 너는 정말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니?랑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그가 자라나게 그 위에서 해를 막는 가지들을 치워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마구 마구 자라나는 단풍 나무들도 뿌리를 뽑아야 겠구나 란 생각. 네가 자라날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겠다,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장미가 내 정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 지 신기하다. 그리고 갑자기 어린 왕자를 생각한다. 하루에 43번이나 해지는 걸 볼 정도로 외로워던 그가, 어릴 때 뿌리를 뽑아 버리지 않으면 별 전채를 잡아 먹을 나무들을 뽑는 일만 하던 그가 처음 장미를 보았을 때 느꼈을 감정을 생각한다.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가 되었을 때 느꼈을 그의 기쁨을.
우리집에도 장미가 있다. 1미터씩이나 나 안보는 사이 혼자 힘으로 자라났다. 옆에 나무들에 치여서인지 옆으로는 자라나지 않고 길게만 자라났다. 이제 이 장미의 자리를 만들어 줄려고 한다. 올해는 꽃이 없었는데 내년에는 꽃이 필려나? Sweet brier 같아 보이는 데 어쩌면 빨간 열매까지 맺겠구나.
북유럽 열풍이 가라앉기 전에 나랑 책이나 한권 내시지요. 인세는 7:3
제 맘대로 되는 건가요? 하하. 쓴다고 출판해주는 것도 아니고 하하. 출판사 아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장미가 왔군요. 커피 공룡님에게도 선물이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여느때처럼 글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해요. 그날 정원 손질하면서 마구 가위질, 톱질 하다고 보고는 아니 이건? 했답니다.
그렇게 벌레는 많지 않아요. 대신 벌들이,,,,
저는 오늘부터 휴가 입니다. 사실 오늘은 휴가는 아니에요 하지전날, 쉬는 날이거든요. 다음 주 부터 휴가입니다. 덥다고 들었는데 건강 조심하새요. 그리고 책은, 뭐 먼저 계획서 보내시는 분께 하하하
따뜻한 마음과 감성도 상당 부분 타고난 재능이라는 걸 커피공룡님 글을 볼 때마다 느껴요. 윗 분 말씀처럼, 책으로 출간된다면 한 10권쯤 사서 지인들에게 사돌리고 싶을 정도지만.. 그 따뜻한 마음과 감성의 빛을 커피공룡님 자신과 선물이에게 오롯이 쏟으시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글, 늘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 일상사가 따뜻하게 읽혀지는 건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작용하는 거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