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기쁨
내가 아직도 가슴 아프게 기억하는 화양연화에는 초씨가 챈부인 남편 역활을 하면서, 챈부인이 어떻게 남편한테 불륜사실을 물을 것인가를 연습하는 장면이 있다. 연습인데도, 남편역을 하는 초씨가 인정하자 너무 아프다고 하는 챈부인.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두 사람보다 내가 하나 더 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미 그떄 아버지를 잃은 경험을 했다. 감정은 예비하고, 연습하고, 준비한다해도 덜 느껴지지 않는다.
한달이나 길게 헤어짐을 준비했음에도, 헤어지면 아프겠지 했지만, 이렇게 아프다니. 이렇게 그립다니. 1년이란 기간은 생활의 소소함과 연중의 큰 행사를 다 담는 기간이다. 너는 이럴 때 이렇게 하는 구나에서, 나는 네가 이럴때 이렇게 하는 걸 알아 라고 바뀌는 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남들은 못보고 지나가는 일들이겠지만, 내가 그를 알기에 큰 의미를 가지는 그의 생활의 버릇들이, 우리 둘이 함께 하던 재미없는 일상생활의 단편들이 문득 문득 생각난다. 나는 무언가 일을 미루는 걸 못참는 그가, 식사가 끝나고 내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설겆이를 하던 게 그립다. 이건 사실 나를 위해 가져온 거에요 라며 설겆이 수세미를 가져오던 그. 늘 하루를 먼저 시작하던 내가, 아침이면 오늘 날씨는 이렇다, 저렇다 전하던 아침 메시지도 그립다. 늘 간단한 걸로 해요란 답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매번 이번 주말에 뭘 해먹을 까 정하기 위해 노력하던 메시지들도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탄산수를 사오던 그도, 저녁먹고 나서 선물이랑 셋이서 하던 보드게임 하던 순간도 그립다. 내가 요리할 때 조용히 다가와 내 등에 잠시 머물던 그의 손, 그가 설겆이 할때 그의 등에 머물던 나의 손. 뭔가 생각은 많은 데 말하기 힘들 때 이마 기대고 앉아 있으면 느낄 수 있던 그의 날숨, 들숨의 리듬도, 이렇게 그립구나. 이제 강림절이나 크리스마스, 생일같은 큰 연중행사가 다가오면 지난 날의 순간과 그때 우리가 했던 미래의 계획이 얼마나 서글프게 느껴질까? 이렇게 아프다니.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감정은 늘 파도처럼 새롭구나. 왜 무뎌지지 않는 건지. 왜 담담하지 않은 건지. 담담함이란 나이를 먹어도 얻지못하는 지혜처럼 멀리 떨어져 있기만 하다.
이 그리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직하고 싶다. 지우고 싶지 않다. 나 한테 물어본다. 누군가를 이렇게 그리워 한적이 있었던가, 누군가의 허상이 아니라, 있던 그 모습을 그대로, 그 기쁨을 그리워 한적이 있던가? 그만큼 행복해서 그만큼 그립다. 누군가를 온전히 그리워 할 수 있는 걸 경험하게 되서 감사하다.
이 그리움도 언젠가는 색이 변할 것이다. 지금은 매일 매일 생각하지만 언젠가 생각 안하고 몇주일을 보낼 날들이 올것이다. 그 날들이 빨리 올 필요는 없다.
칭찬도 동감도 감사합니다.
항상 신경을 쓰지만 나도 때 를 떄 로 쓰는 경우가 많다. 잘 안 고쳐진다. 사람을 생각하고 좋아하는 방식도, 늘 실패를 맛봤으면서도 잘 안 고쳐진다.
틀린다는 걸 알면서도 확인 안하는 건 왜일까요?
그럼요 당연히 기억이란 그렇죠 감정이란 시간 제한이 없고요.
그렇죠. 그런데 그럼에도...
아마 언젠가 다시 맞아 이렇게 느껴졌지 라고 감정들이 다가올 날들이 있겠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예전에 쓰셨던 문장대로 '내가 당신의 남은 모든 인생을 행복하게 바꿔주겠다' 는 약속을 이제는 다 믿지 않는 나이라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그리워하고 이렇게 사랑하는데, 정말 아무 방법이 없을까요? 이렇게 그리워만 하고 살기엔 너무 아까운 감정이고 너무 귀한 관계 같은데요.
귀한 관계이지만,,,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결정했으니 (절대로 스웨덴에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이 결정을 바꾼다면 모를까. 저희가 인생에 서 있는 지점이 많이 다릅니다. 그 사람의 결정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거라는 걸 아니까, 다른 것들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네요.
저 정말 이해해요. 요즘에 선물이 빨리 자라나는 거 같아서, 좀 있으면 엄마가 뽀뽀할려면 아 싫어 할 나이가 되겠지 싶으면서... 동생이 먼저 엄마가 되어서 저보고 애들 어렸을 때 빨리 지나간다고 했는데 진짜 빨리 지나갑니다. 좋은 날들은 좀 더디게 갔으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