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두 번째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읽었습니다.
전작이 고집스럽고 까탈스런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묵직한 감동을 전해줬다면, 이번 작품은 특이한 7살 소녀 엘사와 슈퍼맘 엄마, 소녀의 슈퍼히어로인 할머니를 통해 따뜻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학교에서의 집단괴롭힘, 부모의 이혼에 따른 스트레스, 곧 태어날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기는 두려움을 어린아이 답지 않은 시니컬한 태도와 똘똘한 말솜씨로 방어하는 7살 소녀 엘사.
엘사에게 한결같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깰락말락 나라의 여섯왕국에 대한 동화로 엘사를 위로하고, 엘사를 위해서라면 과격한 싸움도 서슴지 않는 엘사의 슈퍼히어로인 할머니.
할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의 부탁으로 엘사가 할머니의 편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면서 할머니와 편지를 받는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 둘 밝혀지고, 그 사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지며 화해와 용서의 탄탄한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작가의 전작 [오베라는 남자]가 첫 장부터 너무나 흡인력있게 독자를 사로잡고, 앞쪽에서 사소해보였던 떡밥이 뒷장에서 기가 막히게 수거되면서 감탄을 자아냈던 터라, 이 작품의 초반에 이야기가 조금 난잡하게 벌려져 전작에 비해 집중이 안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잡해 보이던 인물들이 인지되고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곧바로 흡인력을 되찾았습니다.
전작에서 오베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성을 선보였던 작가의 솜씨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 뿐 아니라 동화속 이야기까지 넘나드는 더욱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탄성을 자아내는군요. 팀버튼의 영화 [빅피쉬]를 연상시키는 구성입니다. 작품을 다 읽자마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네요.
스웨덴 소설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렛 미 인]이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처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북유럽 추리소설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대성공 이후로 요나손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와 카타리나 잉엘만 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그리고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와 이 작품까지 가볍고 경쾌한 스웨덴 소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하긴 스웨덴은 닐스와 삐삐의 나라이니, 이런 분위기가 낯설 것도 없죠.
특이한 건 [까막눈이 여자]를 제외하고 [100세노인], [메르타할머니], [오베], [할.미.전]에서 모두 노인들이 타이틀롤이자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고령화사회가 될수록 익숙해지는 현상이겠죠. 작품 속에서 요양원과 죽음이 자연스럽고 중요하게 등장하면서도 노인들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로서가 아니라 경륜과 지혜가 풍부한 독립적인 캐릭터로 활약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제목 아주 좋아해요, 미안한 인생을 마음에 더 가지고 싶어서.
스웨덴 번역가들이 많은가요 흥미롭군요
[100세노인]과 [까막눈이 여자]는 임호경씨, [메르타할머니]는 정강진씨, [오베]는 최민우씨, [할미전]은 이은선씨가 번역했네요.
임호경씨, 정강진씨는 불어 전문이신 듯 한데, 최민우씨와 이은선씨는 번역목록으로 봐서는 어느 언어 전문이신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