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바낭

지난 달에 엄청난 양의 책을 지른 후, 이번 달에는 조금 자제하자는 생각에서 책 주문은 되도록 자제하였습니다.


그래서 보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또 이 기회에 예전에 사두었으나 잊혀졌던 책들을 찾아내어 읽기로 했죠.

그런데 하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연필 깎기의 정석', '궁극의 문구', 잊혀졌던 책 중에 하나가 '문구의 모험' 이었습니다. (...)


제가 관심있어 하는 문구류는 주로 멀티펜과 노트류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저 세 책에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단 연필 깎기의 정석을 보고 수동 연필 깎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탐색하던 중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고풍스러운 녀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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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DUX사 제품입니다. 자세히 보면 다이얼이 달려 있어 연필심이 깎이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재질은 황동입니다.


그리고 1924년에 출시되어 많은 작가 및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연필, 팔로미노 블랙윙 602입니다. 물론.. 예전 방식의 생산품은 아니고 1998년까지 생산되다가 중단된 것을 2000년대 이후에 복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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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에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힘주어 쓰지 않아도 부드럽고 빠르게 써진다는 얘기죠. 스타인벡이 가장 좋아한 모델이라고 합니다. 혹시 '분노의 포도' 원고도 이 연필로 쓰지 않았을까요?


다음은 일본 파이로트 사의 제품들입니다.


파이로트 사가 개발한 지워지는 잉크를 사용한 프릭슨 제품군들 중 일반 볼펜과 형광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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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후 펜의 끝에 달린 흰색 러버로 문지르면 잉크가 지워 - 실은 투명화 되는 것이지만 - 집니다. 5~6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투명해지는 잉크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보존해야 하는 기록이나 특히 서명 같은 것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역시 파이로트사가 개발한 캡리스 만년필 FCN-1MR 모델 입니다. 노크형 볼펜처럼 끝의 버튼을 누르면 만년필의 닙이 튀어 나오는 방식입니다. 평소에는 닙이 마르지 않도록 잘 밀폐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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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들의 일반적인 방식인, 캡을 빼서 다시 뒷부분에 끼워서 쓰는 것이 은근히 불편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만년필입니다. 잉크가 흐르거나 마를 염려도 없습니다. 일반 노크형 펜인데 만년필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펜이라고나 할까요.


다음에는 노트들 위주로 한 번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만년필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군요.

      영화에서 우주선 밖으로 뭘 내보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같이 빠져나가는 산소가 아까웠었는데 이 만년필도 촉이 들어갈 때마다 제대로 밀폐됐나 불안에 떨 것 같아요.

      그러나 그것은 제 사정이고; 불편한 걸 제대로 개선한 제품 같습니다.

      아버지가 결혼할 때 받으셨다는 14케이촉 만년필 뚜껑이 찌그러져버린 뒤 촉은 마르고 연달아 튜브가 말라붙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필과 연필깎이 조합 마음에 드네요. 누가 저한테 선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샤파 출시 전에 쓰던 미제 수동 연필깎이가 있었는데 망가지지도 않은 게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겠어요. 샤파보다 훨씬 무뚝뚝하게 생겨서 색은 딱 저랬죠.
    • 지워지는 잉크 볼펜은 나중에 뒷꽁다리 흰부분으로 지울때 대비해서 그런가 필기를 하면 색상 선명도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 그냥 봐도 연필 예쁘네요. 지우개 부분이 눌러진 듯 납작하게 만들어진게 특징인듯. 만년필도 신기하군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  문구 덕후도 아닌데, 올려주신 연필깎이를 보니 귓가에 연필깎는 소리가 들리네요.... 저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실은 저 녀석은 가격도 꽤 센데다가 연필이 깎이는 감도 기대보다는 못하긴 합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있어야 쓸만하게 깎이는 것 같습니다. 보기에는 고풍스럽고 멋있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수동 연필깎이는 사실 파버 카스텔에서 나온 삼각 기둥 모양의 2구짜리 모델입니다. 지금은 갖고 있지 않아서 올리지 못했네요. 또, 팔로미노 블랙윙 602 한 다스 살 때 같이 딸려온 연필 깎이도 괜찮더군요. 2구짜리인데 하나는 연필의 나무 부분만 깎고 하나는 심을 갈아주는 방식입니다.

    • 잘 읽었습니다. 문구바낭 좋아요.


      프릭슨은 회사 기념품으로 나돌고 있고 주변에서 홍보용으로 받는 일도 꽤 많은데 (형광펜은 못써봤어요 아직) 필기감이 영 제 취향이 아니어서 받는 족족 반납하거나 주위에 주고 있어요. 최근 제가 주변에 약좀 팔고 있는 펜은 크레파스 비슷하지만 실제로 쓰면 형광펜 딱 그 질감인 형광펜입니다. 아 그리고 제트스트림 한정판도 주변에 자랑 좀 했죠 헤헷.

      • 프릭슨 펜은 동의합니다. 필기감도 그렇고 잉크가 너무 흐려서 이걸 굳이 지울 필요가 있는 기록에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형광펜의 경우는 어쩌다 잘못 표시했을 때 지울 수 있어 편리합니다.

    • 문구게시물이네요 +.+ 연필깎이 탐납니다. 제가 써 본 것 중에는 무인양품에서 파는 천원짜리 휴대용 연필깎이가 있는 데, 귀엽고 필통에 넣고 가지고 다니기 좋고 깔끔하게 잘 깎여요. 휴대용 연필깎이는 뭉툭하게 깎인다는 특성이 있어서 호오가 조금 갈리겠지만요. 

    • 만년필을 좋아합니다. 마지막 저 만년필을 꼭 구해봐야겠어요. : )
      • 포켓 홀더(?) 가 펜 뒷부분이 아니라 펜촉 쪽에 달려 있는데 필기시 불편하진 않나요?
        • 어차피 만년필을 쥘 때 닙의 홈 있는 쪽이 위로 오게 쥐게 되는데 저 클립 부분이 거기에 딱 맞게 위치해 있어 실질적인 불편함은 없습니다. 오히려 클립 덕분에 정확하게 쥘 수 있게 된다고나 할까요..

          • 아 그렇겠네요. 만년필은 항상 그립 위치가 동일하니 상관 없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 노트를 위주로 빨리 한번 적어보셔요 'ㅅ'

    • 연필깎이 근사하네요. 어렸을적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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