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짧은 감상


연상호 감독의 이전 작품은 <돼지의 왕>과 <부산행>을 본게 전부인데, 이 두 작품의 온도차가 흥미로워서 <서울역>을 보게 됐습니다.

작가주의적인 <돼지의 왕>과 흥행영화인 <부산행> 사이에서, <서울역>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지가 궁금했던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는 <돼지의 왕>쪽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의 피로가 누적된 금요일 저녁에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 지수가 끝내주게 올라가더군요.

 

사실 <돼지의 왕>을 보면서도 작위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울역>에서도 그런 인상은 지우지 못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시각도 도식화된 듯한 느낌이었고요. '현실은 만화보다 더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는데, 아무튼 <서울역>은 뭔가 대한민국의 나쁜 인간들과 안좋은 점들은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얘기였어요. 


처음부터 시궁창 같은 환경 속의 주인공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고, 공권력과 관련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드렁하고 짜증스러우며, 말로 정의를 논하던 사람도 결국은 속물일 뿐이고, 착한 사람은 착한 일 하다가 죽고.. 

이런 이야기를 그다지 예쁘지 않은 그림체에, 전문 성우가 입히지 않은 붕뜬 목소리, 의미없이 수시로 나오는 욕설 대사와 함께 감상하고 있자니 꽤나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부산행>도 마찬가지였지만, 좀비 영화임에도 좀비가 매우 단순하게 다뤄지는 느낌도 있었어요. 복잡한 인간 군상을 비추는 도구로서만 거의 사용되고 있어서, 좀비 출몰은 뭔가 다른 재난으로 대치되어도 별로 상관이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좀비 영화에 과문한 탓에, 다른 영화에서의 좀비는 어떤 활약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 연상호 감독님 꾸준하시군요. 안심하고 관람하겠습니다.
      • 원래 연상호 감독 팬이시라면 원없이 재미있게 보실 듯하네요.

        • 흠. 팬은 아닙니다요.
    • 본문 글에 동의합니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는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서울역에서는 연상호의 모든 단점들이 한꺼번에 보이는 느낌이랄까. 정말 재미 없게 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아주 도식적인 사회비판을 위해 특정장르를 별다른 재해석 없이 그냥 썼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고요. 욕이 나오는 타이밍은 저도 정말 이상하더군요. 실제로 욕을 많이 쓰는 사람도 저렇게 어색한 타이밍으로 하지는 않을텐데... 뭔가 욕을 글로 배운 느낌
      • 글로 배운 욕ㅎㅎ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는데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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